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개 여성단체 공동성명 발표
“정치권·언론·기업, 성차별적·여성혐오적 형태 보여”
“학교 당국, 학생들 요구 겸허히 수용하고 대화 나서야”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된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된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 학생들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여성계가 “현 상황을 ‘불법’, ‘손해’의 프레임으로 이동시키는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채용 성차별까지 시사하는 공공기관장과 기업의 차별적 언행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27일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9개의 여성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불법’과 ‘손해’의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학생들을 ‘악마화’하는 정치권, 언론, 기업의 성차별적 시선과 태도가, 그리고 이런 담론에 힘 얻은 혐오세력들이 온라인 상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협박과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현실이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그러면서 “정치권, 언론, 기업이 보여주고 있는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또한 이번 시위를 ‘폭력 사태’, ‘비문명’이라고 규정하고,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거’, ‘여대출신 채용 배제’, ‘54억 시위 피해’ 등의 발언이 확산되는 현실을 우려하며 “이는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여러 맥락과 상황을 소거시킨 채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학생을 학교공동체의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학교의 행태를 승인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지난 14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덕여대 시위를 가리켜 “그저 비문명일 뿐”이라는 글을 올린데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폭력 사태 주동자들은 반드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한 지난 16일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우영 이사장이 동덕여대 출신 학생을 채용에서 걸러내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논란이 커지자 삭제한 바 있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페이스북 갈무리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페이스북 갈무리

단체들은 동덕여대 학교 당국을 향해서도 “학교공동체의 민주적 운영에 관한 학생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커녕, 여전히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부 세력의 참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학생들의 시위를 폄훼하고, ‘(수업 정상화를 위해) 설득이 아니라 학생회에서 명령을 해야 한다’는 반민주적 요구를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심각한 것은 학교 측이 학생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민주주의 교육공동체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을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학교와 학생 간 평등하고 투명한 의사소통 절차를 보장함으로써 민주적인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 의견 수렴이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다”며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와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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