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정치인사이드] 우리에겐 새로운 가족이 필요해
[W정치인사이드] 우리에겐 새로운 가족이 필요해
  • 신지예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
  • 승인 2020.11.25 09:27
  • 수정 2020-11-25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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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일으킨 새로운 가족형태의 필요성
덴마크, 프랑스 등의 시민결합제도 한국에도 도입해야
한국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자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그것도 방송인이 자신의 몸에 대해 말하기란 쉽지 않다. 일본 출신 후지타 사유리는 그 드문 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방송인 사유리씨. ⓒ 여성신문

 

최근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선택한 비혼 출산을 계기로 다양성에 기반한 새로운 가족형태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 민법상 가족은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이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 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한정된다. 건강가정기본법에서는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가족이라고 정의내린다. 국가의 대부분 정책도 이런 법적 토대하에서 소위 ‘정상가족’이라 호칭되는, 이성간의 결합을 통해 형성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3~4인 집단을 중심에 놓고 설계되며 집행된다. 

정상가족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사회 관계는 이른바 ‘위기가족’이다. 위기가족은 공동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도 없고, 같이 살 집을 계약할 수도 없고, 합산 명의의 세금을 내는 것도 불가하고, 아이를 함께 기르는 데에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다양해지는 사회 구성원들의 결합형태를 제도가 반영하지 못하는 사이 발생한 불행은 전부 개인들이 떠안고 있다.

2013년 10월 부산 북구의 아파트에서 62세의 여성 김모씨가 투신자살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여고동창생인 허모씨와 40년 넘는 동거 관계를 유지하며 허씨 명의로 구입한 아파트에서 거주해왔다. 김씨가 자살하기 두달 전 허씨는 말기 암 판정을 받았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던 허씨의 조카가 법적 대리인 자격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40년 넘게 살아온 사람의 간병은 커녕 문병을 가지도 못했고, 허씨와 함께 일군 재산과 집을 허씨 조카에게 강탈당하는 처지에 이른다. 결국 김씨는 허씨와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위기를 겪는 그의 곁에 국가는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례 일반 알현 행사에 나가 사람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례 일반 알현 행사에 나가 사람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카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재임 7년을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말한다. 교황은 동성애자들도 하느님의 자녀이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가족에게서 버려지거나 비참해져서는 안된다며 시민결합법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우발적인 것이 아닌 소신에 가깝다. 교황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직에 있을 때도 법적으로 동성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었다. 동성애에 관한 한 가장 보수적이라는 카톨릭의 수장의 발언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민결합은 간단히 말해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결혼과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해주는 법제도이다. 

덴마크는 1989년 세계 최초로 파트너십등록제라는 이름으로 시민결합 제도를 시작했다. 성별 관련 없이 성인 두 명이 서로를 파트너로 등록하기만 하면 일반 결혼 관계와 다름없는 사회적 법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시민결합제도가 가장 일반화 됐다고 평가받는 곳은 프랑스다. 프랑스에서는 '시민연대협약'(Pacte civil de solidarité, PACS)이라는 이름으로 이성 동성 구분 없이 성인 두 사람이 공동생활을 위해 시민결합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시민결합을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과정도 간단하다.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프랑스의 시민결합은 동성혼 뿐 아니라 비연인들 사이의 사회적 결합까지 법적으로 보호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해당 제도를 도입한 첫 해인 1999년 부터 이성커플 간의 시민결합이 동성커플보다 20배 정도 높은 수준이고, 2018년에는 27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기존의 결혼제도가 담지 못하는 사회적 관계의 존재가 상당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통계청
2019 혼인율 통계 ⓒ통계청

2019년 한국에서 진행된 혼인의 수는 24만여 건이다. 이는 전해 보다 7.2%감소한 수치이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한국에서 혼인률 감소는 10여년 연속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출산률을 올리기 위해 2006년 부터 쏟아 부은 국가 관련 예산만 120조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 모순에 대한 근본적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1997년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 자기운명결정권이 조항의 전제임을 말하고 있다. 아울러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는 자기운명결정권에 함께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헌법으로 이미 보장되고 있고, 재차 확인까지 된 지점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 사회는 정형적 가족 관념을 벗어나 개인의 선택을 기반한 다양한 가족 형태의 제도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성애 결혼 제도만을 유일한 가족 구성의 방식으로 고집한다면 한국 사회의 지속성은 바닥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그 시점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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