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젠더법의 현황

[편집자주] 법에 따라 국가와 사회조직이 운영되고 인간관계가 규율되는 법치국가에서 법령과 그에 따른 판례의 형성과 변화는 성별에 따른 사회적 지위와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신문은 법을 여성과 젠더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젠더법 강좌]를 연재한다. 1부는 법과 젠더 및 성평등의 관계, 2부는 한국젠더법제사, 3부는 젠더법의 현황, 4부는 젠더판례를 주제로 한다.

ⓒ심숙연 디자이너
ⓒ심숙연 디자이너

[‘성별차등대우법’의 뜻과 범위]

‘성별차등대우법’이란 성별에 따라 권리·의무와 지위를 다르게 규정하여 성차별 여부에 관한 논란을 발생시키는 법을 말한다. 주로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대우하여 ‘남녀차등대우법’이라고도 한다. 

남성에게만 징집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유흥종사자”를 “부녀자”로 제한하고 있는 ‘식품위생법시행령’ 등이 포함된다. 반면 여성 특유의 생리·임신·출산·수유와 같은 모성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남성보다 여성에게 유리한 근로조건을 부여하고 있는 모성보호법과 성별에 관한 오랜 고정관념과 차별로 발생한 현저한 성별 격차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실질적 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사회참여에 부진한 특정성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적극적 조치법은 국제협약과 우리나라 법에서 성차별의 예외로 인정하므로 제외된다. 

[‘성별차등대우법’의 쟁점]

‘남녀차등대우법’에 관한 쟁점은 남성과 여성을 왜 다르게 대우하는지,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과 차이를 어떻게 인식한 것인지, 즉 이 법의 젠더(gender)가 무엇인지, 합리성이 있는지, 성차별이 아닌지다.

그런데 법과 판례는 성차별을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성에 속한 개인이나 집단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합리성’은 남녀차등을 정당한 것인지, 성차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문제는 ‘합리성’이 판단자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주관성이 크고 모호하며, 또한 성별에 관한 인식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되는 가변성도 크기 때문에 사안을 적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성차별의 법적 개념과 예외]

‘남녀고용평등법’은 2001년 8월에 전부 개정될 때, 성차별의 개념과 예외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자의적 판단의 여지를 감소시키고자 하였다. 현행법은 제2조(정의)에서 “차별”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 [사업주가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性)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이 법에서 성차별에서 제외되는 것은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여성 근로자의 임신·출산·수유 등 모성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하는 경우”다. 

그러므로 고용과 관련한 남녀차등대우는 이 법이 규정한 성차별의 개념과 예외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성차별의 사법심사기준] 

헌법재판소는 ‘남녀차등대우법’의 ‘헌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경우에 ‘엄격한 심사기준’ 또는 ‘합리적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엄격한 심사기준’은 군인이 제대 후 공무원 채용시험 등의 채용시험에 응시할 때, 과목별 득점에 만점의 3~5%를 가산해 주도록 규정한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조항을 ‘위헌’으로 1999년 12월에 결정하면서 처음 사용하였다. ‘헌법’ 제32조제4항(“여성은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과 제36조제1항(“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과 같이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경우와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기준은 합리적 이유의 유무를 심사하는 자의금지 원칙에 따른 심사에 그치지 않고 입법목적의 정당성, 차등 대우로 인한 피해의 최소성, 차등대우 방법의 적합성, 차등 대우해야 할 공익의 필요성(법익의 균형성)을 면밀히 심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남성에게만 징집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병역법’에 대해서는 ‘헌법’이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고용이나 혼인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합리적 심사기준’을 적용하였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