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셋째주 기준 휘발유 1729원·경유 1636원
경유 2년 만에 1600원 돌파
연말 성수기 석유제품 수요 증가
환율 변동성 여파 이어질 듯

환율 급등과 유류세 인하 축소가 맞물리면서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4주째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경유 가격은 2년 만에 1600원대를 돌파하며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연말 성수기 석유제품 수요 증가와 환율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름값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이 지난 22일 발표한 ‘국내 석유제품 주간 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6~20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29.7원으로 전주보다 25.8원 치솟았다. 10월 다섯째 주부터 오르기 시작해 4주 연속 상승세다. 상승 폭도 전주(18.8원)보다 더 커졌다.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38.5원 상승해 1636.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이 주간 기준 16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23년 11월 넷째 주(1607.8원) 이후 약 2년 만이다. 휘발유보다 가격 상승폭이 더 컸던 까닭은 국제 경유 가격이 휘발유와 달리 상승세를 보인 영향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휘발유 가격이 1799.1원으로 가장 높았고, 부산이 1705.8원으로 가장 낮았다. 상표별로는 SK에너지 주유소가 휘발유 1737.4원, 경유 1644.1원으로 가장 비쌌으며, 알뜰주유소는 휘발유 1701.2원, 경유 1609.2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국내 기름값 급등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유류세 인상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1월 셋째 주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63.1원이었고, 지난 21일 1475.6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환율은 해외로 나가는 자금이 더 많아서 국내에 달러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했다.
정부가 이달 1일부터 기름값에 붙는 세금인 유류세 인하율을 축소한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 코로나19 확산 때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자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했고, 계속 연장해 왔다. 그럴수록 세금 수입이 줄어들어 재정 적자가 심화한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인하율을 낮추기로 했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10%에서 7%로,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는 15%에서 10%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는 리터당 738원에서 763원으로 25원, 경유는 494원에서 523원으로 29원 올랐다.
정유사 공급가격도 올랐다. 11월 둘째 주 휘발유 공급가격은 전주 대비 6.7원 상승한 1668.5원, 경유 공급가격은 33.2원 오른 1606.7원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 제시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불발 가능성 등으로 하락했지만, 국제유가 변동분은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만큼 당장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3일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정유·주유소 업계에 자발적 협조를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