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징역 3년 선고
“연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덕분에 버텼다”

15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근처에서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렸다. ⓒ여성의당
15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근처에서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렸다. ⓒ여성의당

“조금 아쉽지만 위로가 됐습니다.”

15일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 피해자 A씨는 선고 직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은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에서 20대 남성이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에서 일하는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가해 남성은 당시 피해자에게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 “나는 신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말을 하며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이날 창원지방법원 형사1부(이주연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했다는 점과 더불어 심신미약 상태라는 점을 감형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여성혐오를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로 인정한 첫 판례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폭행하면서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는 말을 반복했고, (또 다른) 피해자가 말리자 ‘같은 남자면서 왜 남자 편을 들지 않느냐. 저 여자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피고인의 범행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한 것으로 비난받을 만한 범행 동기를 갖는다”고 판시했다. 

피해자 A씨는 이날 징역 3년이라는 판결과 가해자의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됐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여성혐오 범죄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사건 당시 피해자를 돕다 부상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 50대 박모씨와 피해자에게 연대한 모든 사람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집행유예로 끝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여성혐오에 기인한 범죄라는 점, 가해자가 비정상적인 사고로 핸드폰을 손괴한 것이 처벌의 요소가 됐고, 가해자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것도 알겠으나 반성하는지 알 수 없다고 (판시)한 점들이 위로가 됐다.”

- 곧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지난 1년 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재판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다른 것들을 많이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으로 여성혐오 등 끌어낼 수 있는 것들을 끌어내,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5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근처에서 열린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 및 집회’ 참석자가 들고 있는 피켓. ⓒ여성의당
15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근처에서 열린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 및 집회’ 참석자가 들고 있는 피켓. ⓒ여성의당

- 현재 몸 상태는 어떠한가.

“아직 안 좋은 부분들이 있다. 정신적으로도 (나아지려면) 많이 멀었다. 오늘 연대자분들께서 많이 와주셔서 힘이 됐지만 사건 발생일(11월 4일)과 선고를 앞두고 마음이 과열되서 한동안 많이 우울했다. 정신과에서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떻겠냐는 소견을 주셨다. 입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인데놀도) 아직 복용하고 있다. 약은 하루에 아침저녁 똑같이 먹는 것을 포함하면 18~20알 정도 복용하고 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정신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이다.”

- 재판 외에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는가.”

“트위터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악플이 오기도 했다. ‘얘는 죽였어야 됐는데’ 이런 말들을 보낸다. (메시지를 받으면) 두렵다기보다는 마음이 착잡해진다. 인류애가 박살 나는 기분도 든다.”

- 꾸준히 여성혐오 범죄를 규탄하고, 연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책도 냈다. 계기가 있나. 

“특별한 계기는 없다. 저한테는 잊고 싶은 기억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책으로 펴내면 읽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많은 분들이 이번 사건에 연대하며 함께했다. 연대해 준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다. 삼촌(피해자 A씨를 돕다 부상당한 또 다른 피해자)께서 ‘내가 너를 도와서 살리기를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늘 하실 만큼 건강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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