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성계 과제·소망] 강간죄 판단, 동의 여부로 바꿔야
[2022년 여성계 과제·소망] 강간죄 판단, 동의 여부로 바꿔야
  • 정리=이하나 기자
  • 승인 2022.01.11 09:46
  • 수정 2022-01-11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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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2022년 새해를 맞는 여성단체들은 더 나은,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여성단체 11곳에 올해 단체가 주력할 현안과 목표에 대해 물었다. 간호법 제정, 여성기업 상생 플랫폼 구축, 연합운동조직 강화를 위한 토대 구축 등 단체 현안부터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해인만큼 심도 깊은 성평등 정책에 대한 요구와 여성 정치 세력화의 구체적인 전략과 백래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내놨다.
남녀 간 임금 격차를 공시하는 ‘성평등임금공시제’의 법제화, 사이버 성폭력 피해 지원 체계 구축, 여성청소년 월경용품 보편 지급 등 법 제정에 대한 요구도 뜨겁다.] 

8일 오전 서울 서대문 골든브릿지빌딩에서 여성신문이 '4·7 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성평등 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 좌담회를 열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홍수형 기자

1953년 형법 제정시부터 형법상 강간을 폭행·협박 여부로, 그것도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저항이 곤란한 정도의 폭행·협박이었는지 피해자에게 묻는 방식으로 판단해왔다. 68년째 현실의 성폭력과 형법상 강간죄의 간극으로 각축이 벌어진다. 폭행·협박을 매번 사용할 필요 없는 위력 관계, 친밀한 관계는 기소도 안 되고, 신고도 못 된다.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준강간은 피해자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묻고 따진다. 불법촬영·유포는 ‘이게 무슨 성폭력이냐’며 사소화하는 저항에 놓인다. 형법 개정은 20대 국회에는 10개 개정안, 21대 국회에는 3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성폭력을 동의 여부로 정립해야 할 국제적인 흐름은 도외시하고 무고 운운하는 담론으로 퇴행한다. 수사·재판 현장은 이미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성폭력들을 다루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 더 많은 판례가 이어지기를, 법 개정이 제대로 논의되길 기대한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을 바란다. 해군 상관 두 명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이 대법원에 4년째 계류 중이다. 1심 해군 법원은 각 10년, 8년 형을 선고했지만 고등군사법원은 2018년 11월 무죄를 선고했다. 군대 내 상관-부하 관계를 모르쇠하며 폭행·협박이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무죄를 선고한 고등군사법원.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촉구한다. 한편, 남성 2인이 만취한 여성을 클럽에서 숙박업소까지 끌고 갔던 성폭력 사건이 1‧2심에서 준강간 판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무죄 선고 된 후 2020년 5월 대법원 상고됐다. 이 사건도 발생 후 5년째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가 있다. 준강간 문제를 제대로 직시한 대법원 파기환송을 기다린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위헌 결정을 내렸다.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 진술녹화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한 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 중 해당 내용을 위헌 결정한 것이다. 당장 19세 미만 피해자가 법정 진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전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도 이어질 수 있다. 대체입법이 즉각 논의돼야 한다.

이밖에도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대체입법 마련, 성폭력 피해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비와 무료법률구조금 예산 마련,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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