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후 개정안 발의 26회
발의안 통폐합·반대의견 수렴에 처리 지연
“국민 인식·심각성 반영해 신속히 처리해야”

지난해 9월 21일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21일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신당역 살인 사건(전주환 사건)’ 발생 직후부터 200일 동안 총 26개의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쏟아졌으나 법안을 심사하고 처리해야 할 국회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4일 불법촬영 및 스토킹 혐의로 재판받던 전주환은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했다. 사건 직후 정부와 국회는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연내 통과를 자신했다. 정부안과 의원안을 포함해 발의된 총 26개의 개정안 대부분은 현행법의 허점으로 꼽히는 △반의사 불벌죄 폐지 △가해자 위치추적 △온라인 스토킹 범위·처벌 강화’ △피해자보호지원 등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먼저 법무부는 반의사 불벌죄 폐지와 가해자 위치추적 조항을 담은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입법예고했다. ‘연내 통과’를 자신했지만 해를 넘겨 지난 2월에서야 국회에 넘어왔으며, 여야 개정안 모두 국회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을 심사와 수정안을 다루는 법사위는 지난해 10월 개정안을 처음 논의할 때만 해도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한 해를 넘겨 살인 사건 200일이 지나도록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법사위 의원들이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지는 있지만 수십 개의 개정안을 통합하고 법원행정처 등에서 제시하는 검토 요구를 반영하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2월 20일 두 번째 논의에도 의견을 모으지 못했고, 4월 중으로 세 번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나 이번에도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지부진한 처리 속도에 국회가 스토킹을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신속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은 “법무부장관까지 나서서 빠른 통과를 장담했는데 지금까지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국민들이 스토킹이 심각한 범죄임을 이미 알고 있고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데 절차를 이유로 통과가 늦어진다는 해명은 변명처럼 느껴진다”며 국회에 분발할 것을 요구했다.

박선영 한국젠더법학회 회장 역시 절차를 지키되 가능한 빨리 통합된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합의안 마련에 법사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회장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안이 중복될 경우 법사위원장 이름으로 통폐합한 대안을 만들어 한 번에 처리한다. 그것이 법사위원장 역할이고 국회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신속히 처리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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