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2022년 새해를 맞는 여성단체들은 더 나은,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여성단체 11곳에 올해 단체가 주력할 현안과 목표에 대해 물었다. 간호법 제정, 여성기업 상생 플랫폼 구축, 연합운동조직 강화를 위한 토대 구축 등 단체 현안부터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해인만큼 심도 깊은 성평등 정책에 대한 요구와 여성 정치 세력화의 구체적인 전략과 백래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내놨다.
남녀 간 임금 격차를 공시하는 ‘성평등임금공시제’의 법제화, 사이버 성폭력 피해 지원 체계 구축, 여성청소년 월경용품 보편 지급 등 법 제정에 대한 요구도 뜨겁다.] 

김양희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홍수형 기자
김양희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홍수형 기자

지난해 3월, 전국 모든 청소년 대상 월경용품 구입비 지원 내용을 담은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 통과로 월경용품 보편지급의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대상 연령만 확대됐을 뿐 예산 편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보편지급이라는 말이 무색한 채 2021년을 넘겼다. 경제적 어려움을 애써 증명해야 지원해주는 정책은 이제 그만. 청소년 75%가 월경용품이 비싸서 사기가 망설여진다고 답한 바 있다(서울시 청소년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설문조사, 2021). 코로나 시대 더욱 위협받고 있는 청소년의 월경권을 시혜에 의존하게 하지 말라. 말 그대로 개인의 경제적 형편, 배경 상관없이 지원해달라. 조례만 통과시켜 놓고 역시 예산 편성 0원으로 버티고 있는 서울시 역시 올해는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시행하기 바란다.

2021년 안에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왜인지 마냥 미루고만 있는 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조사도 끝났고 보고서 작성도 마무리됐다고 하는데 왜 발표를 망설이는 걸까? 설마, 일회용 생리대 사용이 여성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 때문에? 여성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몸으로 알고 있다. 차마 인정하긴 힘들어 보이는 건 정부와 기업이다. 납득할 수 없는 발표 지연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지 말라. 숨김없이 발표하고 앞으로 어떻게 여성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보여달라.

기후위기의 예고편같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기업, 성장 중심적인 해법에 매달려있다간 지구의 종말은 앞당겨질 뿐이다. 나중에는 없다. 생태적이고 성평등한 사회로의 전환을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한다. 첫째,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폐기하고 기후정의법을 채택하여 정의로운 전환의 방향을 확고히 해야 한다. 둘째, 신공항 사업같은 대규모 토건 개발 사업을 중지하고 생태계 보전과 돌봄 예산에 투자해야 한다. 더이상 도로, 교통, 항만, 수송만이 사회의 인프라가 아니다. 셋째,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성인지적 기후변화 정책 수립을 위해 성별 분리통계 생산 적용을 의무화하고 기후위기 관련 의사 결정 과정에서 60대 40 원칙 등으로 여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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