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동조합·한국여성노동자회 등
27일 ‘성평등노동정책 5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성평등한 노동, 공정 사회의 시작”

“여성노동자의 삶은 더 이상 외면돼선 안 됩니다. 성평등한 일터 없이 공정한 미래는 없습니다.”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제9차 여성비정규직 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 현장에서 전국의 여성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한 10여 개 단체가 이날 차기 정부를 향한 ‘여성노동자들이 바라는 성평등 노동 정책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모든 시민의 돌봄권 보장 △청년 여성의 미래 보장 △성별임금격차 해소 △여성 노동자의 안전한 일터 구축 △노동자 권리 보장 등이다. 주 32시간제 도입, 성평등 공시제, 여성 관리자 50% 할당제, 직장 내 성희롱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제도 개편 등 구체적인 정책 방향도 함께 담겼다.

이날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 정규직의 39.4%에 불과하다”며 “이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여성 비정규직은 매년 145일은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윤석열 정부가 훼손한 성평등과 페미니즘의 가치를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정부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최근 실시한 성평등노동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고 발표했다. 총 786명 대상 조사 결과 응답자들 65.7%가 낮은 임금의 문제, 35.9%가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배 대표는 “이어진 과제로 고용안정과 성차별적 직장문화개선이 각각 2, 3순위로 나타났다. 중요한 과제와 시급한 과제를 나누어 질문한 결과, 고용안정과 채용성차별 철폐,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중요도보다 시급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광장의 빛이 만들어낸 조기 대선”이라며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필두로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돌봄지회 운영위원은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발언을 하며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졸속 시행한 ‘늘봄학교’를 점검하고 제대로 시행되게 하기 위해서는 돌봄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간제를 폐지하고 8시간 동일근무로 즉시 전환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현장의 소리에 귀기울여 현실적인 늘봄운영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미순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 서강대분회 분회장은 “청소노동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이 사회는 여성의 일자리를 여성의 노동을 저평가하고 존중하지 않는다. 중년의 여성에게는 고임금을 줄 필요가 없고 승급은 당연히 없고 수십년을 일해도 항상 임금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며 “우리의 노동은 생활에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우리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청소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달라는 요구”라고 외쳤다.

김효진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지회장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비판하며 “2016년 안산 선수에게 페미니즘을 빌미로 괴롭힘이 일어나기 5년 전, 넥슨이라는 거대 게임사는 한 성우와의 계약을 갑작스레 해지했다. 해당 성우가 페미니스트라며 ‘일부’ 남성 게임 이용자들이 항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항의라기보단 괴롭힘이라고 불러야 한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 해당 성우를 사이버불링하고, 계약한 회사에 직접 연락해 해당 성우를 해고하라고 민원을 가득 넣었다. 넥슨은 그 괴롭힘을 그대로 수용했다”며 “우리는 사상을 이유로 괴롭힘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지 않을 권리가 있다. 새롭게 들어설 정부는 우리의 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명숙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은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겪게 되는 성차별과 성희롱 피해를 온전하게 회복하고 건강하게 일터로 복귀해 노동의 권리를 확보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했던 여성노동자 최후의 보류인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은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서는 법제화와 함께 이를 실행하기 위한 추진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노동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성평등 추진체계 설치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선후보들은 성별임금격차 해결방안 마련하라’ ‘차기 정부는 직장 내 성차별 해소하라’ ‘페미니스트가 당당한 사회를 만들자’ 등의 구호 아래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말로만 ‘청년’, ‘여성’을 외치는 정치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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