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젠더법의 현황
[편집자주] 법에 따라 국가와 사회조직이 운영되고 인간관계가 규율되는 법치국가에서 법령과 그에 따른 판례의 형성과 변화는 성별에 따른 사회적 지위와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신문은 법을 여성과 젠더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젠더법 강좌]를 연재한다. 1부는 법과 젠더 및 성평등의 관계, 2부는 한국젠더법제사, 3부는 젠더법의 현황, 4부는 젠더판례를 주제로 한다.

[젠더법의 의미와 유형]
‘젠더법’이란 ‘성별에 관한 인식’(젠더, gender)에 기반하여 사회와 인간관계를 규율하는 법을 말한다. 이 법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은 ‘가부장적 젠더법’이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성별에 따라 생리적, 사회문화적, 성적으로 기질·능력·역할이 다르다고 보는 젠더(성별 분업관·특질론)와 여성을 출산과 육아 등 가족돌봄 전담자, 사회생활에 남성보다 열등한 자, 성적 서비스 제공자로 보는 젠더를 기반으로 생성된 법이다.
두 번째 유형은 ‘성평등 젠더법’이다. 성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개개인의 개성과 의사, 인권을 존중하는 젠더를 기반으로 생성된 법이다. 여기서 ‘성평등’이란 모든 사람이 성별에 관계없이 차별과 폭력, 편견, 비하를 받지 아니하고 개성과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으며, 가정과 모든 영역의 사회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권리와 책임을 동등하게 분담하며, 여성 특유의 모성기능(임신, 출산, 수유 등)의 사회적 중요성을 고려하고 전통적 젠더와 차별로 초래된 사회참여에서의 현저한 성별 격차를 시정함으로써 실질적 평등과 상생의 발전 및 평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성평등(gender equality)은 현재 국제기구(UN과 ILO 등)와 많은 국가의 법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규범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법은 ‘성평등’이란 용어를 ‘남녀평등’ 또는 ‘양성평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성소수자 젠더법’이다.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하고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이성애를 공인하는 사회와 성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인식에 기반한 법이다. 내용에 따라 ‘성평등 젠더법’에 포함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젠더법의 체계]
현재 우리나라 젠더법에는 ‘성평등 젠더법’이 많지만, 세 가지 유형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국내에서 생성된 젠더법의 체계를 4개 층을 가진 삼각형 모양으로 구성할 수 있다. 맨 위층에는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인 ‘헌법’이 있는데 6개의 젠더 관련 조항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층에는 ‘양성평등기본법’이 있다. 젠더 사안에 관해 규정한 기본법은 20개가 있는데 그중 ‘양성평등기본법’은 ‘헌법’의 양성평등 이념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양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정책을 망라해 대표적인 젠더기본법이 된다. 세 번째 층에는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을 제외한 ‘일반 젠더법’이 있는데 내용에 따라 6종의 유형(‘성차별관련법’, ‘적극적 조치법’, ‘성희롱방지법’, ‘젠더폭력특별법’, ‘모성보호법’, ‘돌봄지원법’)으로 구분될 수 있다. 맨 아래층에는 3개의 층에 있는 법령 외의 지방자치법규(조례, 규칙) 등의 각종 규범이 있다. 각 층의 순서는 상위법은 하위법의 근거가 되고 하위법은 상위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국제기구가 채택한 젠더 관련 국제협약 중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협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도 우리나라 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젠더법의 체계에 포함된다. 위상은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 사이의 가운데 있다.
[성차별관련법의 의미와 유형]
‘성차별’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젠더를 기반으로 특정 성에 속한 개인이나 집단을 불리하게 대우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여성 특유의 모성기능을 보호하는 조치와 실질적인 평등을 효과적으로 촉진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특정성을 우대하는 조치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도 실질적인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성차별관련법’을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 성별에 따라 권리와 의무를 다르게 규정해 성차별의 논란을 발생시키는 성별차등대우법, 성소수자의 차별에 관해 규정한 법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할 수 있다.
[젠더법강좌]는 [제3부 젠더법의 현황]에서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 등의 ‘젠더기본법’에 관해 살펴봤다. 다음 호부터는 ‘성차별관련법’을 비롯해 6종 유형의 법을 차례대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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