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선고 공판 이달 15일

‘딥페이크(불법합성물) 성착취 엄벌 촉구 시위’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 혜화역을 찾은 지난 9월 21일. 시위 현장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바로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A씨였다. A씨는 몸이 완전히 낫지 않아 여전히 귀가 아프다면서도 기자를 포함한 다른 시위 참여자들과 반갑게 안부 인사를 나눴다.
사건 외의 일로 A씨와 마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교제폭력 실태를 알리고 관련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여성의당 주최로 ‘피해자와 함께하는 교제폭력 처벌법 정책 간담회’가 마련됐다. 해당 간담회에는 거제 교제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과 바리깡 폭행남 교제폭력사건 피해자 가족, 인천 스토킹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간담회가 끝나 짐을 챙기는 중 누군가 기자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바로 A씨였다. 당시 A씨는 교제폭력 피해자 가족과 유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백래시(backlash·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심리)와 마주하고 있다. 백래시는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 도처에서 작동하고 있다. 기자 역시 현장에서 백래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젠더 문제를 담당하게 된 지 몇 달도 안 된 짧은 시간 사이 취재원들로부터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해 묻지 말라달라는 부탁부터 특정 여성 의제를 언급하거나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등 벌써부터 여러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성 의제를 기피하는 이유도 다양했다.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기사에 언급되는 순간 여성혐오 범죄 피해자를 향한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부터 정부로부터의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등 다들 저마다 다양한 사정을 갖고 있었다.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해 묻지 말아 달라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후 기자와 만나 “이전에는 (국회에서) 여성 의제를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다뤘는데 지금은 그 조차도 못할 만큼 돌팔매질을 당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장을 오고 가며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여성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이 공개적으로 여성문제 언급을 기피한다는 것은 여성을 향한 공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사회를 들끓게 만든 딥페이크 성범죄와 교제폭력, 가정폭력 외에도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사 헤드라인에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전남 순천에서도 일면식 없던 10대를 살해한 여성 겨냥 범죄가 벌어졌지만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미지근한 상태다. 지난달 열린 혜화역 시위에서 주최 측은 참여자들에게 검은 두건을 나눠주고, 개인 참여자의 언론 인터뷰를 금지했는데 이 역시도 여성이 대다수인 참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였다. 이처럼 여성들이 일상 도처에서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피해 당사자인 A씨의 용기는 더더욱 주목할만하다. A씨는 교제폭력 간담회와 혜화역 시위 등 현장을 다니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꾸준히 여성혐오 범죄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편의점 폭행 사건을 기록한 일지 ‘어느 날 피해자가 되었습니다’를 펴내기도 했으며, ‘부산여행 동창생 폭행 식물인간 사건’ 등을 SNS상에서 공유하며 연대를 독려하고 있다.
백래시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위협 속에서도 터져 나오는 용기와 연대의 목소리는 한데 모여 결국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리고 이달 창원지방법원에서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다. 검찰은 지난 8월 열린 2심에서 가해자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할 수 없다며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오는 15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는 A씨를 향해 또 한 번의 응원과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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