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정치인사이드] 성 밖의 시민이 죽어가고 있다
[W정치인사이드] 성 밖의 시민이 죽어가고 있다
  • 신지예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
  • 승인 2020.11.12 09:51
  • 수정 2020-11-12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정한 ‘자살 예방의 날’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한남대교 난간에 누군가 써놓은 ‘나 좀 살려줘’ 글귀가 눈길을 끌고 있다.free prescription cards sporturfintl.com coupon for cialis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한남대교 난간에 누군가 써놓은 ‘나 좀 살려줘’ 글귀가 눈길을 끌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세상에 잘 왔다가 편안한 안식처로 떠난다.”

지난 7일 항공사 승무원 직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남긴 유서 중 한 구절이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항공사에 취업한 뒤 전세 대출을 받아 원룸을 계약했지만 코로나 19로 강제 휴직에 들어가면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하루 평균 38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조사 해당 기간 16개월 사이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는 26.9명이고, 모두 합해 1만3799명이 사망했다. 자살률은 연령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경우는 40대 이상부터  급격하게 자살률이 상승하고 70대 이상에서는 10만 명 가운데 45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사망률 42인 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보다 높은 수치로 전체 사망원인 가운데 3순위에 해당한다.

한국은 꽤 오랜 기간 OECD 국가들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여서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OECD 평균 자살률이 11.3명이고, 사회적 압박감이 우리와 비슷한 것으로 한국에 소개되고 있는 일본도 평균보다는 높지만 16.8명 선에 그치며 한국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 내부의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증표가 아닌가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2022년까지 자살률을 17명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2009년 31.0에서 2017년 24.3까지 꾸준히 감소하던 자살률 수치가 2018년부터 상승으로 돌아섰다. 특히 여성 자살율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8년에 비해 2019년 2030 여성 자살율은 여자는 6.7% 증가했다. 20대로만 한정해보면 25.5%나 늘었고 30대에서 9.3%, 10대에서는 8.8%가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는 23%라는 믿기 힘든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 다음에 이어지는 통계 수치는 더 충격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상반기 대비 2020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은 4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자살률이 근소하지만 1.4% 감소한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에서 기인한 각종 문제들이 불러온 우울증, 소위 코로나 블루가 이런 현상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사회적 교감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대한 피로가 더 쌓여 있다는 말이다. 유명 연예인의 죽음으로 인한 공조 현상이라고도 한다. 이 또한 여성들의 공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다른 진단처럼 보이지만 결국 여성이 가진 기질이 불러온 현상이라는 것인데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이것은 마치 혈액형으로 사람을 분류한 뒤 그 기준 틀에 사람을 욱여넣어 상황을 이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경기도의 높은 증가율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도 여러 곳이다. 강원도는 여성 자살률이 9.0% 감소했고, 전라북도는 5.8% 증가한 반면, 바로 맞닿아 있는 전라남도는 15.2% 감소했다. '기질론'에 따르면 이것은 지역별 여성들의 기질이 달라서라고 이해해야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런 편견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그리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2019년 발간한 자살예방 문헌집에는 자살의 79%가 자살 현황파악과 관리를 위한 자원이 부족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한국의 국가 재정 상황을 봤을 때,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여진다. 

한 명이 자살할 때, 20명 이상이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치르고 있는 이 전쟁 같은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 정치가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도 좋고, 검찰수호도 좋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그들만의 성 안에서 권력 다툼하고 있는 사이 성 밖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다는 잊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온다고 말해놓고 정작 그 대한민국의 미래가 죽어가는 상황을 남집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정치는 결국 국민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