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성매매업소 화재 참사 20주기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
23일 군산서 열려...300여 명 참석

“운 좋아 살아남은 여성으로서 더 외칠 것...
그 누구도 어떤 여성도 잃고 싶지 않다
성매매 자체가 여성에 대한 폭력·착취
국가, 여성들 범죄자로 내몰아선 안 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주최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가 지난 23일 오후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과 대명동·개복동 일대에서 열렸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주최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가 지난 23일 오후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과 대명동·개복동 일대에서 열렸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언니, 언니, 저희 왔어요.”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활동가들이 “대답 없는 안부를 전하는” 편지를 띄웠다. 지난 2000년과 2002년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 참사로 희생된 여성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편지다.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가 지난 23일 오후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과 대명동·개복동 일대에서 열렸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연대)와 지역 여성단체 활동가와 시민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민들레순례단’의 이름으로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계기가 된 군산 화재 참사를 기억하고,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자 매년 9월 군산을 찾아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20년간 이어온 반성매매 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 현장.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 현장.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행사는 여성인권티움의 김현정, 전한빛 활동가의 사회로 시작됐다. 행위예술가 한영애 씨의 추모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하영 전국연대 공동대표의 인사말과 참가단체 소개에 이어, 참사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정미례 전국연대 정책자문위원이 현장 증언을 했다.

2000년 9월 19일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에서 여성 5명이, 2002년엔 대명동에서 불과 1km 떨어진 개복동 성매매업소에서 여성 14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현장에선 여성들을 감금했던 쇠창살과 막힌 창문, 여성에게 거액의 빚을 지게 만드는 성 산업의 착취 구조와 자유를 향한 갈망에 대해 기록한 일기장 등이 발견됐다. 

19명의 억울한 죽음 뒤에야 2004년 ‘성매매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됐다. 법 시행 첫날 최은순 변호사, 이정희 변호사 등이 유족을 대리해 국가와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결과도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최초로 인정” 했다.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과 대명동·개복동 일대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 현장.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과 대명동·개복동 일대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 현장.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가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가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활동가가 추모 편지를 낭독했다. “언니의 희생이 고통받는 여성들을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게 한 시작이 되었다”며 “더 이상 그 누구도 어떤 여성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언니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성매매방지법이 없었다면, 나와 함께 해준 여기 모인 이들이 없었다면,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해줄 사람들이 없었다면 저는 이곳에 서서 언니에게 안부를 전할 수 없었을 거예요.”

‘미아리 텍사스’로 불리는 서울 성북구 성매매 집결지 철거 상황을 두고 “그곳에 머물러있는 여성들이 자주 생각난다. 과거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겠구나.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누가 진짜 날 도울 수 있을지”라며 안타까움과 연대의 뜻도 표했다. “그곳에 있는 언니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그 어떤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어떤 결정이든, 어디에 있든, 살아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또 “운이 좋아 살아남은 성매매여성으로서 더 많이 외치고, 성매매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를 흔들어야 한다는 미션이 생겼다”는 다짐도 밝혔다. “어떻게든 살아내서 우리가 당한 일들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견디며 살아온 것도 억울한데 여성이 처벌까지 받는 세상, 바꿔내야 합니다.”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 현장.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 현장.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 현장.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지난 23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2025년 반성착취 여성인권공동행동 민들레순례단 20년 기념 추모문화제’ 현장.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참가한 반성매매 활동가들은 공동선언문에서 “두 차례의 화재 참사를 목도하며 우리의 운동은 성매매 자체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착취임을 분명히 깨달았다”고 외쳤다.

또 “성매매는 오랜 세월 이어진 성차별 구조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해자 없는 범죄’로 남아 있다”며 “국가는 더 이상 여성들을 범죄자로 내몰아서는 안 되고, 여성들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단호하게 성매매 수요를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 한국도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를 실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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