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관점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온 실천적 대안 미디어 여성신문이 창간 2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여성신문은 지난 27년간 한국 여성의 대변지로서 한국 여성의 지위 향상과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외롭고 힘든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습니다. 앞으로도 성평등한 공정 사회를 위해 더욱 노력하는 여성신문이 되겠습니다. 창간 27주년을 맞아 각 년도의 여성신문 이슈 기사를 3편에 나눠 정리해 봤습니다. [편집자 주]
2006. 2. 3. 864호
19. 성폭력범죄 공소시효 없애자
여성신문은 처음으로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공론화했다. 성폭력특별법 제정의 기폭제가 된 1991년 김부남 사건 이후 공소시효에 대한 문제의식은 막연히 있어왔다. 이후 발바리 사건, 용산 여자어린이 성추행 살해 사건, 영화 ‘그놈 목소리’ 개봉 등을 정점으로 2006년 벽두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사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게 하는 사회 구조를 비판하며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한다. 20여 년 전의 ‘김부남 사건’ 당시에도 여성신문은 성범죄에 한해서만은 공소시효를 연장하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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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6.22 934호
20. 박찬숙 본지 단독 인터뷰 “이대로 가면 누군가 죽을 수 있다”
한국 여자농구계의 스타 박찬숙 대한체육회 부회장이 2007년 3·5월 금호생명과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단 감독 면접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후 같은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고용 성차별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그에게서 나온 또 하나의 고백은 큰 파장을 낳았다. 상하 권력관계를 악용해 감독이 여자 선수를 성폭행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 박 부회장은 여성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남성감독에게 성폭행 당한 뒤 임신해 퇴출당하거나 성폭행 충격으로 자살까지 시도한 선수들도 있다”며 “감독 채용 때 이미지용으로 여성 후보를 들러리 세우고 최종적으론 남성 내정자를 뽑는 것도 구단의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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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6.13 985호
21. 촛불집회 새 아이콘 ‘유모차 부대’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2008년 최대의 이슈였다. 특히 정치사회 영역에서기존 남성 중심의 거대담론에 가려졌던 여성들이 광장에 나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것은 대한민국 여성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촛불정국에서 30~40대 주부 회원들이 중심이 된 여성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위력적이었고, ‘촛불소녀’들은 촛불집회를 범국민적인 시민항쟁으로 발전시켰다. 여성이 정치적 요구를 관철시키는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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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5.21 1032호
22. ‘자아성취’ 인물로 재조명 받는 신사임당
대한민국 화폐에 첫 여성 인물이 등장했다. 신사임당(1504∼1551) 초상이 들어간 5만원권 지폐가 2009년 6월 25일 발행됐다. 신사임당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한계를 극복하고 시·글씨·그림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긴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여성 예술가다. 여성들은 여성의 활동영역이 ‘안방’으로 극히 제한돼 있던 조선시대에도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계발해 예술혼으로 승화한 시대를 앞서간 진보적인 여성이라며 신사임당의 여성 화폐 인물 선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여성계 일부에선 신사임당이 ‘현모양처’라는 가부장적 사고가 만든 이상적 여성상이라는 이유로 논쟁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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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23 1092호
23. 강용석 파문 “당장 의원직부터 사퇴하라”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10년 여대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제명됐다. 그는 같은해 7월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 하더라”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여성계와 한국아나운서연합회 등은 강 의원의 제명 조치와 의원직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 사건 이후로 국회의원 성희롱 예방 교육 의무화 여론이 일었다. 그 일환으로 선출직 공직 당선자가 임기 시작 10일 전까지 의무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도록 한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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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6.14 1139호
24. 고대 의대 집단 성폭행 사건
2011년 5월 고려대 의대생 3명은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의 한 민박집에서 동기 여학생이 만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몸을 더듬고 이를 몰래 촬영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후 학교 측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한 가해자는 학과 동기들을 상대로 ‘피해자는 평소 사생활이 문란했다, 아니다’ 등의 문항이 기재된 악의적인 설문조사로 2차 피해를 유발했다. 사건 발생 100여 일 후 가해자 모두 최고 수위의 징계인 출교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가해자가 명문 사학 의대생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 의료인의 윤리의식에 대한 경각심과 성범죄 의사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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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4.13 1181호
25. 여성들, 공천 왕따 속에도 선전
2012년 4월 11일 치러진 19대 총선 결과 역대 최다인 47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이는 전체(300명) 의원 중 15.7%에 달하는 수치였다. 당선자들은 상당수 개인 득표율이 정당 득표율보다 높게 나타나 여성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이 입증된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할당제에 대한 일부 남성 정치인들의 뿌리 깊은 반발심도 드러났다. 당시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 15% 의무공천’을 도입하자 일부 남성 후보들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라며 반발했다. 이후 여성계에서는 총선을 여성정치세력화의 터닝포인트로 삼아 ‘여성 의원 30% 고지’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또한 2012년은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해이기도 하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51.6%의 득표율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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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5 1263호
26. “항소하면 죽을 때까지 싸울래요”
일제강점기 일본 미쓰비시에 끌려가 강제 노역에 시달린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지 14년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근로정신대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군수물자 회사에 끌려가 강제로 노역을 하고 돌아온 여성들이다. 당시 끌려간 사람들은 14세 이하 소녀들이 대부분이었고 피해자는 10만 명에 이른다. 이 판결은 한일 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쓰비시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 여전히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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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1318호
27. ‘여성리더십’ 흔들리나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지도자, 사회지도층이 막말과 성희롱을 한 뒤 사죄보단 변명으로 일관해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는 폭언,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후 박 전 대표는 여성신문과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일련의 과정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대한항공에 탑승해 승무원의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회항시켜 비난을 받았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캐디의 가슴과 엉덩이 등을 여러 차례 만지는 등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손녀 같아서”라고 해명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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