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가해자 엄정 조치”
연내 ‘온라인 성범죄’ ‘스토킹 범죄’ 인사규정 개정
‘대리고발제’ 및 젠더 전문기관 통해 피해자 지원
직급·세대별 맞춤형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예정
‘여성 제외’ 논란됐던 당직 제도는 전면 폐지 추진
공사 대책에 직원들은 실효성 체감 못해
호신용품으로 상해 입히면 직원 책임…“사실상 못써”
인원 증대 없는 2인1조 순찰 “말 안 된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4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서울 중구 신당역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교통공사 소속 여성 역무원이 근무 도중 스토킹 범죄로 목숨을 잃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전주환 사건)’이 발생한 지 200일이 흘렀다. 직원들에게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고 사건 재발을 막을 서울교통공사의 안전 대책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두고 있을까. 

여성신문이 정보공개청구한 바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5년간 성희롱 11건, 성폭력 7건으로 직원 총 18명을 징계했다. 지난해 성희롱으로 2명이 정직됐고, 불법촬영·강제추행 등 성폭력은 5명으로 당연퇴직, 파면, 정직, 감봉 등 조치를 받았다.

공사는 “직장 내 성비위 발생 시 무관용 인사원칙에 따라, 가해자에게 △중징계 적용 △승진 및 표창 제한 △후생복지 혜택 제한(5년) △평가급 불이익(2년) 등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엄정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사는 올해 안으로 ‘온라인 성범죄’ 및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사규정 등을 개정할 계획이라며 쇄신의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직급별로 직원 대상 성폭력예방 교육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가 여성신문의 정보공개청구에 올해 직원 대상 성폭력예방 교육을 직급·세대별 맞춤형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피해자 의사 반영될 있도록 조치...세대별 맞춤 성폭력 예방교육 예정

피해자를 위한 조치로는, 신고가 위축되지 않도록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해 공사에서 직접 경찰 등 외부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대리고발제’를 운영 중이며, 외부 젠더 전문기관과 협약을 체결해 성범죄 피해자가 드러나지 않고도 피해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는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 인식 개선을 위해 전 직원 대상으로 4대폭력(성희롱·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미이수 시 승진이나 근무평가에서 불이익 조치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조직 구성원 대상 설문조사, 심층인터뷰를 통해 리스크 사례를 발굴해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올해 교육은 직급·세대별 맞춤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상범 사장의 ‘여성 당직 배제’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심야 당직의 경우, 역 직원의 위험 노출 최소화와 심야근무 폐지를 통한 건강권 확보를 위해 전면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5~8호선은 당직 근무가 없고, 1~4호선의 경우 본부 제도개선TF를 통해 논의 중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호신용 경보기와 전자 호루라기. ⓒ여성신문
서울교통공사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호신용 경보기와 전자 호루라기. ⓒ여성신문

직원들은 변화 체감 못해… “이것으로 안전 보장해 줄 수 있나”

공사는 사건 발생 이후 여성 직원 전체에는 호신용 경보기, 남성 포함 전 직원에게는 전자 호루라기를 지급했다.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등 위협이 느껴질 때 누르거나 불어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공사 직원 A 씨는 공사가 내놓은 이런 ‘대책’을 개탄스러워했다.

“저를 포함해서 경보기를 지급받은 여성 직원들이나 호루라기를 지급받은 남성 직원들이나 전부 다 (경보기 등이) 책상 위에서 뒹굴고 있거나 서랍 안에 들어가 있거나 (한 상황이다). 저희가 볼 때는 너무 우스운 거예요. 이게 어떻게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나.”

호신용 ‘페퍼스프레이’도 안전보호구로 지급됐다. 하지만 이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게 직원들 반응이다. 여성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공사는 “본인의 생명과 신체 보호를 위해서 최소한도로 사용하고, 혹시라도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혀 공사가 소송을 당하면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직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직원들이 실제로 사용하려 해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A 씨는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호신용 스프레이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스프레이를) 관리하고 점검하느라 직원들 일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신당역 사고 재발방지 및 근본대책 촉구 전국철도지하철 역무직종 대표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신당역 사고 재발방지 및 근본대책 촉구 전국철도지하철 역무직종 대표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인1조 순찰 의무화? 인원 증대 없이는 현실성 없다

노조 측은 신당역 사건에서 피해자가 홀로 순찰하다 참변을 당했다는 점에서 2인 1조 순찰을 위한 인원 증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공사는 지난해 12월 ‘역직원 2인1조 순찰강화 계획’을 통해 원칙적으로 직원 2명이 순찰하되, 해당 역에 직원이 1명밖에 없으면 사회복무요원을, 사회복무요원이 없으면 기간제 사원을, 이마저도 없으면 인근 거점 역의 지원을 받는 것을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보기엔 이 계획도 현실성이 없다.

주간에 B역에는 직원 2명이 근무한다. 인근 역인 C, D역에는 각각 3명, 2명이 근무한다. 만약 B역에서 한 명이 휴가를 간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해당 역에는 주간에 직원 1명만 남는다. 공사 지침에 따르면 혼자서는 순찰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인근 역인 C역에 지원을 요청한다. 하지만 C역은 다양한 노선이 지나가는 큰 역사라 ‘바빠서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D역에 지원을 요청한다. D역에서 지원을 오면, 이제는 D역에 직원이 혼자 남아 순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 구간(신논현∼중앙보훈병원)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30일 오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사진은 24일 서울 광화문역 승강장이 출근하고 있는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광화문역 승강장이 출근하고 있는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여성신문

A 씨는 이런 현실 때문에 공사의 인원 증대 없는 2인 1조 계획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지금까지 계약직 증원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대책은) 저희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방법일 수 없고, 어떤 사고가 났을 때 공사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근거는 될 수 있다”며 “두 명이 근무하도록 우리는 지시했는데 현장에서 임의로 혼자 돌다가 사고가 난 거다, 혼자 돌더라도 대처할 수 있게 다양한 안전 장비들을 지급했는데 제대로 관리하거나 사용하지 않은 직원의 탓 아니냐”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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