‘상습 추행’ 이윤택 1심서 징역 6년…‘미투’ 첫 실형

재판부, 장기간 상습추행 혐의 인정
“권력 남용…책임회피로 일관”

상습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국내에서 ‘미투(#MeToo)’ 운동으로 범죄가 드러나 수사를 거쳐 실형이 선고된 첫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는 19일 이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청소년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 겸 연출자로서 높은 명성과 권위로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자신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단원들이나,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상대로 안마를 시키거나 연기 지도를 하면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러왔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들은 대부분 별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연극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피고인의 지시에 순응했던 사람들”이라며 “피고인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것임과 동시에 각자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줄곧 혐의를 부인해온 이 씨의 태도도 비판했다. “스스로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연기지도라거나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고 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계 악용 상습성폭력 고발한 피해자들
피해 62건 고소한 23명 중
공소시효 만료로 8명 23건만 다퉈

피해자들의 폭로 내용을 종합하면, 이 씨는 배우 선정·퇴출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졌고, 이를 악용해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성 단원 23명을 62차례에 걸쳐 추행했다. 그러나 이 씨의 범행이 주로 2013년 성폭력 친고죄 폐지 전에 발생해 현시점에서 처벌 가능한 사건은 많지 않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결국 검찰은 2010년 4월~2016년 12월까지 단원 8명을 23차례 성추행한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고, “피고인은 극단 내에서 왕처럼 군림하면서 장기간 상습적으로 수십명의 여배우를 성추행했고, 반성의 기미가 없으며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 씨 측은 “추행이 아니라 복식호흡을 유도하기 위한 독특한 연기 지도 방법” “예술, 연극을 하기 위해서는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다”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고집해 질타를 받았다. 

여성·예술단체, 법적 처벌 환영
“피해생존자들 용기·노력 결과지만 
죄질·상습성 비해 징역 6년은 미미”

여성·예술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법원이 이 씨의 범죄를 정당하게 처벌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답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씨가 저지른 범죄의 죄질과 상습성에 비해 1심 형량은 너무도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그 예술은 바뀐다!’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생존자들은 그간 수차례 언론과 경찰에 전화를 걸었지만 사건은 은폐됐으며, 결국 자신의 일상과 활동에 커다란 여파가 미칠 것을 각오한 몇몇 피해생존자들의 미투운동이 이어지고 나서야 법적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 “오늘이 있기까지 17명의 피해생존자가 그간 말하지 못했던 피해의 상처를 되새기며 경찰 조사에 임했고 그 중 8명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으로 점철된 피고인 변호인의 심문에 온 힘을 다해 대응하며 법정에 섰다”고 지적했다.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이 씨의 모든 범죄가 법의 심판을 받지는 못했다. 고소에 나선 피해자 23명(사건 62건) 중 8명의 사건 23건만이 다뤄졌다. 피해자 15명은 공소시효 만료로 법의 심판을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 공대위는 “우리가 접수한 연극인 탄원서 98부 중에는 아직 말하지 못한 피해가 있음을 알리며 드러난 사건만이라도 충실한 법의 판결을 받기를 탄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우리는 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권력을 이용한 상습적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맞서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피해의 고통을 직면하고 가부장적 사회의 부당한 시선을 견디며 연대하고 싸우는 고소인단의 용기와 힘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서 있는 이 자리가,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당당한 목소리와 정의로운 판결이 메아리치는 공간이자 성평등 사회질서를 구현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인에겐 연금, 청년에겐 주택…‘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추진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집은 있지만 고정 소득이 없는 은퇴한 고령자의 집을 매입해 대금을 연급 형식으로 지급하고, 해당 주택은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통해 저소득층 청년과 고령자들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연금형 매입임대)’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위한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기존주택 전세임대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9월 20일 행정 예고했다.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은 지난해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발표한 ‘연금형 매입임대’ 사업의 새 이름이다. ‘연금형’이란 주택 매각 대금의 지급 방법을, ‘희망나눔’은 매각된 주택의 향후 쓰임을 뜻한다. 

주택을 매도한 고령자는 매각 대금을 매월 연금방식으로 지급받고 필요할 때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된다. 고령자로부터 매입한 도심 내 노후 주택 한 채는 리모델링·재건축 후 저소득층 청년과 고령자 등에게 약 10호의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이번 훈령 개정안에는 공공주택사업자가 주택 매입대금을 장기간 분할해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사업으로 주택을 매도한 고령자가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만족하는 경우 당해 주택을 리모델링·재건축한 주택 또는 인근 지역의 매입·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신청자격은 감정평가 기준 9억원 이하의 단독주택 또는 다가구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부부 중 1명이 65세 이상)으로 한정하고, 사업자는 해당 주택의 입지 등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 가능성을 검토해 매입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주택을 매각하는 고령자는 주택 대금의 분할 지급 기간을 10년~30년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지원과장은  “이번 훈령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는 10월 중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사업의 주택 매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사업을 통해 노년층에게는 노후 생활의 안정을, 청년에게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훈령 일부개정안의 자세한 내용은 국토교통부 홈페이지(http://www.molit.go.kr) “정보마당/법령정보/입법예고”란을 참고하면 된다. 관련 의견이 있는 단체 또는 개인은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지원과로 10월 9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면 된다.

외교관 후보자 합격자 10명 중 6명이 여성

2018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종 합격자 45명 중 여성이 27명(6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는 2018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종합격자 45명의 명단을 13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발표했다.

연도별 여성 합격자 비율은 2014년 63.9%, 2015년 64.0%, 2016년 70.7%로 매년 상승했다가 지난해 51.2%로 하락했다. 특히 선발인원이 가장 많은 일반외교는 37명 중 여성이 25명(67.6%)다.

