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판결문 열람·복사 제한도 신청
피해자 “신청 자체만으로도 허무”

10월 15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근처에서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렸다. ⓒ여성의당
10월 15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근처에서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렸다. ⓒ여성의당

경남 진주에서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이 징역 3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지난 21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피해자 온지구(가명)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고장이 심리불속행 기각되기를 바라며 유감을 표한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 15일 창원지방법원 형사1부(이주연 부장판사)는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했다는 점과 더불어 심신미약 상태라는 점을 감형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여성혐오를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폭행하면서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는 말을 반복했고, (또 다른) 피해자가 말리자 ‘같은 남자면서 왜 남자 편을 들지 않느냐. 저 여자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피고인의 범행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한 것으로 비난받을 만한 범행 동기를 갖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은 상고장 제출에 앞서 지난 17일 판결문 열람·복사 제한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온씨는 “명예훼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문은 피고인의 범죄행위를 판시했을 뿐 피고인의 명예는 앞서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기에 훼손된 것으로 재판부는 이 말도 안 되는 제한신청을 반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온씨는 또한 “(여성혐오 범죄는) 사라져야 하지만 혹시나 비슷한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좋은 선례로 (비슷한) 사건에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고 1심 때부터 강조했었다”며 “(판결문) 열람·복사 제한 신청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허무하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59조의3에 따르면 피고인은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판결문의 열람·복사를 제한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를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로 적시한 첫 판례인 만큼 판결문 제한 신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여성의당 경남도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판결문 열람을 제한한 가해자의 양심은 어디 있는가. 상고까지 했다는 것은 범죄에 대해 깊은 반성을 했다는 것과 대치된다”며 “가해자는 약자를 공격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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