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젠더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 선거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여성후보와 여성정치인 수적확대 위한 기준 마련돼야”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이 정치권에서 여성이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고리를 끊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각 정당들은 지역구 여성후보 공천비율 30%를 의무화해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신문은 지난 31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젠더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 선거’를 주제로 내년 4월 총선에서 다뤄질 성평등 의제를 제시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참석해 현재의 성평등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여성들 성평등 요구해왔지만 정치권 변하지 않아”

황연주 사무국장은 “여성들이 정치권에 성평등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전혀 변한 게 없다”며 “그동안 선거를 치르면서 성평등·페미니즘 지우기는 날이 갈수록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투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2018년 지방선거부터 성평등은 중요한 의제였고 여성들은 성차별 문제 해결을 어느 때보다 열심히 요구해왔다”고 분석했다.

여성정책연구원에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국민의견수렴의 장으로 작용했던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0만명 이상 청원 중 젠더, 안전, 돌봄, 일·생활균형, 재생산권 등 여성과 밀접하게 연관된 의제가 40% 이상을 차지했다. 처음으로 청원 10만명을 넘은 의제는 ‘N번방 성착취 해결 촉구’이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치권에서는 페미니스트 정치를 내걸고 출마하는 여성 정치인들이 등장했으며, 여성의제를 중심으로 결성된 ‘여성의당’이 창당됐다. 2019년 정당들은 ‘여성공천 30%’를 약속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국가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총선 결과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남성은 243명(81%), 여성은 57명(19%)로 남성이 과다대표되는 결과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는 정치인들이 다수 고발됐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성을 30% 넘게 공천할 때만 지급되던 여성추천보조금을 10%만 넘어도 모든 정당이 차등적으로 여성추천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정했다.

황 사무국장은 정치권 내 성평등은 발전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남성들에게 공정이란 자신들이 원래 가져야 했던 권력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남성들에게 표를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여성들을 차별하는 게 정치권의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여성후보 공천비율 30% 의무화하는 공직선거법 제정해야”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황 사무국장은 정치권에 성평등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현재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는 여성후보 공천비율 30%를 의무로 하는 공직선거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비례대표의석뿐만이 아니라 지역구의석에서도 공천여성비율을 의무화하고 특정 성별이 공천에서 60% 이상을 넘지 않도록 권고했다”며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논의에서 성별균형 문제가 같이 이야기돼야 하는데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후보 공천확대를 주장할 때마다 정당들은 ‘여성 인재가 없다’, ‘여성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성정치인을 키워내는 것 역시 정당의 몫”이라며 “특히 거대양당은 정치영역에서 여성이 차별받는 구조에 대해 정당이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라고 촉구했다.

황 사무국장은 “왜 여성들이 정치권에서 계속 활동하기 어려운지 점검하고 남성중심적 관행과 규범을 바꿔야 한다. 성평등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지금 정치권에는 성평등정책을 실현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후보의 공천확대를 위해서는 다수를 차지하는 기득권 남성 정치인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국회, 정당, 정치인들이 결단을 내리고 비로소 정당민주주의 향한 선거가 되길 간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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