외무고시와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2009년(48.8%) 한 해를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 절반을 넘어섰다. 여성들이 외교부의 유리천장을 깨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의 삶을 바꾼 30대 사건] ‘독한여자’ 조롱 딛고 여성 장관 ‘30%’ 시대 열다

[여성의 삶을 바꾼 30대 사건] ⑧ 내각 여성 비율 30% 달성  

1948년 1호 여성 장관 임영신

참여정부 역대 최다 4명 임명

‘아줌마’ ‘울보장관’ 비하·조롱도

2017년 여성 장관 30% 시대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문재인 정부 첫 내각부터 여성 장관 5명과 장관급 여성 수장 1명이 발탁, 관행적으로 여성 몫으로 돌렸던 여성가족부 외에 국토교통부와 외교부, 고용노동부와 환경부까지 여성 장관이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남녀 동수내각’을 향한 첫 걸음이자 성평등 내각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이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여성 장관 비율은 31.6%다. 18부·5처·17청의 장관급 기관장 19자리 가운데 여성은 강경화 외교부, 김은경 환경부, 정현백 여성가족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장관급이 되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까지 6명이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이 비율에 이견이 없진 않다.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방송통신위원장 등도 장관급이라는 점에서 이들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피 처장을 제외하고 장관으로만 한정해도 27.8%로, 역대 정부의 초대내각과 비교해 가장 높은 비율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남녀 동수내각을 공언한 바 있어 임기 중 여성 장관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문재인 정부 2기 내각도 2명의 여성 장관이 새롭게 지명되면서 장관급 여성 비율 30%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페모크라트의 실험

<여성신문>은 여성정치세력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성 장관 임명 소식과 행보를 심도 깊게 다뤄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장관은 1948년 임명된 임영신 상공부 장관이다. 임영신 장관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에서 공부했고 1945년 ‘대한여자국민당’을 창당한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상공부 직원들은 “서서 오줌 누는 사람이 어떻게 앉아서 오줌 누는 사람에게 결재를 받느냐”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임 장관을 비하했다. 이에 맞서 임 장관은 “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 서서 오줌 누는 사람 이상으로 활동했다. 내게 결재 받으러 오기 싫은 사람은 사표내라”며 직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임 장관에 이어 김활란 공보처장(1950년 임명), 박현숙 무임소장관(1952년 임명)으로 ‘홍일점’ 장관이 이어졌다. 그 뒤 박정희 대통령 시절 25년 간 단 한 명의 여성 장관도 나오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첫 내각에 여성 장관 4명(21%)을 동시에 기용했다. 특히 그동안 여성이 임명된 적이 없는 법무부 장관에 40대 강금실씨를 임명해 ‘파격’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여성신문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기용이 “법무부와 검찰 내부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된 것으로 가장 획기적인 인사”라 평했다(2003년3월7일, 716호). 강 장관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여성이어서 일을 제대로 못할 것이란 우려를 이해할 수 없다” “성차별적 법령을 찾아 개선할 생각이다” 등의 주장을 전함으로써 페모크라트(femocrats : 여성주의 관료)의 탄생을 알렸다. “여성장관 4인방, 그들을 믿는다”(2003년3월14일, 717호) 기사에서는 4명의 여성 장관의 경력과 특징을 자세히 분석해 여성 장관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여성이란 이유로 반발하는 수구파의 딴죽에도 아랑곳없이 ‘갈 길을 간다’는 당당함이 눈길을 끈다고 평가,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현장’에서 다진 탁월한 기획력을 지닌 전략가, ‘참여 복지’를 강조한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과 ‘녹색 국가’를 목표로 한 한명숙 환경부 장관 등에 여성계의 당부를 전했다.

여성 장관 향해 열렬한 지지

김영삼 정부가 초대 내각에 장관 16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임명했고, 김대중 대통령 조각 때는 여성 장관은 2명, 장관급 1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첫 내각 때는 15명 중 여성은 2명, 박근혜 정부는 장관 17명 중 여성은 2명으로 1기 내각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신문> 기사들은 “새 여성 장관들이 일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지원하겠다”는 큰 맥을 따라간다. “여성 장관 4인방, 그들을 믿는다”(2003년3월14일 717호) 기사를 비롯해 “여성 정치인 경호본부 ‘맹활약 중’”(2003년4월18일, 722호), “‘여성 장관 서포터스’ 게시판 우수 서포터스 선정”(2003년5월9일, 725호) 등 일련의 기사들에서 여성 장관들에 대한 섣부른 공격은 꿈도 못 꿀 만큼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담아냈다. 여성 장관에 대한 각별한 지지는 여러 행사들로도 구체화됐다. 2003년 6월 2일 여성계 인사들을 모아 여성신문이 주최한 ‘강금실과 만납시다’, 2005년 1월 26일 여성신문이 주관한 ‘장하진 여성부 장관과 김선욱 법제처장의 취임 축하모임’ 등이 대표적 사례다.

남성 정치 관행과 성차별적 문화에 밀려 낙마하거나 단명하는 여성 장관들의 수난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홀대받는 문민정부의 여성 장관들”(1993년6월4일 227호) 기사를 보면 당시 여성 장관들은 눈물을 흘리면 “울보 장관”이라 조롱 받았고, 울지 않으면 “독한 여자”라는 비아냥을 견뎌야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금도 남아있다. 언론도 여성 장관의 실력보다는 외모와 옷차림을 기사화하며 “얼짱 女장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거나, ‘아저씨 장관’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으면서 여성 장관에게는 ‘아줌마’라는 호칭을 쉽게 붙이기도 한다.

남성 중심 조직에서 여성 장관이 여성의 눈으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으려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여성신문은 여성계 인사의 말을 인용해 “조직과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최소 비율인 30%의 크리티컬 메스(임계질량·critical mass)를 달성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숫자가 다는 아니다”라며 “‘페미니스트 대통령’과 ‘성평등 정부’가 선언적인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성평등을 국정의 중심에 세우고 여성 장관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2017년7월26일, 1450호).

[세상읽기]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세상읽기]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경제는 왜 알아야 하나

Q. 경제를 알아야 한다고 해서 관심을 두려고 하는데, 어렵기도 하고 잘 와닿지도 않아요. 제 일상은 경제라는 단어와 너무 먼 것 같은데, 제가 대체 왜 경제를 알아야 하죠?

A.

