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연인 살해당한 여성 23년 138명→24년 181명
미국·영국·호주 등은 사망검토제 도입으로 예방
“‘가정폭력 방지법’개정으로 사망검토제 도입 명시해야”

지난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이 180명으로 집계되며 교제살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사망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하는 ‘사망검토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친밀한 관계 살인의 해부: 가정폭력 사망검토제 도입을 위한 입법·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25일 발간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보도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가정폭력·교제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은 2023년 138명에서 2024년도 180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보고서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이 예방·근절되지 못하는 원인은 피해자 애도, 가해자 처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요국에서 시행 중인 가정폭력 사망검토제 도입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 사망검토제란, 배우자·파트너·연인관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사회적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미래의 또 다른 살인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의 패턴과 원인, 피해자의 도움 요청 과정, 개입이 실패한 이유, 알려지지 않았던 살인 전조증상 등에 대해 조사한다. 199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최초 도입돼 현재는 미국, 캐나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스웨덴, 포르투갈 등에서 실시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법률에 가정폭력 사망검토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살인사건 및 살인미수사건을 검토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2025년 뉴욕주는 친밀한 관계의 살인사건과 관련해 자살위협, 목 졸림 피해, 주거침입, 결별시도 등 11개의 위험신호를 제시했다.
영국은 2011년에 16세 이상의 가구구성원 또는 배우자·파트너·연인 관계에 의한 살인사건 사망검토제를 시행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피해자로부터 도움을 요청 받은 기관 등이 적절하고도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과정과 자원, 절차와 개입이 미래의 학대와 피해자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충분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어야 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보고서는 국내에서 발생한 2건의 피해자 사망사건을 시범적으로 분석해 현행 법·제도의 문제점으로 △수사기관의 구호조치 미흡 △반의사불벌 적용 △스토킹 범죄로 적용의 문제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수사기관이 여전히 피해자의 신체적 폭력을 위험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크게 다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들이 결별 의사를 표시했을 때 가해자는 자살협박을 하며 피해자를 통제하려고 들었다. 이에 피해자들은 이를 막고자 여러 방법을 강구하며 상대와 원치 않는 만남을 이어가게 됐다. 피해자 A씨는 경찰에 “다시는 가해자를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으나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
또 현행법은 교제폭력 및 가정폭력 모두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해 피해자를 더 취약하게 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피해자 B씨 역시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처벌불원으로 신고자체가 접수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친밀한 관계 폭력 피해자의 경우 스토킹 범죄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워치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충분한 기간 동안 배부되지 않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새로운 조항을 신설해 ‘사망검토제 도입’을 명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해외에서는 가정폭력 규율 법률에 법률혼 및 사실혼, 가족구 성원 외에 교제관계이거나 교제했던 자를 포괄하고 있기에 교제살인 사건도 사망검토제의 당연한 검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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