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시국선언문 발표…전국 296개 단체·시민 1726명 동참
윤석열 정부 반여성·반성평등 기조도 규탄
김민문정 대표 “비상계엄, 명백한 헌정질서이자 내란죄 해당”
한정숙 이사장 “윤석열, 가장 반여성적인 집권자로 헌정사에 남을 것”
이현재 교수 “윤석열 퇴진과 함께 백래시도 퇴출돼야”

“내란죄 범죄자 윤석열을 파면하라! 헌정질서 민주주의 파괴한 윤석열을 파면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성계가 광장으로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여성계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시국선언문에는 전국 296개의 여성단체와 1726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이날 광장으로 나온 110여명의 여성계 인사들은 윤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 동원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한밤중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깨뜨리는 탱크와 헬기가 서울 한복판으로 진입했고, 무장한 군대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침탈했다. 무장한 군대의 총구는 시민을 향했다”며 “이는 명백하고 엄중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이고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여성계는 후보 시절부터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운 윤 정부의 반여성·반성평등 기조를 일갈했다. 특히 윤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여성폭력 예산 삭감 △민간고용평등상담실 전면 폐지 △정책 용어에서 ‘여성’·‘성평등’ 삭제 등을 규탄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모든 구조적 부정의의 존재를 부정하고 특권으로 본인의 안위만을 챙겼다. 구조적 부정의로 억압받는 자들의 얼굴은 여성, 퀴어,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이라며 “거세지는 억압에 탄압받았던 이들의 목소리가 여기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정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도 “윤석열은 가장 반여성적인 집권자로 헌정사에 남을 것”이라며 “평화와 여성의 생명, 안전을 가로막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여성 유권자의 이름으로 파면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정권 기조에 칼춤을 추듯 남성 중심적 문화와 연대는 더욱 강고해졌으며, 그 세력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성 혐오의 말들을 쏟아내 2024년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일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피폐해져가고 있다”며 “성평등 세상을 향해 전진하는 여성들의 힘과 지혜, 그리고 더 넓은 연대로 성평등 민주주의를 단단히 세워가자”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윤석열을 탈당시켜 꼬리 자르기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탄핵을 반대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스스로 내란의 부역자이자 공범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이 땅의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을 갖추고 있다면 탄핵 찬성에 표결하라”고 촉구했다.

여성계는 탄핵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성평등 사회가 실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성차별주의자와 여성폭력 가해자, 이를 비호하거나 2차 가해를 저지른 인물들은 앞으로 어떠한 정부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성평등 개헌은 더 이상 더는 미룰 수 없다. 성차별적 구조를 철폐하고 권력 남용을 막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민주당 좋으라고 하는 일 아니냐는 한가한 소리도 있지만 아니다. 박원순, 안희정 사건 피해자, 조력자를 아직도 괴롭히는 민주 인사들을 규탄한다”며 “안티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민주당 일부 사람들의 부화뇌동이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계속 비판해 왔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그래서 우리가 광장을 메울 것이다. 성차별, 혐오, 폭력 문제가 폭주하는 남성성과 제왕 대통령으로 나타난 이 현실을 우리가 막을 것”이라며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은 물러나라. 이것이 바로 안티 페미니스트 정치의 말로”라고 외쳤다.
이현재 전 한국여성학회 회장은 “가부장 정치는 민주주의뿐 아니라 여성의 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며 “딥페이크 동영상과 관련된 법률은 점차 강화되는 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여성 단체의 참여는 배제되고 있으며,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성찰하는 민주주의 교육은 도외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여성, 나아가 페미니즘에 대한 성찰 없이 진보하지 않는다”며 “민주적 절차에 따르지 않은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은 퇴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여성과 페미니즘에 반격하는 백래시도 퇴출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성계 인사들의 발언에 뒤이어 시국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이날 시국선언문 낭독은 정영애 여성가족부 전 장관과 정영훈 한국여성연구소 소장, 추은지 한국YWCA연합회 활동가, 김희경 수원여성회 상임대표가 참여했다.
이들은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부정의와 인권유린의 현장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앞장서서 맞서 싸워왔다”며 “우리 힘으로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에 의해 유린되고 짓밟히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을 파면하고, 그가 자신이 일으킨 내란죄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받을 그 날까지 어떠한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며 “나아가 여성과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인권과 평등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물러섬 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하 시국선언문 전문.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죄 범죄자 윤석열을 여성시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땅에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석열은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장갑차와 헬기의 서울 한복판 진입, 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의 폭력적인 국회 침탈, 경찰의 국회 진입 통제 및 국회의원 출입 저지, ‘정당 활동과 일체의 집회·결사 활동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의 계엄사 통제’ 등의 내용을 담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등 2024년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한국의 민주주의 가치와 헌법적 질서가 땅에 떨어지는 장면을 대한민국 국민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이 목도하는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국민의 희생과 피땀 어린 투쟁의 역사 그 자체이다. 4.19 혁명, 부마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수많은 굴곡의 현장에서 국민들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헌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목숨도 불사하였다. 헌법적 요건도 갖추지 않았고 절차도 무시한 채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은 국민들이 준엄하게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여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수십년 간 국민들의 힘으로 힘겹게 쌓아올린 민주주의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내란죄를 저질러 민주주의 시계를 순식간에 원점으로 되돌리고 위헌적 권력 남용과 독재 행위를 스스로 증명한 윤석열을 우리는 더 이상 대통령으로 용납할 수 없다.
윤석열은 선거 시기부터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발표하고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정서를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대통령 당선 전부터 반민주적인 통치를 예견하게 하였다. 또한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불과 2년 반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지난 수 십 년 간 조금씩 진전되어온 대한민국의 성평등 가치·정책·추진체계를 사상 유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퇴행시켰다.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정책 용어에서 ‘여성’과 ‘성평등’ 삭제, 중앙·지방정부 성평등 추진체계 삭제·축소·격하, 여성폭력 예산 대폭 삭감 및 민간고용평등상담실 전면 폐지 등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던 대한민국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보편적 국제기준이자 가치인 성평등과 인권을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각종 정책을 퇴행시키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백래시를 앞장서서 선동하는 모습은 국제사회에도 큰 충격을 준지 오래다. 정부 탄생 초기부터 성평등 민주주의 가치 파괴에 앞장서 온 윤석열은 급기야 계엄령을 선포하여 모든 국민들의 기본권을 파괴하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부정의와 인권유린의 현장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앞장서서 맞서 싸워왔다. 또한 여성인권 3법 제정, 여성할당제 도입, 호주제 폐지 그리고 미투운동과 디지털성폭력 의제화까지 성평등한 관점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그 내용을 진전시켜 온 주체이다. 우리들은 우리 힘으로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에 의해 유린되고 짓밟히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그가 자신이 일으킨 내란죄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받을 그 날까지 어떠한 행동도 불사할 것이다. 나아가, 여성과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인권과 평등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물러섬 없이 투쟁할 것이다.
2024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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