경제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은 꽤 복잡한 일입니다. 경제를 이루는 것이 가계, 기업, 정부고 경제적 행위가 소비, 생산, 교역, 투자, 정부 지출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벌써 머리가 아파지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경제를 알아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건 경제를 모를 때 생기는 불편함과 손해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불편함과 손해가 있을까요?

첫째, 경제를 모르면 삶의 중요한 순간에 옳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경제는 순환합니다. 좋은 때와 나쁜 때가 있다는 뜻입니다. 경제의 사이클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왜 생기는지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마다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니까요. 저는 경제의 순환을 만드는 요인으로 기업들의 과잉 투자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꼽습니다. 오늘은 투자에 대해서만 설명해보려 합니다.

경기가 좋을 때 사람들은 좋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기업은 설비를 늘리고 장사하는 사람은 가게를 확장합니다. 사람도 더 뽑습니다. 이런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동시에 하면 투자는 적정 수준보다 훨씬 많이 이뤄집니다. 과잉 투자가 수요 부족과 만나게 되면 불황이 발생합니다. 불황이 닥치면 매출은 줄고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은 몸을 움츠립니다. 월급을 깎고, 직원을 줄입니다. 새로운 직원 채용도 가급적 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학점이 나쁜 대학생도 취업이 쉽습니다. 비싸고 맛이 없는 식당도 장사가 잘 됩니다. 경기가 나쁠 때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도 직장을 구하거나 옮기기 어렵습니다. 아주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습니다. 내 실력보다 시시한 회사에 가야하고 내가 받아야 하는 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겨우 팔립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좋은 선택을 하려면 이런 경기의 흐름을 잘 알아야 합니다. 좋은 경영자는 경기가 나쁠 때 투자를 늘리고 경기가 좋을 때는 역으로 투자를 줄입니다. 호황이 계속되지 않고 불황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둘째, 경제를 모르면 재정적인 측면에서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요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집이 없는 사람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도 전세 혹은 월세를 택해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을 겁니다. 전세나 월세를 내는 대신 집을 사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예상을 했을 뿐 아니라 설령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집을 사는 것이 전세나 월세를 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경제를 알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주식, 채권 같은 것의 가격 움직임이 결국 경제의 좋고 나쁨과 연동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만해도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3년 국고채 금리는 5%가 넘었습니다. 지금은 2%가 채 되지 않습니다.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미래 현금 흐름의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리가 10%라면 지금 9천 90만 원이 1년 뒤 1억이 되지만, 금리가 0%라면 내년에도 9천 90만원일 뿐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내년에 연봉 1억을 지급하려면 지금 9천 90만원만 갖고 있으면 되지만 금리가 0%인 세상에서는 1억이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금리가 10%에서 0%가 되면 부담이 커진 기업은 채용을 꺼리게 됩니다. 같은 상황에서 집주인은 집값과 같은 수준까지 전세금을 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금리의 변화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은 자산의 가격에도 아주 큰 영향을 줍니다. 지금은 소득뿐 아니라 자산도 중요한 시대입니다. 경제를 몰라 자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지 못하는 것은 속상한 일입니다.

셋째, 경제를 알면 많은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가 쉬워집니다. 이건 제법 긴 이야기라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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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추석 제수용품 구입에 25만원… 전년 대비 4.1% 상승

4인 기준 평균 25만9959원   
지난해보다 4.1%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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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강정화) 물가감시센터(공동위원장 김천주·김연화)는 추석을 맞아 서울 25개구에서 90개 시장 및 유통업체의 추석 25개 품목에 대해 약 2회에 걸쳐 명절특별물가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추석 제수용품 25개 품목 평균 구입비용은 4인 기준 평균 25만9959원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이 평균 19만9637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이어 일반 슈퍼마켓(21만2878원), 대형마트(25만6443원), SSM(27만652원), 백화점(39만964원) 순이었다.

가장 저렴한 전통시장 대비 각 유통업태별 평균 구입비용을  비교해 보면, 백화점은 95.8%, SSM은 35.6%, 대형마트는 28.5%, 일반 슈퍼마켓은 6.6%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로는 축산물, 과일, 가공식품은 전통시장이 수산물, 채소·임산물은 일반 슈퍼마켓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25개 동일품목에 대해 지난해 추석 물가와 비교해본 결과, 각 가정의 제수용품 구입비용은 지난해 평균 24만9639원에서 4.1%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로는, 25개 중 17개가 전년대비 상승했으며, 8개 품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품목별 가격 변동을 살펴보면, 수산물은 8.0% 하락, 축산물(0.1%), 가공식품(0.2%), 과일(8.6%), 채소·임산물(21.1%) 순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여름 폭염으로 인해 채소·임산물 및 과일 품목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추석 제수용품 특별물가감시를 위해 3주 전(27만822원)과 1주 전(25만9959원)으로 2회에 걸쳐 조사한 결과, 추석 제수용품 구입 평균 가격이 3주 전 대비 4.0% 하락된 것으로 분석됐다. 채소·임산물 가격은 올해 기록적 폭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나 정부의 추석 성수품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상승폭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부의 수급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14.5%, 배는 27.1% 상승하는 등 과일류의 경우 소비자 가격 부담이 클 것으로 나타났다. 

