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티베트 국왕의 수행 스승 ‘락쉬밍까라 공주’
[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티베트 국왕의 수행 스승 ‘락쉬밍까라 공주’
  • 이규린 아카마지 회원,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재학
  • 승인 2020.12.19 08:39
  • 수정 2021-01-05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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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페미니즘과 만나다]
‘여성의 눈으로 다시 읽는 불교사’ 조승미 담마학교 대표
:숨겨진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다
딴뜨릭불교의 여성 성취자 락쉬밍까라.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딴뜨릭불교의 여성 성취자 락쉬밍까라.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지난 12월 9일 ‘2020 나를 정화하는 불교페미니즘’ 4강은 불교학 박사인 조승미 담마학교 대표가 ‘여성의 눈으로 다시 읽는 불교사’를 주제로 진행했다. 조 대표는 불교사에서 지워지거나축소된, 위대한 여성수행자의 역사를 딴뜨릭불교와 선불교에서 어렵게 찾아 소개했다. 불교사를 통해 볼 때, 과연 여성수행자는 남성수행자처럼 깨달음을 이룰 수 있었는가? 티베트불교와 중국불교에서 여성수행자는 어떤 위치였으며, 그들의 성취는 왜 전해지지 않았을까?

한국불교에서 여성수행자인 비구니는 독립된 비구니승단을 이루고 남성수행자인 비구와 동등한 교육시스템에서 공부하고, 동일한 승복을 입고, 삭발을 하는 등 겉으로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비구니는 수계를 받을 때도 비구니승단은 물론 비구승단에서도 계를 받아야 하고, 비구에게는 복종해야 한다는 여덟 가지 계율(팔경계)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이러한 성차별적인 현실에서 위대한 여성성취자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조 대표는 티베트불교에서 여성성을 매우 중시한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오늘날 티베트불교 탱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즈라요기니는 여성 붓다로 불린다. 여성적 에너지의 상징이자 모든 붓다의 어머니로 여겨지기 때문에, 여성성을 무시하거나 삭제한다면 진정한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티베트불교, 특히 딴뜨릭불교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위대한 여성 성취자는 락쉬밍까라였다. 공주 출신으로 높은 수행력을 성취한 그가 딴뜨릭불교에 대해 가르침, 수행법, 계보를 기록한 문헌이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비구니선사 기원행강(1597~1654)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비구니선사 기원행강(1597~1654)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락쉬밍까라는 딴드릭수행에 있어서 반드시 여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당시 국왕이었던 자신의 오빠에게 “왕국의 재산을 포기하고 승려가 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결국 국왕은 권력 암투가 횡횡하는 속세에서 벗어나 출가해 수행을 성취하게 되었다니, 락쉬밍까라는 여동생이 아니라 수행의 스승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중국불교에서도 위대한 여성성취자가 많았다. 특히 명나라말 청나라초 시대는 불교의 쇠퇴기라고 하지만 여성의 눈으로 본다면 황금기였다고 한다. 당시 뛰어난 비구니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선사의 전기 문헌인 『오등전사』에는 비구니선사 50명이 기록됐다. 여성의 어록도 종종 출판됐고, 비구니선사 7명의 어록이 대장경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경전 속에 비구니 이야기도 포함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불교사에서도 매우 놀라운 일이다.

티베트 불교의 여성붓다 바즈라요기니.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티베트 불교의 여성붓다 바즈라요기니.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이처럼 위대한 비구니들의 등장에는 수준 높은 문화와 경제적 풍요로움으로 고학력 여성이 증가하고, 마음을 중시하는 양명학의 등장이 불교 가르침과 잘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의 해방사상은 성평등 사상으로 연결되고, 교육받은 엘리트여성들이 교단에 들어와 문집을 발행하는 등 비구니들의 활발한 수행의 배경이 되었음을 알 명말청초 여성 상황은 오늘날과도 유사해서, 현대여성들에게도 큰 파동을 전해준다. 유튜브 등 미디어의 혁신적 발달은 문집 시장 발달과 유사하며, 여성의 고등교육도 그렇다.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위대한 여성들에게서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끼며 그들의 활동을 따라가다 보니, “여성들에게도 도전과 성취의 역사가 있었구나”라는 자부심을 얻었다. 이들의 존재로 인해 21세기에 사는 내가 힘을 얻는다니,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다.

하지만 불교사에서 여성 연구가 여전히 미비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 대표는 “여성의 눈으로 읽는 불교사는 기초단계”라며 “불교는 부처님만의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향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불교 속 여성 이야기는 여남 모두가 함께 발굴하고 그려가야 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불교사에 여성이 있다’를 넘어서서, ‘여성들에 의해서 붓다의 가르침이 정확하게 해석되고 실천됐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사 속 여성들이 우리들에게 속삭이고 있다. 이제 여성의 에너지를, 힘을 보여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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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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