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20주년 기획] ②
성매매, 개인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인데
아직도 성매매 단속은 ‘여성’ 향해
구매자·알선업자 감시·처벌해야
‘범죄 자백’ 성구매 후기 처벌 시급
여성신문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성매매방지법 20주년 기획 칼럼을 연재합니다. 성매매는 여성폭력이며 여성인권의 문제라는 데 주목해 반성매매 운동의 역사와 과제를 다룹니다. <편집자 주>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현저히 그 수치가 줄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유흥주점 등의 숫자가 줄고, 남은 성매매집결지도 폐쇄의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성매매는 꽤나 빈번하게 뉴스를 장식하고, 이주여성의 인신매매, 청소년 대상 성착취 사건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고 20년,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전환의 시기를 통과하며 성매매 문제는 기술발전이 가져온 생활양식의 변화에 휘말리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물리적 ‘힘’이 아닌 소프트파워가 지배하는 조금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 예측하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발전이라 불릴만한 성과들이 분명히 있지만, 현재의 양상, 특히 온라인의 상호연결 확장성은 이미지 기반 성착취 범죄의 만연과, 성매매 알선과 구매를 위한 대형 사이트와 개별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으로 전 세계를 아우르고 있다. 실제 세상에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성매매’였던 현실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기술의 발달과 함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네트워킹을 통한 초연결사회에 그대로 탑재된 것이다.
2024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된 특별보고관의 자료에 의하면 성매매 피해자의 약 75%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성매매를 당하고 있으며, 성매매 광고 웹사이트는 성매매를 가장 크게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Alsalem, Reem, 2024). 하지만 세상 어느 곳에나 있지만, 새로운 위험성이 동일한 힘과 영향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취약한 개인의 상황이 성매매로 유입되도록 만든다고 하지만, 그것이 젠더폭력이나 빈곤문제라 하더라도 어느 사회나 그러한 상황에 처한 절대 다수의 여성들을 성산업으로 유입시키는 것은 아니다. 개별 상황은 모두 다르고, 복합적이어서 그걸 설명해 낸다는 건 어렵다. 하지만 개인의 조건을 넘어 모든 상황을 관통하는 더 중요한 유입의 이유는 구조이다.
한국은 여성들이 성매매에 유입된 그 모든 순간에 이들의 선택지에는 ‘성매매’로 유입되는 통로가 되는 바로 그 ‘일’들이 있었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여성이 어려움을 겪을 때, 20여 년 전 동네 골목마다, 모든 길거리에 놓이던 ‘교차로’ 같은 생활정보지에는 경험 없고, 돈이 필요한 여성을 환대하며 숙식과 가족 같은 분위기를 제공한다는 구인 광고가 넘쳐났다. 이제는 ‘여우알바’ 같은 성산업 업소의 온라인 사이트뿐 아니라 알바 구직 사이트에서도 초보자를 환영하고, 50대까지 가능하며, 당장 돈을 지급해 준다는 유인은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 성매매라 하면 손쉽게 ‘조건만남’을 떠올릴 것이다. ‘조건만남’은 개인 간의 거래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여성들은 사무실을 통해 이러한 ‘조건만남’형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구매자를 선택하고 장소를 정하는 그 모든 과정이 개인에게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건만남을 하는 성구매자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개인’이기를 원한다. 여성들은 마치 ‘용돈벌이’를 위해 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구매자들은 여성들의 소지품까지 눈여겨보며 이를 확인하려 한다. 성매매가 결코 개인의 ‘소일거리’로서 취미처럼 행해질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성구매자들은 생계로 성매매하는 여성의 존재를 애써 밀어내며, 자신들의 환상을 채워줄 성매매 여성을 원하는 것이다.
온라인 성매매의 또다른 특징은 성구매자의 실체가 더욱 구체화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주가 있는 호주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구매자들은 성구매 경험의 맥락에서 자신을 권력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소비자로 구성하는 언어를 통해 허가된 성매매 업소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및 폭력에 대한 서사를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정상화”한다(Jovanovski·Tyler, 2018). 성매매가 합법화된 호주의 경우에서처럼 성매매가 일상화된 한국 환경은 남성들에게 성구매로의 유입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구조화한다.


