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성마라톤대회] 이색 참가자

분장한 타잔부터 88세 할머니, 몸자보를 붙인 여성단체 활동가까지. 3일 오전 비가 내리는 서울 마포구 상암 평화광장은 7000여 명의 마라토너로 가득 찼다. 제25회를 맞은 여성마라톤대회는 각자의 바람과 목소리를 품고 함께 뛰는 축제의 장이었다.
88세 송병세씨는 딸과 함께 3km 코스를 걸었다. 송씨는 "딸이 매년 여성마라톤에 나가는 걸 보고, ‘나도 한번 해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데도 손씨는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니까 참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여성마라톤 10km를 혼자 뛰었던 유한기씨는 올해 8살이 된 딸과 아내와 함께 여성마라톤을 찾았다. “작년에는 혼자 뛰었는데, 올해는 온 가족이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3km 코스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가족이 함께 참여한 11살 김이루·이작요 어린이는 “부모님이 같이 뛰자고 하셔서 왔는데, 생각보다 신나요!”라며 “5km 완주하고 꼭 메달 따고 싶어요!”라고 외쳤다.
이날 현장엔 몸자보를 두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 여성마라톤 참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러닝크루 ‘다시뛰는 여성정치’도 참여했다. 다뛰여 회원들은 ‘다시 뛰는 여성정치’라고 적힌 몸자보를 붙이고 마라톤을 완주했다.
다뛰여 회원인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대선에는 여성의제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몸을 부딪치면서 담합하는 시간을 만들어 여성정치가 다시 뛰게 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서양천여성의전화 활동가들 몸에는 ‘실화 여기 페미 실존’, ‘성평등 없는 대선 문제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 ‘안’하는 가정폭력처벌법‘ 등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손문숙 강서양천여성의전화 활동가는 “5월은 가정의 날이지만, 평등해야 할 가정 안에서는 여전히 폭력과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를 알리기 위해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 안하는 가정폭력 처벌법 문제있다는 내용의 몸자보를 붙였다”라고 설명했다.
말벌동지들도 참여했다. 김다솜(31)씨는 세종호텔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연대하는 몸자보를 붙였다. 그는 “탄핵정국이 끝나면서 연대에 대한 관심이 멀어질 수가 있어서 신청했다”며 “기록보다는 (우리의 메시지를) 최대한 많은 분들이 보는 걸 원한다"고 했다.

재밌는 분장을 한 이들도 있었다. 타잔분장을 하고 온 김제명(34)씨는 ”원래 (같이 의상을 맞춰 입기로 한) 친구가 한 명 더 있었는데, 친구가 오늘 늦잠을 자서 혼자 하게 됐다“며 웃었다. “비가 많이 오면 맨발로 뛸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 신발 신고 완주하겠습니다. 목표는 55분!”

뚱이 복장도 눈에 띄었다. 뚱이 분장을 한 권민석(44세)씨는 "뚱이 콘셉트는 (마라톤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귀여운 걸 찾다가 선택하게 됐다. 오늘 친구들과 즐겁게 뛰려고 한다. 1시간이 목표다. 열심히 뛰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여성마라톤대회’는 2001년 시작해 지금까지 28만5천여명의 시민과 함께한 5월의 대표적인 가족마라톤대회다. 올해는 7천여명이 참가했다.
여성신문사는 여성과 가족의 건강을 향상하고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매년 서울시와 함께 여성마라톤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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