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법 사각지대 남아 있는 한 선례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

여성혐오를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로 명시한 첫 판례가 나왔지만 여성혐오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의당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발생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판결문에서 여성혐오 범죄가 인정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여성의당은 “국회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개정해 여성테러범죄를 정의해야 한다”며 “성별 통계 구축과 연구도 실시해 피해자 지원과 피해 예방, 여성폭력 가중처벌 등에 관한 실효적인 정책 수립과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편의점 폭행사건 피해자인 온지구(가명)씨는 “(이번 판결을 통해) 아무리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한들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한, 선례 역시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며 “우리 피해자들은 또다시 몇 번이고 절망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온씨는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의 편의점에서 일하던 당시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한 20대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온씨는 폭행으로 청력을 손실해 보청기를 착용하는 등 정신적·신체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를 말리던 50대 남성 역시 해당 사건으로 큰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한 것으로 비난받을 만한 범행 동기를 갖는다”며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온씨는 “우리(피해자들)를 보호할 법적 근거가 머지않아 마련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제 목소리가 국회의 담장을 넘었을지 알 수 없으나 국회가 우리에게 귀를 기울일 그날까지 저는 여기 모인 여러분과 함께 소리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이경하 변호사는 “여성혐오 범죄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기초적인 통계 수집이나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 피해자 역시 일반 폭력범죄 피해자로 취급되면서 여성폭력 피해자로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여성폭력에 여성혐오범죄가 포함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여성의당 여성폭력대책본부장 역시 “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한다”며 “여성 폭력 범위를 확대하고, 가중처벌 및 양형 가중 사유 규정을 신설해 법의 공백을 해결하고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의당은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