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저에게 던지는 표는 결코 사표가 아닙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적 힘입니다”
제21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서울 강남역, 혜화역, 구의역 등 여성‧장애인‧노동자를 상징하는 장소를 잇달아 돌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서울 서초구 SPC 앞에서 중대재해 책임자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그는 다음 유세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30분간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권 후보와의 일문일답.
- 강남역 유세현장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강조했다. 계기가 무엇인가.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 절실하다고 편지를 보냈던 여성분이 유세 현장에 왔다. 자기 얼굴을 드러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얼마나 절실했으면 그렇게 했을까 싶었다. 오히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미안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든 아니든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이 끝나면 다시 만나 그 분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 마지막 유세 일정에 SPC 규탄 기자회견, 쿠팡 택배노동자 추모제 등이 긴급 추가됐다.
“광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출마했다. 마지막 유세에 혜화역, 구의역, 강남역 등을 넣은 것도 그 목소리를 계속 이어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SPC 같은 경우는 대선을 치른다고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꼭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라 긴급하게 일정에 넣었다. 사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가 선거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로 움직이면 안 된다. 진보정치는 일관된 기준을 지켜야 한다.”
- 유세현장에서 ‘권영국에 투표하는 게 사표가 아니다’라고 반복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늘 당선 가능성 중심의 정치를 강요받아 왔다. 하지만 그런 정치가 우리 삶을 대변했나? 결국 정치에 대한 불신만 남았다. “당선되지 않더라도 나의 목소리를 반영해 줄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정치적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 표들이 모이면 정치가 바뀐다.
정의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하지 못했으면 TV 토론에 못 나왔다. 그러면 TV토론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는 지워졌을 것이다. 토론 이후 유세현장에서 듣고 싶었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주는 시민들을 많이 만났다. 결국 3% 이상의 득표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었다. 사표가 아니라 정치적인 힘이다.”
- 이번 대선에서 기대하는 득표율은 어느 정도인가?
“내심 5%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굉장히 큰 이변이다. 지금 계속 1%에 있는 수준이라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다만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의 눈빛과 반응을 보면, 어쩌면 이변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시민들의 표가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TV토론에서의 대국민 언어성폭력 등 혐오정치가 반복된다. 이를 멈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지금 여성운동이나 시민운동이 정치적인 힘을 갖도록 하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대부분 민주당과 같은 정당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민주당과 기존 정당은 차별금지법과 비동의강간죄 등 여성과 소수자의 요구를 늘 ‘나중에’로 미뤄왔다. 나중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생사의 문제인데 그걸 나중으로 미뤄왔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권리를 위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 ‘권영국에게 모이자’가 아니라, ‘진보 정치 중심으로 가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끝으로 유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에게 던지는 표는 결코 사표가 아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적 힘이다. 그 표가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수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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