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 제보 분석
# 사장에게 상사가 어깨마사지를 요구하고, 이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합니다. 여성 고객이 오면 뒤에서 얼굴이 어떻고 몸매가 어떻고 성희롱적인 발언을 항상 해서 너무 듣기 싫고, 제가 없는 자리에서 어떻게 내 뒷말을 할지 두렵습니다. 참다 참다 사장에게 성희롱 사실을 신고하고 퇴사를 했으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다가 원청 직원의 성추행으로 인해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가해자는 평소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는 사람입니다. 업무 지시를 하면서 제 허리를 쓰다듬어 매우 불쾌했지만 계속 일을 해야 하니 참고 넘어갔습니다. 둘이 있을 때 머리카락을 떼어주겠다며 가슴으로 손을 뻗어 쳐낸 일이 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회사에 가해자의 성희롱, 성추행 행위를 신고하였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견디다 못한 제가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12월 23일은 신당역 스토킹 사건(전주환 사건) 100일이다. 살려달라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일터에서 발생하는 젠더폭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신당역 살인사건 직후인 9월 21일 직장갑질119는 여성 노무사와 변호사로 구성된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해 제보를 받았다. 9월 2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석 달 동안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사례는 25건이었다. 이 중 강압적 구애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추행에 해당하는 원하지 않은 신체접촉 6건, 외모 통제 5건 순이었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장내 성희롱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2022년 9월 발간한 ‘서울시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환경 실태분석-직장 내 성희롱을 중심으로’에서 15∼64살 여성 노동자 16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자 응답자의 30.7%가 최근 3년(2019년 4월∼2022년 4월)동안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
이에 비해 2021년 여성가족부의 30인 이상 사업장 대상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서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 비율은 7.9%였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30인 이상 사업장의 3.8배에 달하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은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을 담당하는 고충처리부서를 마련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또한 사업장의 임원진이 사용자의 친인척으로 구성되는 경우도 빈번하므로, 사업장 내 사용자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직장갑질119 박은하 노무사는 “조직 내 직급상 우위에 있는 자가 일방적으로 행하는 구애행위의 장르는 로맨스가 아닌 호러다. 이는 권력에 기반한 폭력행위이므로 노동자 보호 의무가 있는 사용자와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사업장 내 조직문화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성희롱 예방교육 등 법정의무교육을 이수하여 폭력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젠더폭력 피해자의 노동권이 침해되지 않고 평범했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