2018년 ‘밤의 전쟁’이라는 성산업 알선사이트에 등록된 성구매 후기는 21만개 이상이었다. 온라인 기반 성매매 알선에 대한 관심은 그 전후로 매우 비등해졌고, 또 이들 성구매 후기 사이트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폭력’의 공유가 성구매라는 소비를 정당화하고 이를 권리로 추인하는 구조가 성폭력과 불법촬영물, 포르노와 성매매의 경계를 흐리며 이를 넘나들게 한다. 성구매 후기는 자발적인 범죄행위 자백일 뿐 아니라 적극적인 성매매 광고행위에 해당하지만 법은 여전히 이를 처벌하는 데 미온적이다. 이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는 ‘성매매후기금지법’안이 2019년과 2023년, 그리고 올해에도 국회에서 발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마치 ‘개인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온라인은 익명으로 위장한 알선자와 구매자들에 의해 성매매 여성들은 진열되고, 관리되며, 품평과 모욕,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된다. 불법촬영과 딥페이크의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단지 온라인에 올린 프로필과 이미지만으로 위험해졌던 것을 생각하면 성매매 여성들은 어떤 보호나 안전도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법은 자발적 여성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 온라인상에 드러난 여성의 성매매를 ‘자발적 선택’으로 간주한다. 조건만남에 대한 단속이 왜 ‘여성’을 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늘 항의해 왔다. 구매자와 그 뒤의 보이지 않는 알선업자와 친밀한 관계로 위장한 포주들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여성들은 구매자들에게 신고하겠다는 위협을 받는다. 포주들은 자신들을 고소하거나 경찰에 알리면 오히려 여성을 보호해 줄 수 없다고 하거나, 그 후를 조심해야 할 거라고 여성들을 협박한다. 경찰의 여성에 대한 단속은 오히려 구매자와 알선업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성매매로 인한 이익을 보장해 주는 기제가 된다.
기획수사 등으로 성매매 시스템을 노린 중요한 사건들을 이끌어내는 경찰과 검찰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 여전히 형식적인 단속과, 구매자와 알선업자를 보호하는 것 같은 과거의 부정적 수사 관행과 태도가 법 집행자들의 성과를 빛바래게 하고,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해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게 한다는 것이다.
‘법’이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법이 없다면 힘없는 개인이 시스템에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여성들은 그 ‘법’이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또 ‘법’을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그 ‘법’에 기댈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 ‘법’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도 움직여주길 바란다.
성매매업소의 변화 양상보다 더 한결같은 현상은 바로 여성들이 경험하는 ‘법’과 그 ‘법’을 시행하는 사회의 메시지이다. 아직도 법의 메시지는 성매매 알선업자와 성구매자의 행위를 차단하고, 여성들에게 폭력적인 상황을 종식시키려 한다는 ‘당위’조차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방지법은 성구매 예방적 효과 또한 미미하다. 그 법이 향하는 처벌의 대상이 성구매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질적인 법 집행에서 드러난다. 성구매로 단속될 확률은 매우 낮고, 학습을 통해 단속돼도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매매’가 단지 성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반인권적 행위로서 사회적 부정의에 해당한다는 우리 사회의 결의가 담긴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되었다. 하지만 오래도록 우리 사회 내부의 시스템과 결합한 삶의 방식으로서의 ‘성매매’는 여전히 그 세력하에 이 사회 구성원들을 굴종시키고 있다.
완벽한 정책과 대안은 없더라도 적어도 현장과 유리된 주장을 멋진 말로 포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성매매라는 위험한 시스템에 사로잡힌 사회는 기술과학이라는 진화 속에서 더 새롭고 더 위험해진 이 사회를, 우리 자신을 구조해야 한다. 성매매방지법을 전후해 우리 사회가 반인권적 폭력으로 성매매를 정의 내리도록 했던 그때처럼, 희망은 과정 속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