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의 보통날] 변화의 길목에 서서 봄을 기다린다
[김지은의 보통날] 변화의 길목에 서서 봄을 기다린다
  • 김지은 작가(『김지은입니다』 저자)
  • 승인 2021.11.25 11:04
  • 수정 2021-11-2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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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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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차고, 세상을 부유하는 폭력의 말들은 얼음 같이 날카롭다.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들에 부딪힌다. 곧 겨울이 온다. 겨울은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더 매섭다. 

권력에 맞서 미투를 한 후 4년, 여전히 추위 속에 있다. 가해자가 유죄를 받고 감옥에 가 있지만 위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가해자를 중심으로 위시했던 측근들은 여전히 국회의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장,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변호사, 유명 병원장, 청와대 행정관으로 영전해 사회 곳곳에서 활약 중이다. 미투의 대상은 가해자 한 명이 아닌 권력 그 자체였음에도 권력을 가진 인물들은 조금의 반성도 없이 미투를 비하하며, 공고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최근 가해자의 한 친척이 가해자를 옹호하며 미투 무고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동안 2차 가해에 동참해 법적 처분을 받은 지자체 공무원과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2차 가해에 가담했다. 미투를 통해 만들어진 사회 변화를 애써 무시하며 음모론을 만들고, 범죄를 부정한다. 이름 모를 존재들의 절규로 세상은 조금씩 전진해왔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있어 변화의 시간은 더디다. 

성폭력 범죄의 가해자들은 자신들보다 약한 사람을 범죄 대상으로 선택한다. 힘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드러난 결과를 바탕으로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해달라고 외치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이 호소를 젠더라는 틀에 가둬 비아냥댄다. 오히려 왜 자신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냐며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한다. 스스로의 불편함, 자신들의 지지층만을 생각할 뿐 죽음과 폭력의 공포 앞에 살려달라 외치는 사람들의 아우성은 무시한다.

이대남과 이대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을 단순히 표로 생각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편가르기에 동원되는 표현일 뿐, 인권과 안전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청년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세상을 변화시켜왔지만 결국 공고한 변화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반성과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시민을 구분 짓고 편가르기 하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 

변화의 길목에 있고, 계절은 흘러간다. 대통령 한 명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작은 외침들을 편견 없이 들어줄 그 누군가가 권력을 가지길 소망한다. 안전한 나라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무거운 생각 없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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