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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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이 전국의 20대 여성 가운데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여기는 1169명을 대상으로 ‘현존하는 인물 중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여성 인물은 누구인가?’라고 물은 결과 ‘없다’가 1위(389명, 33.27%)를 차지했다. 구체적인 인물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218명,18.64%), 박근혜 전 대통령(105명,8.98%),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55명, 4.70%),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진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이 꼽혔다. 

‘없다’고 답한 연령대와 지역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1990년 출생자부터 2000년대 출생자까지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이들 중 몇몇 사람들은 ‘없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여성 리더가 가시화 되길 원한다’, ‘우리 사회에 롤모델로 삼을 만한 여성 인물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느낀다’, ‘실존인물을 롤모델로 삼지 않는다’는 답을 남겼다. ‘모든 여성의 삶이 롤모델이다’, ‘모두를 본받아야 하고 나는 나다’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90/00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롤모델 없다’고 답한  이유를 “세대간 갈등”때문으로 봤다. 윤김 교수는 “기성세대 여성들이 과연 1020세대 여성들이 절박하다고 여기는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며 “‘없다’는 대답은 기성세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새 길을 내겠다는 90/00세대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인물로 언급 된 인물 1위는 강경화 장관, 2위 박근혜 전 대통령, 3위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이 차지했다. 강 장관은 첫 여성외교부 장관으로, 트레이드 마크인 은발이 장관 임명 당시부터 젊은 여성들로부터 ‘탈코르셋’의 연장 선상에서 지지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성주의 운동의 진보 성향과 뚜렷한 대조를 보임에도 선택됐다. 윤김 교수는 “좌파 남성들 또한 우파 남성과 다르지 않다는 실망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난 것”이라며 20대여성들이 “박 전 대통령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만 이해하며 박정희의 딸로 읽어내는 행위를 여성혐오로 이해한다.”고 보았다. 보수 정치인 중 롤모델로 삼을 만한 여성 정치인이 없는 것 또한 박근혜를 선택한 이유로 해석했다.

이어 선택 된 인물 중에서는 김진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눈길을 끈다. 김진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지난 4월 출간된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의 저자기도 하다. 그는 책을 통해 페미니즘이 도덕성 싸움이 아닌 남성에게 빼앗긴 밥그릇을 되찾는 투쟁이라고 설명해 90/00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에 출연하며 범죄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을 보이며 팬층을 얻었다. 특히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통찰력으로 많은 여성들이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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