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 선거’]
8월 31일 4‧10 총선좌담회
‘젠더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 선거’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성평등 공시제는 공시만으로 끝내선 안 돼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3층 의원간담회의실에서 열린 4‧10 총선좌담회 ‘젠더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 선거’에서 발표하고 있다.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3층 의원간담회의실에서 열린 4‧10 총선좌담회 ‘젠더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 선거’에서 발표하고 있다.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공정 안에 분배라고 하는 문제가 분명하게 제기돼야 한다”며 “정부가 R&D 예산을 감축해서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고 하는데, 이는 대한민국 기초과학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지난달 31일 지적했다.

여성신문사 총선기획단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본청 3층 의원간담회의실에서 4‧10 총선좌담회 ‘젠더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 선거’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참석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노동 분야 발제를 맡아 ‘여성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 돌봄 노동 공공성 강화, 성평등하고 안전한 여성 일터 필요, 성평등 공시제 도입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배진경 대표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몹시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총선 과제로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노동자의 돌봄권 보장, 안전한 일터를 꼽았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대해 그는 “여성은 계급화된 노동시장 안에서 여성이라고 하는 이유로 항상 바닥에 놓여있다”며 “정부는 구조적 차별은 지우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평등 공시제를 추진하겠다고 얘기했다. 내용을 보면 여성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며 “그러나 핵심이 빠졌다. 모든 정책을 공시로만 끝내게 돼서는 앞으로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근절도 들었다. 그는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은 밝혀내기가 어렵다”며 “지원자 성비 대비 합격자 성비를 공개하면 성차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3층 의원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4‧10 총선좌담회 ‘젠더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 선거’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3층 의원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4‧10 총선좌담회 ‘젠더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 선거’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노동권 확보에 대해서는 “현행 68년 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 아래에서 노동자의 정의가 아직도 바뀌고 있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노동법 23조의 개정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지만, 아직도 공회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년 총선에서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받는 차별 문제가 있다”며 “법이 인정한 사각지대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면 끝나는 문제”라고 해결책을 제안했다.

통계청 사업장 규모별 적용 인구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수는 121만개로 전체 사업장 184만개의 65.7%에 달한다. 노동자 수는 503만명으로 15.29%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15시간 미만 노동자 문제도 과제로 들었다. 그는 “제외 조항을 몇 가지만 삭제하면 15시간 미만 노동자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여성신문‧송은지 사진작가

그는 노동자의 돌봄권의 보장도 내년 총선 아젠다로 제안했다. 그는 “돌봄 관점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며 “모두가 돌봄자, 노동자, 시민이라고 하는 다중 정체성을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지만 돌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돌봄권 확보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장기간 노동은 성차별을 심화시킨다”며 “누군가가 돌봄을 전담하는 구조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배진경 대표는 장시간 노동 아래서 여성 노동자는 시간 빈곤자가 될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 대표는 “시간 빈곤을 경험하는 상황에서는 노동자로서도, 돌봄자로서도 결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며 “젊은 아빠들은 육아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만, 노동시간이 긴 탓에 육아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의 이주가사노동자 도입 시범 사업을 예로 들며 “맞벌이 부부의 양육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며 “모범모델로 예를 들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저출산 국가”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여성 노동자의 산업안전에 대해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돌봄의 공공성이 강화돼야 하고, 돌봄을 위해 전 세계의 여성 돌봄에 책임 부담을 연쇄적으로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여성 노동자의 작업 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산업 안전 기준을 향상하기 위해서 고용노동부 전담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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