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처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 삭제하고 성구매자·알선자 강력 처벌해야”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에서 ‘성매매방지법 20년, 성매매처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에서 ‘성매매방지법 20년, 성매매처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성매매방지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2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성매매피해자지원단체와 여성·시민단체가 현행법 개정을 통해 성매매여성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주관으로 열린 ‘성매매방지법 20년, 성매매처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촉구했다.  

성매매방지법은 2000년과 2002년 잇따라 발생한 성매매업소 화재 참사로 성매매 여성들이 처한 착취와 폭력의 피해 현실이 드러나면서 2004년 3월 제정됐다.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 문제가 여성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구조적 폭력이라는 것을 전제하며, 국가와 사회가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보호할 의무를 명시했다. 

성매매방지법 시행은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수많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성매매피해자지원단체와 여성단체들은 구조적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이 여전히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성매매행위자’로 처벌받고 있는 반면 성구매자와 업주 등 알선업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체들은 “지난 20년간 성매매 착취구조는 더욱 교묘해져 성매매 알선과 ‘강요’는 눈에 보이지 않게 됐다. 여성들은 성매매 현장에서 성매매 강요, 폭력과 협박, 감시, 스토킹, 성폭행, 불법촬영, 사기 피해, 모욕 등 복합적인 피해를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여성을 ‘성매매행위자’와 ‘성매매피해자’로 구분해 여성들이 온전한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하게 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성매매는 여성폭력으로, 여성이 성적으로, 경제적으로 억압받던 시대에 탄생해 지금까지 유지된 여성억압 문화이자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매매여성 처벌로는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할 수 없고, 우리 사회가 성평등에 가까워질 수 없다”며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성구매자와 성구매 알선자를 강력 처벌해 성착취 카르텔을 해체하도록 국회는 ‘성매매처벌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주최로 ‘성매매방지법 20년, 성착취 없는 미래의 문 우리가 연다’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주최로 ‘성매매방지법 20년, 성착취 없는 미래의 문 우리가 연다’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는 ‘성매매방지법 20년, 성착취 없는 미래의 문 우리가 연다!’ 집회가 개최됐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와 인천 자조모임 ‘보따리’에서 활동하는 저씨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20년에도 여전히 성매매여성들은 처벌되고 있으며, 심지어 법 시행 초기보다 더 심각하다”며 “성매매현장에는 ‘성매매여성’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매매여성을 존재하게 만드는 이유에 대해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씨는 그러면서 “탈성매매한 지 십여년이 지났지만 성매매현장에 있는 것처럼 악몽에 시달리며, 길을 걷다가도 업주나 성구매자를 마주치게 될까 두렵다”며 “당사자들이 숨지 않고, 성매매 알선자와 성구매자들이 두려워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성매매방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조윤희 변호사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성매매에 내몰리는 여성들은 그 과정에서 폭행으로 인한 강간, 불법촬영과 같은 성폭력 피해를 입는다”며 “성매매 피해 여성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처벌된다는 두려움에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사대로 탈성매매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매매방지와 여성인권 보호를 위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며 “성매여성의 불처벌이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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