1인 여성 기업가 7인 “사람이 브랜드다”

[여성 1인 기업가 컨퍼런스 ‘1 the woman’(원더우먼)]

문화, 공예, 물류,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서 활동하는 

1인 여성 기업가 7명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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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단절의 위험이나 정년 걱정 없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그런 꿈을 실현하며 자기만의 사업을 이뤄나가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문화 기획, 공예, 물류, 브랜딩, 코칭,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인 여성 기업가들이 자신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국내 최초 ‘여성 1인 기업가 컨퍼런스’가 18일 오후 7시 서울 홍대 잉겔스 카페에서 ‘1 the woman’(원더우먼)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이날 컨퍼런스엔 7명의 1인 기업 대표가 나와 자신만의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발표는 7인의 여성 기업가들이 직접 진행했다. 문화기획자이자 창업 6년 차의 정은빈 ‘청춘여가연구소’ 대표는 “문화기획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토리가 있는 커뮤니티 영역에서 시작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정 대표는 “다양한 일일 클래스를 만들다 보니 커뮤니티가 생기기 시작했다. 또 각각의 커뮤니티엔 스토리가 있기 마련”이라며 소셜기부경매파티 ‘X의유물’ 직장인 음악 모임 ‘브레멘음악대’ 등을 예로 들었다.

창업 2년 차 ‘에린의 웜아트’ 윤정현 대표는 일을 하는 데 있어 ‘행복’과 ‘만족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가 만족스럽고 행복하면 남들에게 보여줄 때도 큰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출신의 윤 대표는 11년 전 미국에 건너가 아이를 키우며 일했다. 워킹맘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우연히 취미였던 클레이 아트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게 되면서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는 “주어진 시간을 몇 퍼센트로 다룰 수 있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달라질 것”이라며 “제가 그래픽디자인과 웜아트 중 웜아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일의 성장과 나의 행복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희양 ‘콜드체인플랫폼’ 대표는 외국계 물류회사를 다니다가 창업에 뛰어들었다. 배송 회사 TNT를 시작으로 바이오 물류 전문기업 월드쿠리어(World Courier), 마켄(MARKEN) 한국지사 등에서 일했다. 퇴사 후 ‘적게 일하고 크게 어필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을 쓴 김 대표는 “회사는 평생직장이 아니라 프로젝트다. 이제는 남이 아닌 ‘나’의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진희 ‘김진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3년 전 나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처음 가졌다. 사무소를 개소한 뒤 첫 강의를 했지만 3분밖에 오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제 강의를 들으러 오시기도 한다”며 “꿈과 목표가 하나가 되는 과정에 있다 보니 하루하루가 바빠지고 금방 일어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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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화 J코칭연구소 대표는 “작년 12월 몇 명의 여성 대표들끼리 모였다. 이후 ‘여성을 위한 일을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지금의 컨퍼런스까지 이어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업에 있어 ‘신뢰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뢰가 쌓이면 흔들림 없이 굳게 믿고, 그 기반 위에서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뢰기반의 비즈니스는 고객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 개인의 성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 대표는 “회사에서 독립해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만약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이 또한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자신을 믿는 힘으로 계속해서 돌파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탁진현 심플라이프 대표는 ‘살아 숨 쉬는 지식과 경험의 공유’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10년 간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던 탁 대표는 일, 건강,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

탁 대표는 “우연히 방에 앉아있던 도중 ‘머릿속만큼 내 방도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날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필요 없는 자료와 물건 등을 정리했다. 텅 빈 공간을 보니 그 어느 때보다 큰 만족감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심플라이프’라는 웹사이트를 열고 집, 몸, 돈, 일, 마음 등을 단순화할 수 있는 다양한 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 1~2년 사이 미니멀리스트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칼럼, 출간, 강연 의뢰 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나눔을 키워드로 “나와 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을 찾을 때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희 마노컨설팅 대표는 “마노컨설팅은 공감을 통해 다양한 회사의 브랜딩을 해주고 있다.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며 “1인 창업을 하면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 자체가 브랜드가 돼야 한다. 본인의 가치,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은 1인 창업가의 영원한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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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으로] 외모를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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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지고 싶다. 인류는 단 한 순간도 이 명제를 버린 적이 없다. 이제는 배부르고 싶지 않고, 자식을 많이 낳기를 원하지도 않으며, 신을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시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시공간에 따라 변할 뿐이다.

여기 두 여자가 있다.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최성범 연출, 최수영 극본)의 미래(임수향 분)와 영화 ‘아이 필 프리티’(2018)의 르네(에이미 슈머 분). 미래는 ‘평타도 되지 않는’ 얼굴 탓에 자존감이 바닥이다. 다이어트와 성형 수술로 누가 봐도 미인이라 할 수 있는 외모를 ‘장착’하게 됐지만 아직 거기에 걸맞은 자신감은 못 가졌다. 한편, 르네는 자기 얼굴과 몸에 자신이 없다가 어느날 머리를 다치면서 거울 속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미인이 되었다고 믿게 된다. 영화 제목이 ‘아이 엠 프리티’가 아니라 ‘아이 필 프리티’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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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래야, 넌 이미 예쁘다. 그리고 외모보다 너의 배려심 깊고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더 예뻐. 자신감을 가져.” 르네에게도 마찬가지다. “르네야. 맞아. 아름다움은 결국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야. 너의 그 자신감이 널 아름답게 만들고 있어. 화이팅!” 그런데, 거울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인가?

우리는 원한다면 몸을 크게도 작게도 만들 수 있다. 머리색을 노랗게도 검게도 바꿀 수 있고 분홍색도 가능하다. 눈동자 색? 물론 바꿀 수 있다. 피부색도 바꿀 수 있고, 세월의 흔적도 없앨 수 있다. 코도 오뚝하게 만들 수 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애플힙을 가질 수도 있다.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를 통해, 또 여러 코스메틱 제품들을 통해 우리는 외모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상류층 사람들만 전족을 했고, 코르셋으로 몸을 조였지만 이제는 모두 그럴 수 있다. 돈과 시간만 있다면.

아름다움의 민주화랄까? ‘무엇이든 될’ 자유가 생기면서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 ‘굶어 죽을 자유’가 생긴 그들처럼 아름다움의 노예가 됐다. 우리에게 아름다워질 자유가 허락되면서 우리는 어떻게 해도 아름다워지지 못하는 자기혐오에 빠지게 됐다. 우리 눈에는 충분히 예쁜 미래와 르네가 그렇듯이.

