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20주년 기획] ③
‘아청법’ 그대로 감형 없이 엄벌하고
플랫폼 모니터링·성착취 피해 구제 지속
불안정한 지원 사업 넘어 통합지원시스템 구축해야
여성신문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성매매방지법 20주년 기획 칼럼을 연재합니다. 성매매는 여성폭력이며 여성인권의 문제라는 데 주목해 반성매매 운동의 역사와 과제를 다룹니다. <편집자 주>

2023년 7월 수원역 ‘디스코 팡팡’ 직원들이 성매매 강요 및 협박, 성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업주가 디스코 팡팡 직원들을 10대들의 우상으로 만들고, 그 ‘팬심’을 악용해 표를 강매하고, 표를 구입할 돈을 성매매해 벌도록 알선하는 방법이었다.
수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른바 ‘DJ’라고 불리는 직원들과 1:1로 밥을 먹거나 인스타그램을 팔로워하고 단톡방에 들어가기 위해 ‘VVIP 또는 VIP’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은 30만원가량의 쿠폰을 한 번에 구매해야 했다. 또 4만원~40만원까지 하는 DJ와의 1:1 식사권이 포함된 랜덤박스를 구매해야 했다. DJ와 개인적 친분을 만들기 위해 30만원 쿠폰을 구입해야 했던 청소년들은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해야 했다. 상담을 받으러 온 부모들은 가방에서 나온 50장이 넘는 쿠폰을 보면서 기막혀했다. DJ들은 10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면서 심리적으로 신뢰를 쌓고 조종해 고액의 쿠폰을 구입하도록 했으며 성적인 착취를 했다. ‘그루밍 성범죄’이다.
‘성적 그루밍’이란 성범죄자들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신뢰를 형성한 후 성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을 말한다(윤정숙, 2020, 한국성인권교육연구소). 성적 그루밍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온라인이다. 10대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에서 많은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지역과 공간을 넘어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채팅앱, SNS, 게임 등 다양한 공간을 통해 청소년들이 소통할 때 청소년들을 기다리는 성착취범들이 있다. 청소년들을 물색하고 친근감을 주어 신뢰를 형성한 후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고 성적인 대화를 유도한 후 관계를 비밀로 만들고 더 성적인 관계를 유도한다. 이후 가스라이팅을 통해 억압하고 성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이때 성착취범들이 많이 하는 말이 ‘연인’이다. 연인이 됐으니 연인이 요구하는 신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보내게 한다. 이후 이 사진과 영상은 또 다른 이유가 돼 관계를 지속하게 만든다. “N번방”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최근 디스코드와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 피해 청소년 A를 상담했다. 게임에서 만난 연인에게 보냈던 신체 사진과 영상이 유출됐으며 그 사진과 영상을 취득한 게임상의 많은 성착취자들이 피해자에게 연락해 다른 신체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는 등 피해가 커졌다. A는 ‘겹지인방’이 개설되면서 ‘지인능욕’이라는 이름으로 ‘박제’돼 고통받아야 했다. 연인에게 보냈던 사진과 영상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유포됐는지 알 수 없었고 겹지인방이 운영되면서 자신이 그 방에 초대돼 능욕을 당하고 있었지만 아이디만 공유되는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아동·청소년의 성착취 사진과 영상을 구매하고자 하는 많은 성착취자들이 있다. 청소년 B는 SNS에 올린 영상에 후원금을 주겠다는 댓글을 보고 성착취자와 연락하게 됐고 이후 성착취자가 요구하는 사진과 영상을 돈을 받고 팔게 됐다. 돈을 더 주겠다는 성착취자의 요구에 맞는 사진과 영상을 보내게 됐다. 특히 얼굴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들어주게 되고 개인계좌로 돈을 받으면서 개인정보까지 넘어가게 되면서 피해가 커졌다. 영상을 구매한 성착취자는 끊임없이 만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렇듯 온라인상의 관계는 오프라인으로 이어진다. 만나서 밥을 먹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인생네컷’ 사진을 찍고 룸카페에 간다. 청소년들에게 부담이 적은 공간인 룸카페에서 성착취가 이루어진다. 대리구매를 해준다는 어른들이 많아졌다. 담배, 술을 제공하고 대가로 성착취를 한다. 성착취를 목적으로 콜택시 역할도 해준다.
온라인 성착취 방조하는 기업과 국가
경찰, 행정에서는 디스코 팡팡 같은 문제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업주의 영업 방식일 뿐 직접 알선 정황이 없기 때문에 규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룸카페에서 성착취가 일어났어도 업주는 밀실로 만들어진 룸카페를 운영했을 뿐이니 규제하거나 처벌하지 못한다. 성인과 미성년자가 모텔에 가도 업주는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들은 운영만 했을 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성착취 정황은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고 했다.
‘2022년 아동·청소년 성범죄 분석’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였던 성범죄 사건 중 성매수 사건의 81.3%, 성착취물 제작 사건 66.5%가 온라인을 매개로 발생했다. 성착취자들은 자신들의 익명성을 보장받아 안전하게 성착취를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외국에 거점을 둔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성착취자들이 방을 나가버리면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폭파’해 버리면 가해자를 찾아서 처벌할 수 없다. 방이 있더라도 외국 서버의 경우 성착취자들의 정보를 받는 데 몇 달이 걸리는 어려움이 있고 텔레그램은 정보를 공유해 주지 않는다. 이런 업체들의 영업 방식이 성범죄를 키우고 확산해 왔다.
유럽연합(EU)은 구글, 애플, 틱톡,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정부가 적극 규제하는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호주와 영국은 국내법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불법·유해 콘텐츠를 차단해 안전하고 투명하며 믿을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구축할 책임을 부과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해 실행했던 규제는 무엇이 있었나? 아무 규제도 하지 않은 것이 성범죄를 키워왔고 확산시킨 것은 아닌가?
2020년 N번방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2.4%뿐이다. 경찰은 조사가 어렵다는 핑계로 아동·청소년의 성착취 범죄를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은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라는 성착취자들의 말을 믿고 가벼운 처벌을 내렸다. 최근 성착취 동영상을 판매한 청소년이 ‘음란물 유포죄’로 기소될 뻔한 사건이 있었다.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성착취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아동청소년성보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지만 다른 법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도록 ‘입틀막’을 시도한 것이다. 이런 사법부가 성범죄를 방치하고 확산케 한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아직도 성착취를 당하는 아동·청소년을 비난하고, 성착취를 한 남성들은 욕구 탓에 어쩔 수 없었다고, 그냥 놀이였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감형 없이 엄벌해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의 목적은 성범죄의 처벌과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피해아동·청소년을 위한 구제 및 지원 절차를 마련하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을 감형 없이 법에서 정한 그대로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초범이며, 재범의 우려가 없고 가정환경의 영향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감형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합의나 공탁의 방법으로 피해를 구제하려고 노력했다 하더라도 청소년의 성착취 피해가 주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감형을 하지 않는 사례처럼 강력한 처벌만이 성착취 범죄를 줄이는 방법이다.
또 행정기관에서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해 플랫폼을 관리하고 성착취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성착취 플랫폼은 가해자 처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범죄행위에 악용되지 않도록 개인정보 유출, 불법정보, 유해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와 디지털 성폭력 지원센터는 이름만 센터일 뿐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증가하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지원하고 통합적인 지원을 위해 안정된 센터 구축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