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의 보통날] 존중과 안전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을 소망한다
[김지은의 보통날] 존중과 안전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을 소망한다
  • 김지은 작가(『김지은입니다』 저자)
  • 승인 2022.01.14 09:33
  • 수정 2022-01-14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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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8일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 장미와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뉴시스
2019년 3월 8일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 장미와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뉴시스

존중과 안전을 원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존중받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권력의 차이에서 오는 힘의 불균형으로부터 보호 받고, 잘못을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으며,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소망한다.

내가 당한 범죄를 고발했을 때 나는 다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모든 것을 찾아 검증하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유명 로펌 변호사들의 인신공격성 질문들을 들으면서도 꿋꿋이 이겨냈다. 가해자 측이 의료정보를 왜곡해 온라인에 올리고, 정치인들과 유명인들이 2차 가해에 가세했을 때도 나는 이 싸움이 언젠가는 정의롭게 끝날 것이라 믿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은 가해자에게 유죄를 내렸고, 법정 구속에 처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사과하지 않았고, 그 틈 사이로 가해자 주변인들의 음모론성 글들은 이어졌다. 가해자의 수감기간 동안 내내 이어진 2차 가해는 가해자가 풀려날 때까지도 계속되거나 더 심해질 것이다.

여성 혐오 범죄인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수많은 정치인들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다. 여성들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 중 대통령이 당선됐다. 미투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위드 유를 외쳤다. 정치인들도 제도화를 통해 범죄 방지와 피해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지만 모두 말 뿐이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 중 한 곳이 또다시 문을 닫는다. 성폭력 사건 초기 피해자에게 기초적인 도움과 회복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곧 사라진다. 여성을 향한 잔혹한 살인사건을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했던 후보와 무고죄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를 젠더 공약으로 만들겠다는 후보들의 연설이 세상을 잠식한다. 페미니즘을 말하면 배척 받고, 차별 받는 세상이 되었다.

시간은 거꾸로 흘러간다. 개인의 소망과 외침들로 작은 변화가 이뤄질 듯 하다가도 결국 세상은 힘 있는 몇 사람의 판단에 따라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 큰 힘을 가진 사람,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말이 잘못된 방향을 가리킬 때 시민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진다. 나아감과 물러섬의 반복 속에서 언젠가 역사는 진보하겠지만, 그 사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더 쓰러져 갈 것이다. 개인이 흘리는 피의 양이 많아질수록 마침내 퇴행은 멈추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대선을 앞두고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악과 차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람들부터 아예 외면해 버리겠다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진정성을 가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정당과 배경을 떠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존중과 안전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힘겹지만 다시 신문을 펼쳐 작은 희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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