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 7월 말 피의자 3명 기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피해자, 2차 가해까지 수년간 고통받아...
예술계 왜곡된 성 인식 바뀌길”

‘광주 연극계 성폭력’ 가해자들 기소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7월25일부터 일주일 동안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렸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광주 연극계 성폭력’ 가해자들 기소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7월25일부터 일주일 동안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렸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광주 연극계 유력 인사들이 힘없는 신인 배우들을 상대로 상습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문화예술단체들이 함께 이 사안을 공론화하고 고소한 지 약 1년 만이다.

1일 광주여성민우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지역 시민사회문화예술단체가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광주지방검찰청은 지난 7월28일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 피의자 3인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광주 지역 극단 대표·연출 양모 씨는 강간치상·준강간치상·강제추행치상·강제추행 혐의로, 양모 씨의 아내인 배우 김모 씨는 강간치상·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다른 극단 대표·연출·배우 송모 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양씨는 자신의 극단에서 활동했던 신인 배우에게 ‘네가 마음에 든다, 내가 너를 키워줄 수 있다’며 접근해 2012~2013년 수차례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의 아내 김씨는 피해자를 함께 성폭행한 혐의, 이와 별개로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의 연기를 지도해줬던 송모씨는 자택에서 열린 연극인들 회식에 참석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양씨는 2016년 또 다른 신인 배우를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한 혐의도 받는다. 대책위는 “광주 연극계 유력인사들이 폐쇄적 업계 구조를 악용해 저지른 성폭력”이라며 “피해자들은 지금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겪고 있고, 연극 경력 포기를 감수하면서 공론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책위의 기자회견 후 한국연극협회는 이들 3명을 제명했다.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과 “연인 관계”, “사랑이었다”라며 범행을 부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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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은 이들 3명에 대해 강제추행치상, 특수강간치상 등 혐의만 인정했고, 강간치상 부분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대책위의 이의 신청에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일부 불송치 결정을 유지했다. 검찰 수사를 거쳐서야, 피해자 측이 주장한 모든 혐의가 인정됐다. 

이 사건 고소 대리인단을 대표하는 민변의 김승성 변호사는 “늦게나마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간 2차 가해까지 겪으며 수년간 고통받은 피해자가 이 과정을 통해 충분히 회복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또 “(광주 연극계에서) 성폭력이 공공연하게 발생했지만 쉬쉬하는 분위기였는데 바로잡을 기회가 되기를, 다른 피해자들도 추가로 피해를 알릴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민변 광주전남지부 등이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2022년 6월29일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민변 광주전남지부 등이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2022년 6월29일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대책위는 검찰 기소 결정을 환영했다. “광주여성예술인 162명의 지지 선언, 탄원서 작성 운동에 동참해 주신 시민과 예술인 675명, 58개 단체의 노력이 만든 한 걸음”이라며 “검찰의 판단은 예술 교육 및 활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에 저항해온 예술인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가부장적 토대를 허물고자 목소리를 내는 모든 시민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론화 이후 고소인과 조력자를 지역 공동체로부터 고립시키고자 사실 왜곡과 일방적인 비난을 일삼았던 피의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며 “검찰의 판단 결과가 광주 연극계 일부의 왜곡된 시선과 2차 피해를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광주지방법원의 엄중한 판단을 촉구하며, 피의자 3인이 법의 심판을 받는 날까지 사건의 승소와 예술계의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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