자본주의는 여성을 ‘아름다운 꽃’으로 보게 만들었다. 뷰티 산업과 다이어트 산업, 그리고 성형의술, 그 외 수많은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폭력적인 외모주의는 점점 더 도를 더해갔고, 아름답지 않으면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으니 자존감이 떨어졌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더 아름답지 않다며, 이제는 마음에까지 화장을 하라고 세상은 요구한다. 명상이 돈이 되고, 멍때리기가 대회가 되며, 우울증은 산업이 됐다. 그렇게 외모를 넘어 마음까지 치장하고 바꾸게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불안함은 나만의 것일까?

헤겔은 『철학사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현존재를 자신의 특수한 성격, 욕망, 의지에 맞추고 그래서 자신의 현존재를 스스로 즐기는 자, 그는 행복하다.” 헤겔은 남자고, 옛날 사람이고, 잘나가는 철학자니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다.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그 역시 바꾸고 싶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성형수술을 하든, 다이어트로 몸을 줄이든 그것이 나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이라면 그 또한 나의 특수성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문제는 특수성이고 주체성이고 능동성이다. 보편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날 보편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내 기준을 스스로 정해 나만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

문환이 중학교 2학년때 주윤발에 반해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영화를 공부하고, 15년쯤 영화밥을 먹었다. 할 만큼 했단 생각에 아이맥스 극장도 없는 제주로 이주했다. 영화 일을 할 때만큼 영화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온전히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 작품 하나하나가 더 소중해졌다. 쉬는 날엔 책을 읽고 놀고 싶을 때는 TV를 보는 기혼의 무자녀 여성이다.  

[‘여성-창작’을 말하다] “영화를 계속 만드는 게 내 나름의 페미니즘 운동”
‘창조력’을 남성의 전유물로 간주해온 신화 앞에서 ‘펜은 곧 페니스인가?’라는 질문을 거듭해야 했던 여성의 역사는 길다. ‘왜 위대한 여성예술가는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누가, 무엇을 예술이라고 규정하는가’라는 권력에 대한 물음으로 고쳐 써야 한다는 항변도 이미 존재한다. 이 코너에서는 ‘여성-창작-새로움’의 의미망을 확장·갱신하기 위해 도전하는 동시대 젊은 여성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여성신문이 공동 기획한 이 인터뷰는 문화연구자 오혜진과 만화평론가 조경숙이 함께 총 10회에 걸쳐 진행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 여성신문 공동기획
[‘여성-창작’을 말하다] ③ 영화감독 전고운
영화 <소공녀>, <내게 사랑은 너무 써>의 감독 전고운을 만나다

영화 <소공녀>를 청년영화, 여성영화, 도시영화 등 뭐라 불러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는 ‘기호품’에 관한 영화다. 취향이 곧 재산이라는 ‘취존’의 시대에, ‘가난한 젊은 여성의 취향’이란 얼마나 손쉽게 평가절하되는가. 하얗게 세어버린 긴 머리를 한 채 위스키를 마시는 ‘미소’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어디 한 번 계산해보라고. 어떤 ‘가성비’ 셈법으로도 답 안 나오는 ‘취향의 값’을.

내게 너무 쓴 페미니즘

오혜진(이하 ‘오’): 감독님의 대표 단편 <내게 사랑은 너무 써>를 봤어요. 고등학생 남녀가 고시원에서 첫 섹스를 하는데, 남학생이 자리를 비우자 옆방 남자가 들어와 여학생을 협박하죠. ‘가만히 있지 않으면 너의 섹스 사실을 너희 엄마에게 알리겠다.’ 그게 두려웠던 여학생은 남자에게 강간당해요. 방 밖에서 그 상황을 인식한 남학생은 도망치고요. 꽤 자극적인 영화라, ‘이 연출은 여성주의적인가?’라는 의문도 들긴 했습니다.

전고운(이하 ‘전’): 포인트는, 여학생이 처한 딜레마적 상황은 남학생이었다면 겪지 않을 거라는 거죠. 청소년에게 섹스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신체는 이미 성숙했고 성적 호기심도 왕성한데, 청소년의 섹스가 금기시되다 보니 그게 총칼도 아닌데 협박수단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런 영화를 종종 찍다 보니 “너는 영화로 운동을 하려고 하는 거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제 영화는 그냥 ‘영화’가 아니라 ‘여성영화’로 분류됐죠. 그 이후 여성주의적으로 보이는 이슈를 우회적으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소공녀>는 그런 전략의 산물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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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여자, 괜찮잖아?!”

오: <내게 사랑은 너무 써>와 <소공녀> 모두 ‘공간’ 문제를 중요하게 다룹니다. <내게 사랑은 너무 써>에서 학생들이 섹스하는 고시원은 벽이 너무 얇아 그들의 대화가 옆방 남자에게까지 들리고요. <소공녀>는 비싼 집세 때문에 집을 버리고 친구들 집을 전전하는 여성청년 ‘미소’의 이야기죠.

전: ‘미소(微所, microhabitat)’는 ‘미생물이 서식하는 아주 작은 곳’을 의미해요. “도시에서는 인간이 인간에게 공간이 돼줘야 한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 있는데 무척 공감했어요. 물리적인 공간이 없어도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견딜 수 있거든요. 그런 물리적・관계적 의미의 공간이 모두 없어진 상황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오: 아주 좁은 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게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한 청년주거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책꽂이를 펴면 그게 침대나 소파가 되는 식. 그 효율적인 공간 활용에 놀랐지만, 그건 청년들에게 계속 욕망을 줄이라는 강요 같더라고요. 사람이 살려면 어느 정도의 넓이가 필요하잖아요. 누구는 넓고 높은 빌딩에 외부인은 들어오지 못하는 자기만의 왕국을 짓고 사는데 청년에게만 욕망을 줄이라는 건 기만적이죠. 그래서 미소가 그 좁고 비싼 공간을 버리고 떠나는 게 통쾌했어요.

