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정치인사이드] ‘방탄 국회’는 이제 그만
[W정치인사이드] ‘방탄 국회’는 이제 그만
  • 신지예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
  • 승인 2020.10.28 18:26
  • 수정 2020-10-28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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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한 국회의 헌법적 권리
2020 국감에서 민생과 정책에 대한 고민 찾기 힘들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를 결사 보위하고 국민의 힘은 뚜렷한 한방 못 만들어내
방탄 국회가 아닌 민생 국회를 열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75주년 교정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10.28. ⓒ뉴시스·여성신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75주년 교정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10.28. ⓒ뉴시스·여성신문

“국감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한 국회의 헌법적 권리이다. 새누리당의 국감 행태를 보면 측근을 지키기 위한 방탄 국감을 넘어서 국회가 청와대 부속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약속했던 초심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2016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2020년도 국정감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추미애 전 대표의 발언이 새삼스럽다.

이번 국정감사는 21대 국회가 맞이하는 첫 번째 국정감사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해 사회 경제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도 컸다. 특히 역사상 전례 없는 절대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정감사장의 모습이 이전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역시 남달랐다.

국감을 시작하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민생을 위한 ‘정책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실정을 들춰내는 깐깐한 검증”을 하겠다고 맞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대표의 말은 실현되지 않았다. 국감 기간 내내 더불어민주당이 말한 민생과 정책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를 결사 보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뚫어낼 힘과 능력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을 막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 채택을 철저히 반대했다. 이런 행태는 거의 모든 상임위에서 동일했다.
 

정춘숙 국회 여가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7. ⓒ뉴시스·여성신문
정춘숙 국회 여가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7.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시를 감사하는 행정안전위원회의 국감에서는 아무 말 대잔치가 열렸다. 서정협 권한대행은 사건 자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고 진상규명은 인권위 조사로 떠넘겼다. 서울시가 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용폰을 포렌식 조사하지 않는지, 사건처리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누가 피해자의 요청을 묵살했는지, 7월 8일 대책회의의 참석자가 누구였는지 중요한 질문들은 던져지지도 않았다. 민주당 측 의원들은 너무도 조용했다. 행정부 감시의 책임을 지는 국회의원은 정당 입장보다는 민생을 먼저 돌봐야 한다. 아무리 여당 의원들이라지만 도 넘은 침묵이었다. 여성가족위 국감도 맹탕이었는데, 의원들의 질문 자체가 날카롭지 못한 탓도 있지만, 박원순과 오거돈 사건 관련해서 야당이 요구한 사건 관련 핵심 증인 채택을 더불어민주당인 모두 거부한 문제가 컸다.

국방위 감사에서는 증인과 참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감사가 진행되는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외교통일위원회 감사에서는 지난 9월 북한의 총격으로 살해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의 친형이 증인을 자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증인 참석을 막아섰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양경찰 고속정이 중국 측의 고의 충돌로 인해 침몰한 사건에 대해서 “주권 국가로서 국격과 공권력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국민들의 자존심이 공격받은 사건”이기에 철저히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의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감 파행에 있어 책임은 여야를 넘나든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위원장과 야당 간사가 서로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며 추태를 부렸다.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켰던 박덕흠(전 국민의 힘) 의원은 재배정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10차례 국감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국감장에서 핸드폰 게임을 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펭수와 이근대위 같은 유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자신의 인기몰이에 이용하려는 의원들도 있었다.

국감 시작부터 라임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여야 정쟁으로 인해 생산적인 국감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전문가들 역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의견이 많다. 그나마 몇 가지 사안을 두고서 정상적으로 이뤄진 질의응답 역시 원인진단과 책임소재 파악 그리고 대안제시로 이어지기보다는 의미 없는 질타와 호통에 가까웠다.

ⓒ뉴시스·여성신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국감 도중 자신의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뉴시스·여성신문

 

이번 국감이 남긴 생산적인 결과는 단 한 가지가 아닐까 싶다. 어느 정당이 집권을 해도 현재와 같은 국감 제도 하에서는 최악의 국감은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이었던 정당들은 자신들이 충분한 권력이 없기 때문에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며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하곤 했다. 이번에 그들 스스로 그동안 해왔던 말이 얼마나 거짓이었는지 증명했다. 심지어 그들이 장악한 국회는 이전보다 훨씬 더한 추태와 무능을 낳았을 뿐이었다는 점을 더불어민주당은 뼈아프게 자각해야 한다.

이제 국감은 상임위별로 일정을 분산해 상시 열리는 방식으로 전환이 돼야 한다. 지금처럼 일 년에 단 한 번 특정한 시기에 국감이 집중되는 방식으로는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감사가 불가능하다. 상임위 활동과 감사활동의 연계가 입법으로 이어지도록 제도가 연결되는 것이 ‘민생 국회’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아울러 국감 증인의 위증과 고의적 불출석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정당한 상임위 자료제출에 대한 행정부의 거부 역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500조가 넘는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행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식물 국감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표현처럼 한국의 현재 상황은 매우 엄정하다. 국민의 대의 기관으로서 국회가 온전히 서지 못한다면 겨울이 지나도 이 땅에 봄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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