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성평등 전문가 위원회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 분석
20대 여성 64% 진보 선택 VS 남성 74% 보수
2030 젠더 격차,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
성평등가족부, 인구정책 주도하며 위상 키워야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선에서 49.42%의 득표율, 총 1728만7513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최다 득표수다. 12·3 비상계엄에 분노한 민심이 정권교체를 택한 셈이지만, 단순히 ‘정권 심판’ 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한 윤석열 정권의 반(反)페미니즘 기조를 종식시키고 ‘성평등 민주주의’로 나가자는 여성 유권자들의 열망이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2030세대 유권자 사이에서는 뚜렷한 성별 투표 격차가 드러났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이하 여성 유권자 중 58.1%는 이재명 후보를, 5.9%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며 범진보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반면 20대 이하 남성의 약 74.1%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등 보수 성향 후보를 선택했다. 지난 20대 대선에 이어 세대 내 젠더 격차가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여성신문은 이러한 흐름에 주목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성 유권자의 정치적 요구가 주변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2030 여성 1천명을 대상으로 젠더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들은 디지털 성범죄 방지, 임금 평등, 고용 기회 보장 등 생존과 안전 중심의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신문은 지난 5월 주요 정당과 함께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민주노동당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여성 의제를 다룬 토론회에 대선 주자를 낸 모든 주요 정당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유일했다.
대선 이후에도 여성신문은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6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여성신문 성평등 전문가 위원회 제21대 대통령선거 평가 좌담회’를 개최하고, 이번 대선 결과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모색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박수진 법무법인 혜석 대표변호사, 박진경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 홍춘희 전 경기도일자리재단 경영기획실장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성평등가족부가 성폭력 대응, 여성 일자리, 저출생 문제 등 여성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부처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30 여성과 남성 간의 인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소통 방식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수진 “성평등가족부가 저출생 문제 주도해야”

-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은 범진보 후보를, 20대 남성은 범보수 후보를 택했다. 이번 대선 결과 어떻게 봤나?
박수진= “권영국 후보에게 표를 던진 20대 여성이 5.9%나 된다. 이는 전체 평균보다 4배 많은 수치다. 여성 다수가 전략적 선택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지만, 동시에 많은 20대 여성이 사표가 되더라도 자신과 삶이 맞닿은 공약에 표를 던졌다. 비동의강간죄나 차별금지법 등 자신이 원하는 의제에 표를 던져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박진경= "윤석열 정부 3년간 안티페미니즘 현상과 백래시가 강화됐다. 동시에 이준석이 부상하며 보수가 둘로 나눠졌다. 이준석의 등장은 젊은 남성들에게 실제로 엄청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왜 이들이 이준석을 지지하는지는 실증적 연구 없이 인터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현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홍춘희= “청년층의 성별에 따른 투표 성향을 보면, 정치인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 정치인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서 특정 세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소진시켜버렸다. 지금 청년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준석은 한때 청년정치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구태한 정치인이 됐다. 여성과 성평등이 사라진 대선이었고, 유일하게 여성 관련 이슈가 나온 것은 3차 TV토론 정도였다. 유권자로서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운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은 청년층의 이념 차이에 대해서 표 차이를 넘어 훨씬 중요한 문제로 봐야 한다.”
홍춘희 “성평등가족부, 핵심 키워드에 맞춰 정책 재구성”

-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보나?
박진경= “여가부 자체를 어느 영역까지 가족과 돌봄 영역을 가져올 것인가를 전체적으로 보며 논의해야 한다. 실제 돌봄의 문제들과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해야 하는 시대적인 정책 아젠다를 어느 범위까지 확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가 필요하고, 실제 작동되도록 하는 구체적 설계도 필요하다. 성인지, 성평등적 관점에서의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과제의 우선순위를 만들어야 한다.”
홍춘희=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정책을 이름과 우선순위를 조정해 새롭게 보이게 하는 데 능숙하다. 성평등가족부는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할 물리적 시간이 없다. 전문가들이 몇 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를 중심으로 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여성 일자리와 여성폭력 문제는 반드시 챙겨야 할 과제다.”
박수진= “성평등가족부가 저출생 문제를 주도해야 한다. 인구 문제를 담당한다면, 부처의 위상과 예산 등 모든 측면에서 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출산의 주체인 20~30대 여성과 정책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 우선 인구·저출생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부처의 기반을 강화한다면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비동의강간죄, 낙태죄 후속 입법, 디지털 성폭력 대응 등 성평등 과제들도 자연스럽게 포함될 수 있다. 출산율이라는 명분은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다.”
박진경 “통합과 회복 위한 진짜 성평등 정치 필요”

-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치며 당선됐고, 이재명 정부는 '성평등가족부'를 약속하며 출범했다. 이제 성평등과 민주주의를 새롭게 써야 하는 시대다. 새 정부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박진경= “지난 정부는 성평등과 민주주의 위기를 자초해 실패한 정부였다. 이번 정부는 그 반작용으로 탄생한 만큼, 이 두 가치를 회복하는 사명이 분명하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성평등’이라는 말처럼, 두 가치는 함께 가야 지속가능하다. 그래야 광장에 나온 응원봉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2030 남성은 갈라치기 정치 속에 적극적으로 동원됐다. 일부는 극우화되며 혐오와 분노에 갇혔다. 전 정부가 이들을 정치적 제물로 삼았다는 점도 새 정부가 직시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는 통합과 회복을 위한 진짜 성평등 정치가 필요하다.”
홍춘희=“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성과지만, 동시에 전례 없는 과제가 새 정부에 주어졌다. 내란 청산과 함께, 2030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간극 역시 핵심 과제다. 이번 투표 결과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방향을 묻는 신호라고 본다. 젊은 세대가 보여준 갈등과 차이를 무시하지 말고, 이를 통합으로 이끄는 정치가 필요하다. 성평등은 단일 의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회복의 출발점이다.”
박수진=“2030 여성과 남성의 인식 격차가 이번 대선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새 정부는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 고민해야 하며, ‘포용적 성평등 정치’가 핵심이 될 것이다. 20대 여성은 자신의 삶과 맞닿은 공약에 표를 던졌고, 사표가 되더라도 정체성을 표현하려 했다. 이들은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원한다. 새 정부는 이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표 계산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접근으로 정책을 구성해야 한다. 지금은 듣는 정치가 절실한 시기다.”

- 대선 과정에서 여성신문의 역할과 향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수진= “이번 대선에서 여성신문은 2030 여성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실증적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경제적 평등과 생존이라는 여성들이 원하는 실증적인 정책을 알아냈고, 스텔스 페미니즘이라는 현상에 대해서도 포착했다. 이를 토대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성 의제가 지워진 선거에서 민주당, 국민의힘, 민주노동당 인사들이 참석하게끔 자리를 만들고 여성의제를 다시 띄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좌담회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는 선언이 이번 대선에서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해당 발언이 대선 막판에 나왔다는 점은 상징적인 성과다.
박진경= "2030대 여성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신문이 그 역할을 해줬다. 여성신문 말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체가 없는 것도 안타깝다. 성평등과 민주주의라는 시대적 가치를 복원하는 데 여성신문이 계속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홍춘희= “여성신문이 전문가들과 빠르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설문 문항을 구성해 결과를 도출해낸 과정은 매우 인상 깊었다. 2030 여성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치권이 여성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계속 연결해야 한다. 특히 20대 여성의 5.9%가 권영국 후보를 지지했다. 그 공약을 계속 짚을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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