전: 제가 집 문제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기보다는, 늘 겪는 일이니 그 문제에 대한 화가 쌓여 있어요. 서울에서는 지불한 돈에 비해 만족스런 집을 구할 수 없어요. 그렇게 희생해도 제대로 된 집을 못 얻을 바에야 과감하게 다 포기하는 인물을 보고 싶었어요.

오: 겨울에 섹스하려 옷을 벗다가 너무 추워서 “봄에 하자”라고 포기하는 미소와 남자친구 ‘한솔’의 대화가 인상적이에요. 청년담론을 촉발한 책 <88만원 세대>도 그렇게 시작하죠. 청년들이 돈 없어서 모텔 못 가고 섹스 못하는 상황을 ‘섹스의 경제학’이라고 불렀어요. ‘N포세대론’과도 통하죠. 이 담론들은 두 가지 이유로 비판됐습니다. 그 논의들이 상정하는 생애주기별 과업이 남성에게만 자연스러운 것인 만큼 청년의 얼굴을 남성으로 상상하게 한다는 점, 청년을 비용의 문제에 매몰된 경제동물의 형상으로 이해하게 한다는 점. 그런데 <소공녀>는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전혀 달라요. 오히려 돈이 없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취향’을 포기하지 않는 여성청년을 내세우죠. 저는 이게 청년담론의 남성 중심적이고 경제환원론적인 성격에 대한 대항으로 읽혔어요. 영화에서 돈 문제는 핵심적이긴 하지만, 미소가 어떻게든 돈을 더 벌려고 하는 인물은 아니잖아요.

전: 그 책 쓴 분은 88만원 세대 아니잖아요. 저는 정확히 88만원 세대, N포세대에 속한 여자에요. 옛날과는 상황이 꽤 달라졌어요. 청년들의 가방끈도 길어지고 대중매체에서는 자꾸 취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돈 벌기는 점점 힘들어져요. 즉 취향을 갖고 있어도 그걸 구현할 수가 없어요. 직장도, 집도.

오: 이 영화를 그냥 ‘청년영화’로 분류하는 게 불철저하다고 생각됐어요. 남성청년과 여성청년이 경험하는 현실은 다르니까요. 주인공이 ‘한솔’이었다면 영화는 달라졌겠죠. 생계방편으로 가사도우미를 선택하지 않았겠고, 담배나 위스키라는 취향의 맥락도 달랐겠죠.

전: 저는 <소공녀>가 최대한 많은 관객이 보는 여성영화가 되길 바랐어요. 계속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보장이 돼야 하니까. 그래서 여성문제를 대놓고 전면화해서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했어요. 그냥 “담배 피우는 여자, 괜찮잖아?!” 이런 느낌으로. 전 제가 영화를 계속 찍는 게 저 나름의 페미니즘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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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처절하게 살아야 돼?”

오: <소공녀>의 주인공은 역시 ‘담배’와 ‘위스키’ 같아요. 중후한 남자의 귀족적 취미라고 생각되는 것들인데, 빈곤한 젊은 여자가 이 취미를 정체성처럼 끝까지 고수한다는 게 핵심이죠. 사실, 모든 사물에 계급과 성별이 기입돼 있는 듯해요. ‘스타벅스 커피’는 ‘된장녀’의 상징이고, 좌파는 ‘샤넬백’을 들면 안 되고, 세월호 유가족은 ‘국궁’ 취미를 가지면 안 되고……. 이런 기준은 여성의 취향과 소비에 더 가혹하게 적용돼요. 미소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게 담배랑 위스키인데, 그게 친구 ‘정미’에게 “그 사랑 참 염치없다”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첨예한 문제가 되잖아요. 그 장면을 보고, 청년문제가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것 같지만 돈 문제로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미소가 위스키를 마시는 바 장면은 마치 미소가 소망하는 미래 같더라고요. 남녀노소 누구나 남들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취향에 집중하는, 도래하지 않은 민주적인 풍경.

전: 나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뭘 하든 신경 안 쓰는 반면, 아래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고급한’ 취향을 갖고 있으면, ‘네가? 나랑 같은 걸 소비해?’라고 재단하죠.

오: 전 미소가 친구들 집에 얹혀사는 값을 다 지불했다고 생각했어요. 매번 계란도 사갔고. 특히 아내랑 이혼한 남자 후배를 달래려고 미소가 감정노동 엄청 하잖아요. 미소가 집세 내듯 가사, 감정노동, 돌봄노동 같은 성별화된 노동을 하는 게 의미심장했어요.

전: 친구가 힘들어하면 이야기 들어주고, 밥 안 먹으면 밥해주는 건 성별화된 노동이기 전에 그냥 당연한 것 같아요. 집값이 이렇게 비싸지 않았다면, 이렇게 공간에 쪼들리지 않았다면 친한 옛 친구를 재워주는 일에 대가를 바랄까요? ‘네가 우리 집에 있는 동안 이만큼의 일을 했어’ 같은 계산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옛날엔 그냥 ‘이리 오너라’ 하면 객식구도 군말 없이 재워줬잖아요. 하지만 우리 모두 공간이 없다 보니 친구가 재워달라는 게 부담되고 계산하게 되는 거죠. 힘든 친구도 재워줄 수 없을 만큼 처절하게 사는 내 인생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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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만큼은 돈으로 살 수 없어

오: 정미와의 식탁 대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점입니다. 미소가 정미에게 ‘왜 그렇게 멀리 앉냐’라고 묻자, “여기가 편해”라고 답하는 정미의 대사는 결정적이에요. ‘너랑 나는 친구지만 계급이 달라’라고 명백히 선언하는. 그런데 영화가 유독 정미에게 냉혹한 듯해요. 남편 눈치를 보며 사는 정미도 복잡한 심경일 텐데, 미소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 위악적이죠. 정미가 미소에게 “너는 가정이 없어서 모르겠지”라고 말하는 장면에 이르면, 대부분의 관객은 이미 미소에게 연민이 생긴 상황이니 손쉽게 정미를 비난하고 싶어져요.

