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정치인사이드] 박원순과 김병욱, 성폭력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W정치인사이드] 박원순과 김병욱, 성폭력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 신지예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
  • 승인 2021.01.12 16:04
  • 수정 2021-01-13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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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의사 확인 전 공론화된 김병욱 사건
피해자의 호소에도 진실 규명 없는 박원순 사건
성폭력 사건은 정치 공학적 관점이 아닌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우선이다

최근 전 국민의힘 소속 김병욱 의원 성폭행 의혹에 입장을 밝혀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그중에는 진심이 담긴 요청도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간 박원순 시장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한 신지예라는 개인에 대한 욕설과 비난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정리된다.
1. 이거 봐라,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다 2. 박원순 하는 만큼 왜 김병욱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냐.

맞다. 성폭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문제이다. 정치권 뿐인가. 사회 전반에서 매일 같이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현 사태를 해석하기 어렵다.
 

인턴 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김병욱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가세연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내일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8. ⓒ뉴시스·여성신문
인턴 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김병욱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가세연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8. ⓒ뉴시스·여성신문

김병욱을 비난하고 사건의 진실 공방을 하기 이전에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이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의 말처럼 김병욱 사건의 공론화는 피해자가 피해를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졌다. 피해자가 사법구제와 공론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이는 사법 정의를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가 응당 있어야 한다. 그 일은 지금도, 앞으로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김병욱 사건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의사는 없어진 채 가세연의 유튜브로 공론화되고, 현 정권 지지자들로 인해 정쟁화됐다. 법을 무시하는 정서가 일반화된 정권이다 보니 그 지지자들 역시 닮아가는 것일까. 가세연의 사건 공론화 방식도 매우 문제적이다. 설사 가세연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제3자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를 공개할 권리는 없다.

반대로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핵심 중 하나는 피해자의 피해 호소와 사법구제 의사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공격하고 가해 사실을 부정하려는 조직적인 시도가 있다는 점이다. 가해자의 급작스러운 부재 상황 속에서, 박원순을 통해 호가호위하던 사람들과, 부산 시장에 이은 현직 서울 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민주당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집단적 2차 가해를 행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여성단체와 시민들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않으려는 권력의 폭력을 보며 피해자 보호에 앞장 설 수밖에 없다.

1986년 전두환 정권은 5.3 인천항쟁의 정보를 캐어내기 위해 한 사람의 인권을 짓밟는다. 피해자가 엄연히 있음에도 언론은 정권에 해가 될 것을 인지하고 왜곡 보도를 일삼았다. 조선일보는 같은 해 7월 17일 피해자의 ‘성모욕 주장은 혁명과 폭력을 속성으로 하는 급진세력의 투쟁 전략 전술에서 살펴볼 때 그 진위가 더욱 분명하게 판명된다’는 기사를 작성했다. 성고문은 성모욕으로 연화됐고, 피해자의 고발은 의도를 가진 정치적 행위로 변질돼 유포됐다. 피해자 권인숙 현 민주당 의원의 용기와 고 조영래 변호사의 헌신이 없었다면 당시 한국사회 기저에 깔려 있던 여성 폭력은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가해자였던 부천경찰서 문귀동을 엄호했던 권력집단은 더 오랜 시간 시민들 위에 군림했을 것이다.

전두환 정권과 문재인 정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두환 정권 권력의 피해자들이 지금 정부의 권력자가 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두 집단이 세상을 보는 태도가 다른지는 점점 그 판단을 유보하게 된다. 특히 박원순 성폭력 사건을 두고 현 정권의 실세들이 했던 말과 태도는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아울러 그 시발점에 여성운동을 주도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있다는 것에 참담한 마음이다.

여성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김지연씨가 서울 영등포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이 있는 건물 입구에 붙인 대자보. 김씨는 “수직적인 위계질서로 인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는 여성단체연합의 ‘박원순 피소’ 유출 사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본인 제공
여성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김지연씨가 서울 영등포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이 있는 건물 입구에 붙인 대자보. 김씨는 “수직적인 위계질서로 인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는 여성단체연합의 ‘박원순 피소’ 유출 사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본인 제공

박원순 피소건 유출 당사자로 밝혀진 여성단체연합 대표의 사무실에 이런 대자보가 붙었다. “여성단체는 정치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에 있어 가해자와 함께하기를 택했다. 더 이상 피해자가 고립되지 않도록 조직의 위계질서를 타파하고, 정치권과 결탁 없는 운동을 이어나갈 것을 촉구한다”

성폭력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성폭력을 대할 때 우리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피해자를 향한 연민과 공감 그리고 연대를 놓는 순간 우리 사회는 지옥이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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