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한국여성대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 사건’ 온지구
“제 용기, 모두 여러분 덕분”

“세계 여성들의 힘도 대단하지만, 대한민국 여성들도 대단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에 선정된 최말자(79)씨가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제40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매년 여성의 날 우리 사회의 성평등과 여성운동 발전에 공헌한 개인·단체에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여성대회에는 1만 5천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모였다.
최씨는 1964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60세가 넘어 여성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2020년 사건 발생 56년 만에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2021년 기각됐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재항고를 통해 5년여 만에 재심 개시를 이끌어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여러분들의 은혜 덕분에 제가 앞으로 좋은 결과를 받는다면, 내 힘이 필요한 곳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또 “우리 후손들을 위해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른바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온지구(활동명)씨도 올해의 여성운동상에 선정됐다.
사건 가해자는 2023년 12월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며 온지구씨를 폭행했다. 이후 다른 여성들의 여성혐오 범죄 규탄과 재판 방청 연대를 보며 그는 여성혐오에 기반 한 폭력범죄를 저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24일 국내 최초로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라는 판시와 함께 ‘여성혐오’를 비난할 만한 동기로 인정하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온씨는 “저의 목소리가 단 한 번이라도 여러분께 힘이 됐다면 그것으로 마음이 놓인다”며 “지난 한 해 저의 용기는 곧 여러분이었고 여러분은 곧 저였다. 기꺼이 제가 되어 주신 여러분과 이 상의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다. 큰 상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수상 이후 3·8 여성선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시대와 세대를 이어 행동과 연대로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낸 우리 여성들은 한국사회 민주주의 진전의 자랑스러운 정치적 주체”라며 “우리는 여성과 소수자가 일상에서 차별과 폭력을 당하지 않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아 온 모든 소수자들과 손을 잡고 더욱 넓게 연결될 것이며, 더욱 단단하게 연대할 것”이라며 “우리는 시대를 이어 페미니스트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성평등 디딤돌과 성평등 걸림돌 발표도 있었다. 성평등 걸림돌에는 유튜브 사이버렉카, 박순관 아리셀 대표,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전 상임위원, 교육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성평등 디딤돌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의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 2부장,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 이끈 소송 당사자 김용민·소성욱 부부와 변호인단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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