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의 보통날] 오늘도 우리는 말한다
[김지은의 보통날] 오늘도 우리는 말한다
  • 김지은 작가
  • 승인 2021.08.27 08:03
  • 수정 2021-08-27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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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당사자들은 고발에 나선 순간부터 학내에서 가혹한 공격을 받았다. 피해 경험을 떠올리고 말하는 것도 힘든데, 쏟아지는 비판과 조롱은 더 큰 상처가 됐다. ⓒFreepik
총구 앞에 서 있지는 않지만, 유무형의 폭력 앞에 노출된 우리는 외친다. 부디 성별과 권력의 경중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똑같이 존중해달라고 말이다. ⓒFreepik

멈추지 않고 말한다. 말하고 또 말해야 비로소 살 수 있다. 부당한 일에 소리치지 않으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시끄러운 소리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눈 흘김조차 우리에겐 사치다. 시간이 흘러 피 맺힌 외침이 진실로 인정받아도 사람들은 관심 갖지 않는다. 그저 거슬리는 소리를 듣던 그 잠깐의 불편함만을 기억할 뿐이다.

SNS 속 현대판 마녀재판

사회적 강자는 다르다. SNS에 몇 마디 푸념을 끄적여도 여러 곳의 언론에 대서특필된다. 언론의 검증 없는 전달 행위만으로도 거짓 주장은 공신력을 갖게 되고,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 사이 가짜는 사실로 변장한다. 강자가 행한 거짓의 끄적임으로 누군가 고통의 터널에 들어가도, 강자는 자신의 생각을 끄적였을 뿐이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대중의 관심사를 검증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그럴듯한 말을 첨언하기도 한다. 이 땅의 어느 누구도 사회적 강자에게 마녀재판을 주관할 어떠한 자격도 부여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허영심을 사회적 공명심으로 치장하며 과시하듯 읊조린다. 그 사이 마녀재판은 화형식으로 끝나간다.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공정은 힘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고, 권력자는 공정을 살 수도 있다. 사람도 사고, 시간도 사고, 여론도 산다. 이에 맞서는 사람들은 온몸이 아스러지도록 싸워도 결국 강고한 벽에 부딪힌다. 냉혹한 현실을 거쳐 제도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감옥에 가둬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줄 몇몇의 사회적 강자가 다시 읊조리기만 해도 결국 사람들은 결과에 의심을 갖는다. 오랜 시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들여온 고통과 시간은 한낱 의미 없는 일들이 된다. 권력자의 배짱과 든든한 자산 아래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규칙은 무참히 짓밟히고, 피해자는 그 사이 바짝 마른 장작이 된다. 오히려 공정과 정의는 강자의 인기를 얻기 위한 슬로건이 되고, 마른 장작은 그 꺼지지 않는 불길에 재료로 던져진다. 그 어떠한 진실도 사회적 강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그뿐이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똑같이 존중해달라”

약자들은 목소리를 내고, 고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 받고, 투명인간이 된다. 고발자의 개인정보는 대중 사이에 떠다니고, 사내 따돌림을 받다 직장을 잃는다. 학업을 중단하고, 무대를 접고, 꿈을 포기하며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삶이 바뀐다. 이마저도 요원한 사람들이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딘가에서 여성들의 인권과 생명은 위협받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고, 자유를 빼앗긴다. 교육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한다. 소리칠 곳도, 도망칠 곳도 없는 그들을 그저 눈물 흘리며 지켜볼 뿐이다. 지구 반대편의 우리는 그들에 비해 분명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지만, 이 역시 오랜 시간 누군가의 고통과 저항 위에 쌓여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생명의 위협과 거친 조롱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말한 분들의 희생으로 그나마 우리도 이어 말하기를 하고 있다.

총구 앞에 서 있지는 않지만, 유무형의 폭력 앞에 노출된 우리는 외친다. 부디 성별과 권력의 경중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똑같이 존중해달라고 말이다. 우리의 외침이 언젠가는 사회적 강자의 허황된 푸념과 거짓을 잠재우리라고 믿는다. 오늘도 우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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