전: 친구 간에도 계급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정미는 인식하지만 미소는 감지하지 못하는 벽. 사실 제가 정미 같은 인간이에요. 그래서 저를 혼내고 싶었어요. “너를 위해서, 내가 너를 보내야겠다”라는 정미의 대사를 통해서, 사실은 보수적인데 ‘진보’를 빙자해 폭력적으로 구는 사람들을 풍자하고 싶었어요. 어떤 분들은 미소가 민폐 캐릭터라는데, 전 동의하지 않아요. 미소가 부탁할 때 ‘싫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됐거든요. 하지만 자기가 좋은 사람이고 싶으니까 거절하지 못한 거죠.

오: 미소의 노년을 생각하니 ‘맥도날드 할머니’로 알려진 권화자 씨가 떠올랐어요. 백발의 미소는 그분의 조로한 모습 같아요. 그분은 젊은 날 외교부에서 일하다가 노년에 혼자 맥도날드를 떠돌며 살았죠. 커피 한 잔과 영자신문을 들고요. 이분이 타인이 베푼 호의를 거절했다고 사회적 비난이 거셌어요. 노년 여성의 허영으로 매도됐죠.

전: 그걸 왜 비난하죠? 아무에게도 피해 주지 않았잖아요. 저는 ‘품위’ 만큼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해요. 미소는 품위 있는 인간이고, 그건 결코 돈으로 환산될 수 없어요.

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영화계에서 여성감독으로서 어떻게 ‘존재’하고 계신가요?

전: 어떻게 존재하는지는 제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단지, 제가 관심 있는 건 여성 이야기인데 이게 흥행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된다는 게 좀 슬퍼요. 남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자기가 잘 아는 남자 얘기를 쓰고, 티켓 파워 있는 남자배우를 캐스팅하니 흥행할 확률이 더 높아지잖아요. 그거 좀 억울하던데요.

전에 누군가 차기작 계획을 물으면 전고운 감독은 이렇게 답하곤 했다. “없어요. ‘여성’ 감독이니까.” ‘웃으며 싸우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전 감독만의 화법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렇게도 말했다. 언젠가 ‘몸 쓰는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힘 있는 여자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그러니 기다려 볼 일이다. “좀 공격적인 여자라도 괜찮잖아?!”라고 넘길 만한 마음의 근육을 키우며.

* 전고운: 영화감독. <내게 사랑을 너무 써>로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아시아단편 경선’ 우수상을, <소공녀>로 뉴욕아시안영화제 최우수영화상, 판타지아국제영화제 ‘AQCC 국제섹션상’ 등을 수상했다. ‘광화문시네마’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여성-창작’을 말하다] ① 웹툰 <먹는 존재>, <족하>, <홍녀>의 작가 ‘들개이빨’
www.womennews.co.kr/news/144017

►[‘여성-창작’을 말하다] ② 소설집 『쇼코의 미소』·『내게 무해한 사람』의 작가 최은영www.womennews.co.kr/news/144347

 

