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여성은 왜 조계종 총무원장이 될 수 없나
[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여성은 왜 조계종 총무원장이 될 수 없나
  • 최우혁 가톨릭여성신학자, 서강대 강사
  • 승인 2020.12.08 18:28
  • 수정 2021-01-05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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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용을 타고 나타나서 어려움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바다에서 용을 타고 나타나서 어려움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불교는 과연 여성 친화적인가?” “불교가 페미니즘과 어떻게 결합이 가능한가?” 참으로 흥미진진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성평등불교연대’가 마련한 “불교, 페미니즘과 만나다”라는 강좌의 두 번째 강의에서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020년 11월 25일 종교와젠더연구소 옥복연 소장이 ‘불교, 페미니즘에 물들다’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는데, 이 사간에는 불교, 페미니즘, 그리고 불교 페미니즘의 “상서로운 만남”의 과정과 성격, 그리고 전망을 깊고 넓게 펼쳤다.

먼저 옥 소장은 불교사에서 위대한 세 명의 여성 영웅, 즉 붓다의 어머니 마야왕비, 양모 고타미, 아내 야소다라의 삶을 분석하며 붓다는 페미니스트라고 결론을 내린다. 2600여년 전 땔감 한 묶음과 딸을 바꿀 정도로 남성중심사회에서 마야왕비는 깨달음의 단계에 들고, 고타미는 비구니승가의 대표로 ‘아라한’이라는 최고의 깨달음을 성취했고, 야소다라도 최상의 지혜를 갖춘 비구니가 됐다.

마야왕비 등 불교사 여성 영웅 많지만
성차별 만연… 불교페미니즘 탄생

위대한 여성 영웅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불교계는 여성의 몸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며 여성 비하와 성별 위계를 일상화하고, 뛰어난 여성들의 역사는 왜곡·축소되거나 무시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교단 내 성차별이 만연한 상황에서 불교를 페미니즘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불교페미니즘의 탄생은 필연적이었다고 옥 소장은 분석한다. 즉, 1990년대 신자유주의 이후 여성 내부의 다양함과 차이를 인정하며 등장한 불교페미니즘은 인간(여성) 해방을 주창하고, 인간(여성) 변화에 대한 믿음을 가지며, 인간(여성)행복을 위한 실천을 강조하는 등 불교와 페미니즘의 상호 변증법적인 통합으로 탄생했다고 본다. 

옥 소장은 불교는 페미니즘에 탈이분법적이고 탈유일신적인 인식과 실존적인 고민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공하고, 페미니즘은 불교에 성평등한 관점과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혁을 위한 실천이론을 제공하면서 성보적인 관계를 형성했다고 본다. 특히 고정불변의 실재는 없으며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인드라망의 그물처럼 상호 의존적이라는 불교의 공성사상, 모든 인간은 불성(깨달음의 DNA)을 가진 존재, 그리고 고통에 빠진 중생들을 구제하려는 보살과 자비 사상 등 불교의 기본 가르침 그 어디에도 성차별이 합리화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타라보살상.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겠다며 서원을 세우고, 고통에 빠진 중생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기 위해 한쪽 발을 옆으로 빼고 앉아있다.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타라보살상.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겠다며 서원을 세우고, 고통에 빠진 중생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기 위해 한쪽 발을 옆으로 빼고 앉아있다. 제공 성평등불교연대

 

붓다 가르침, 기록·전승은 ‘비구’ 몫
여성출가자 규범·처벌도 남성이 정해

특히 티베트불교는 여성을 지혜의 상징으로 중시하는데, 남성적인 자비와 여성적인 지혜의 결합을 인격화한 남녀교합상(남녀가 성적 행위를 하는 듯 끌어안고 있는 상)은 매우 흥미로웠다. 티베트불교에는 오늘날까지도 불교신자들에게 추앙받는 타라보살이 있고, 여성 부처로 인정받는 예세 초겔도 있다니, 이처럼 여성성을 중시하는 불교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여성은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거나, 100세 비구니라도 갓 출가한 비구에게 절을 해야 한다는 비구니 팔경계가 오늘날까지 적용되고 있을까?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단에서 여성 출가자는 왜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지도자적 지위에 오를 수 없을까? 옥 소장은 그 원인을 “제도적인 실패”로 규정한다. 예를 들면 붓다의 가르침을 경전으로 기록, 암송, 전승하는 이 모든 과정은 남성출가자인 비구들의 몫이었고, 여성들이 지켜야 할 규범이나 처벌도 남성이 정했다. 여성들은 사회, 교단, 그리고 여성 스스로 내면화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차별받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라진 비구니승단을 복원하고, 여성의 관점으로 경전을 재해석하며, 위대한 여성들을 발굴하여 널리 알려 불교여성들의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불교페미니즘은 가부장제 이전을 회복하는 상서로운 만남인 동시에, 가부장제 이후를 열어가는 상생으로 함께 전개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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