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20주년 기획] ⑤
성매매여성 처벌하는 현행법
전면 개정 더 미룰 수 없어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 삭제로
미완의 성매매방지법 완성해야

여성신문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성매매방지법 20주년 기획 칼럼을 연재합니다. 성매매는 여성폭력이며 여성인권의 문제라는 데 주목해 반성매매 운동의 역사와 과제를 다룹니다. <편집자 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2024년 성매매방지법 2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성매매방지법 개정 촉구를 포함한 다채로운 반성매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2024년 성매매방지법 2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성매매방지법 개정 촉구를 포함한 다채로운 반성매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됐다.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성매매피해자보호법)으로 이뤄진 성매매방지법은 2000년과 2002년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 참사로 인해 촉발됐고 성매매여성의 인권 보호라는 이상을 담고자 했다. 이는 성매매 수요차단과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로 실현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을 유지했다.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이 유지됨으로써 성매매방지법은 여성인권법 또는 여성폭력처벌법이 아니라 구 ‘윤락행위등방지법’과 마찬가지로 ‘건전한 성 풍속’이라는 허상을 보호하는 법으로 남고 말았다. 건전한 성 풍속이란 무엇인가? 시대적·문화적 배경에 따라 변화할 뿐만 아니라 사람에 따라서도 해석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건전한 성 풍속을 보호한다는 허명은 언제나 여성과 소수자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악법이었다.

여성운동이 새로운 ‘성매매’ 법을 제정하고자 한 것, 성매매에 반대한 것은 성매매가 단순히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치기 때문이 아니었다. 성매매는 역사적으로 여성에 대한 성적, 경제적 착취를 제도화한 것이며 여성착취를 심화시키고 재생산한다. 즉 성매매는 제도화된 여성착취이자 여성폭력이다. 그러므로 성평등과 성매매는 함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피해자’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성매매여성을 ‘성매매행위자’로 처벌한다. 성구매자가 초범에 한해 존스쿨에서 16시간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판결을 받는 반면, 성매매여성들은 40시간의 보호처분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져 성구매자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받기도 한다. 성매매여성 처벌의 문제는 현실적으로는 더 심각하다. 성매매여성을 처벌함으로써 성매매와 성매매여성은 법의 사각지대가 된다. 성매매여성은 성매매 상황에서 다양한 폭력 상황에 놓인다.

성매매 자체를 차지하고라도 원치 않는 성적 관계와 행위, 폭행, 모욕, 불법촬영, 사기, 감금, 스토킹, 협박, 살해의 위협을 당한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 225명 중 알선자 등으로부터 성매매 강요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85.2%였고, 성구매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59.6%에 달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2024년 성매매방지법 2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성매매방지법 개정 촉구를 포함한 다채로운 반성매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2024년 성매매방지법 2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성매매방지법 개정 촉구를 포함한 다채로운 반성매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그럼에도 성매매여성은 성매매행위자로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성매매알선자와 성구매자를 신고하지 못한다. 성매매알선자와 성구매자는 성매매여성의 이러한 취약함을 알기 때문에 더욱 쉽게 착취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탈성매매를 원하는 경우에도 성매매여성 처벌은 탈성매매를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된다. 탈성매매 및 성매매 트라우마 치유의 일환으로 성매매알선자와 성구매자를 신고하더라도 성매매여성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의자가 되기 일쑤이다.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수사기관을 찾는 여성들이 오히려 처벌을 받는 억울한 사례가 너무 많다.

그래서 성매매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단체들은 2022년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성매매여성 처벌조항삭제, 성구매 수요차단 공동행동’을 결성해 성매매처벌법의 개정을 요구해 왔다. 지난 3년간 성매매여성이 처벌받은 사례를 연구하고, 성매매처벌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변호사들과 함께 새로운 법률안을 직접 만들었다. ‘성구매 및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을 붙인 새로운 법률안은 2023년 11월 진행한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 토론회: 이제는 성평등 모델’을 통해 제시했다. 이 법은 ‘성매매’를 ‘성구매’로 수정하고 법이 제한하는 행위는 ‘성매매’가 아니라 ‘성구매’ 행위 및 성구매의 알선 등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또 성구매를 금지하는 것은 ‘건전한 성 풍속’의 보호 때문에 아니라 성구매 행위가 성구매 대상이 된 자의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개인의 인격권과 심신의 온전성을 침해하고 궁극적으로 성평등을 훼손하기 때문임을 분명히 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2024년 성매매방지법 2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성매매방지법 개정 촉구를 포함한 다채로운 반성매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2024년 성매매방지법 2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성매매방지법 개정 촉구를 포함한 다채로운 반성매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

지난 20년 성매매방지법으로 인해 성매매에 대응하는 국가 정책이 수립되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지원체계가 구축된 성과가 있었다. 많은 현장단체를 중심으로 성매매여성을 지원하고 그녀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고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임을 알리는 활동이 열정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럴수록 한계는 점점 더 또렷해졌다. 성매매여성 처벌의 결과는 법의 사문화일 수밖에 없다. 성매매에서 성구매 행위와 알선 등 행위의 처벌 근거는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의 증언일 수밖에 없는데, 성매매여성의 처벌은 피해 진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결국 성매매는 증거가 없어 처벌할 수 없게 되고 성매매 산업은 존재하고 확장되지만 성매매는 처벌하지 못하는, 즉 성매매를 방치, 묵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결말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2000년과 2002년 군산이다.

페미니즘 백래시의 시대에 성매매피해자를 지원하는 모든 현장단체들이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로 모인 것은 미완의 성매매방지법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20년 전 여성운동은 한마음, 한뜻으로 성매매방지법의 제정을 요구했고 성착취 산업에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정부는 가장 어려운 과제였던 성매매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문제는 성매매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이다. 물론 성매매여성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성매매 문제가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재 가장 시급하고 분명한 것은 성매매처벌법을 개정해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을 멈추는 것이다. 성매매처벌법 개정으로 성매매여성이 처벌되지 않는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 성착취 없는 미래의 문, 바로 우리가 열 수 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본인 제공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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