[img4] 오혜진 문화연구자.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공저), 『그런 남자는 없다』(공저),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 등의 책과 평론을 썼다.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연재했고, <문화/과학>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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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고 “다시 노동자 김지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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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민주노총이 발행하는 ‘노동과 세계’ 기고문을 통해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앞서 안 전 지사는 권력을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 8월 14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위력은 존재했지만 이를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판결했다.  이에 김 씨는 “예전엔 노동자였고, 지금은 안희정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다시 재판에 임하면서도 어떤 일도 하지 못하고, 수입을 벌지 못한다며 다시 노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래는 기고문 전문이다. 노동자였던 김지은입니다. 현재는 안희정 성폭력 피해 생존자입니다. 불편하실지 모르지만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정부 부처의 계약직 공무원이었습니다. 시작은 10개월 단기간 행정인턴이었습니다. 당시 계약직들은 근무기간이 다 되면 평가를 통해 일부 기간을 재연장하는 식이었습니다. 계약연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밖에 모른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학위를 따야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조언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그렇게 기간제 근로자, 연구직을 거쳐 계약직 공무원이 되었고 공공기관에서 6년 정도 일했습니다. 금융 채무자이자, 병환의 가족을 부양하는 실질적 가장이었으며, 성과로 평가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노동자 김지은의 모습이지만, 제 또래 많은 친구들이 비슷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선배로부터 세상의 부조리를 또 다른 일로써 해결할 수 있다며 선거 캠프 제안을 받았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근무 중인 곳의 계약 기간이 다 되어 월급도, 미래의 보장도 없는 캠프에 들어갔습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매일 새벽 사무실에 출근해서 동료들의 책상을 닦고, 쓰레기통을 비웠고,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캠프 안의 분위기는 기대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모두가 후보 앞에서는 경직되었습니다. 후보의 말에 대들지 말고 심기를 잘 살펴야한다는 이야기를 선배들로부터 수없이 들었습니다. 정치권에 온 이상 한번 눈 밖에 나면 다시는 어느 직장도 쉽게 잡지 못한다는 말도 늘 함께였습니다. 이력서보다 선배들의 추천과 험담이 채용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정치권 특유의 ‘평판조회’였습니다. 살아남으려면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선배들의 눈치도 봐야 했습니다. 이후 별정직 공무원으로 도청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채용이라서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충남 홍성에 내려갔습니다. 저에게 인수인계를 해주던 전임 비서는 지사를 8년 가까이 모셨지만, 해고 일주일 전에 통보를 받았습니다. 별정직 공무원의 임면 권한은 절대적으로 기관의 장인 도지사에게 있었습니다. 도청에 들어와 가장 힘들었던 건 안희정 지사의 이중성이었습니다. 민주주의자이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와 실제는 달랐습니다. 안희정의 수행비서는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휴일은 거의 대부분 보장 받지 못했습니다. 메시지에 답이 잠깐이라도 늦으면 호된 꾸중을 들어야했고, 24시간 자신의 전화 착신, 아들과의 요트 강습 예약, 개인 기호품 구매, 안희정 부부가 음주했을 때 개인 차량 대리운전 등 일반 노동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주어졌습니다. 가끔 선배들에게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비서는 업무의 범위가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지사가 지시하는 것이라면 뭐든 해내야 한다고 교육 받았습니다. 부모님의 수술에도, 친척의 장례에도, 제몸이 아플 때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새벽부터 주말까지 이어진 업무에 저를 돌볼 시간은 없었고, 생각할 시간조차도 없었습니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되뇌며 살았습니다. 스스로에게 잔인한 말 ‘괜찮아’ 라는 문장으로 저의 아픔을 무시하며 살았습니다. 점차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내 평판만 깎아 먹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괜찮은 척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지사 험담을 하면 혹여나 일에서 잘릴까 주변에 좋은 이야기들만 했습니다. 그러다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다음날 지사가 바로 사과 하는 것을 듣고 잊으려 했습니다. 아니 잊어야만 했습니다. 여러 차례 피해가 이어졌지만 더 주변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도망칠 수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눈밖에 벗어나지 않도록 더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비참하고 참담했지만, 그게 살 길이었습니다. 지사의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일만 했습니다. 노동권 침해와 성폭력 범죄 안에 갇혀 살았습니다. 저는 최초의 여성 수행 비서였기 때문에 이전 선배들이 겪었던 노동권 침해 뿐 아니라 성적 폭력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미투 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올 2월, 안희정 지사는 미투운동을 언급하며 제게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범행을 가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계속 안희정의 노예로 밖에 살 수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막고 싶었습니다.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졌고, 여러 존재의 압박이 가해진 상황에서 '안희정 무죄'라는 기울어진 판결문을 받아든 채, 지금은 항소심 중에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로 인하여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지위·직책·영향력 등 위력이 존재하지만 행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위력의 존재와 행사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느끼고 있는 일상적 위력은 눈에 보이는 폭행과 협박뿐만이 아닙니다. 침묵과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것, 직장에서 술을 강요당하고, 달갑지 않은 농담을 듣는 것, 회식자리에서의 추행도 노동자들이 겪는 위력의 문제이며, 심하게는 갑질로 나타납니다. 24시간 업무 중인 수행비서에게 상사의 지위는 24시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그것을 고의적으로 성범죄에 이용한 가해자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제가 마주한 현실은 이 중요한 판단을 기피하였습니다. 씁쓸하고 괴로웠습니다. 저는 더 이상 노동자 김지은이 아닙니다.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수입도 벌지 못합니다. 고소 이후로 반년 넘게 재판에만 임하고 있습니다. 재판 중에 노동자로서 성실히 일했던 제 인생은 모두가 가해자의 논리를 뒷받침하는데 좋은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피해자답지 않게 열심히 일을 해왔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수년간의 제 노력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삶으로 인정받기 이전에 피해자다움과 배치되는 인생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저는 이제 노동자가 아닙니다. 제가 만약 정상적인 노동자로서의 삶을 보장받기를 요구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피해자다운 것이 업무를 외면하고 현실을 부정하며 사는 것인가요? 하루하루의 업무가 절실했던 제가 당장 관두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다시 노동자가 되고 싶습니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부당한 지시를 하지 않는 상사와 함께하고 싶고,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 동료들과 일하고 싶습니다. 제가 다시 노동자가 되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언젠가 꼭 다시 불리고 싶습니다. 노동자 김지은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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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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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5·18과 여성 성폭력’ 주제로 학술세미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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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오후 2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세미나실에서 ‘5·18과 여성 성폭력’을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5·18기념재단 주최로 5·18진상규명특별법 개정을 통해 1980년 당시 여성 성폭력 문제를 진상규명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촉구하고, 피해자 중심의 여성주의적 접근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영필 교수(국회고성연수원)가 ‘5·18과 성폭력, 그리고 진상규명’ 주제발표를 맡는다. 이어 분야별 관련 주제 토론으로 진행된다. 토론 주제로는 ▲5·18과 여성 성폭력(김희송_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 ▲5·18민주화운동·성폭력·진상조사(안종철, 한국현대사회연구소)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성폭력 피해 사례와 사회적 배경(임태경_민족문제연구소 이사) ▲5·18 성폭력 생존자 증언의 의미와 우리의 과제(김선미, 여성학자) ▲고문 및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가혹행위 조사와 2차 피해 방지(장세레나,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회장) ▲5·18 성폭력은 국가폭력이다. 5·18진상규명 어떻게 해야 하나?(이윤정, 오월민주여성회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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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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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한가위는 서울놀이마당에서 흥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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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구청장 박성수)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서울놀이마당에서 추석특별공연을 연다. 이번 특별 공연은 주말과 추석 당일까지 3일간 판소리, 사물놀이, 전통춤 등 다채로운 전통공연을 선보인다. 22일에는 전통춤공연단체 ‘춤n판’이 흥겨운 춤 한마당을 연다. 나라의 풍요와 태평성대를 비는 ‘태평무’(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를 비롯해 화려한 부채로 아름다운 선을 그리는 ‘부채춤’, 역동적인 ‘진도북춤’, ‘북청사자놀이’ 등 우리 춤의 깊은 멋을 느끼게 해준다.  23일에는 국악계의 명인들로 구성된 서림예술단이 사물놀이를 비롯해 판소리, 장고춤, 농악놀이와 함께 신명나는 추석 판굿을 준비 중이다. 추석 당일 24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인 신영희명창과 남도민요보존회가 함께하는 한가위 풍류 공연이 꾸며진다. 이날도 남도민요 새타령을 시작으로 전통 무용 승무, 가야금 병창, 기악중주 시나위, 단가, 판소리 등 가족 모두 즐겁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예술 공연이 계속된다. 모든 공연은 오후 3시에 시작한다. 서울놀이마당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 모두 자유롭게 관람 가능하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한가위를 맞아 가족과 친척이 함께 서울놀이마당 특별공연을 즐기고 전통문화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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