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연극계 성폭력 고발 일파만파
대책위 “또 다른 연극인들 성폭력 의혹 제기돼
고소당한 극단 대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

가해자들, 경찰에 범행 부인 “연인 관계”
피해자 “연극계서 가해자 권위 절대적
연극 계속하려면 참아야 했다
지역사회 내 2차 가해도 심각
구조적 성폭력 함께 바꾸자”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민변 광주전남지부 등이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지난 6월 29일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민변 광주전남지부 등이 모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지난 6월 29일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6월 피해자 고발로 알려진 ‘광주 연극계 성폭력’ 피해자가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고소당한 3명 외에 다른 광주지역 예술인들도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한다. 모두 폐쇄적이고 위계 서열을 중시하는 연극계의 구조를 악용한 범죄라는 지적이다. 

또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한 광주지역 극단 대표·연출가가 당시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행했다는 주장도 새롭게 나왔다.

14일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는 첫 고발 이후 유사한 성폭력 의혹 제보를 여럿 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영향력 있는 지역 연극인들에게 위계를 이용한 강제추행, 성폭행 등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광주를 떠났다고 한다.

대책위는 구체적인 정황, 가해자·피해자 관련 정보는 “신중한 검토 후 공개 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로 고소를 결심한 피해자는 아직 없다고 한다.

한편 지난 6월 고소당한 가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과 “연인 관계”, “사랑이었다”라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가해도 벌어졌다. 대책위는 “지역 내 복잡하고 촘촘한 이해관계로 인해 가해자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피해자 측은 당시 작성한 일기, 연습일지, 주변인 증언 등 증거를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장도국 배우가 지난 12일 CGV 광주금남로에서 열린 제13회 광주여성영화제 토크 프로그램에서 사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광주여성영화제 사무국 제공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장도국 배우가 지난 12일 CGV 광주금남로에서 열린 제13회 광주여성영화제 토크 프로그램에서 사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광주여성영화제 사무국 제공

앞서 지난 6월,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지역 극단 대표·연출 A씨와 그의 아내 B씨, 타 극단 대표·배우 C씨 총 3명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했다. 특히 A씨는 연극에 막 입문한 10대~20대 여성들에게 ‘네가 마음에 든다’, ‘키워주겠다’며 성폭력을 저지른 의혹을 받는다.

2012년 A씨의 극단에 들어간 피해자 김산하(가명)씨는 “2012~2013년까지 A씨에게 수차례 성추행·성폭행을, B씨에게 폭언과 2차 피해, 강제추행을, C씨에게 한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게 처음 성폭력을 겪었을 때 김씨는 만 19세에 불과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20대 초반에 광주에서 배우로 활동했던 피해자 서주영(가명)씨도 “2016년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광주 연극계 유력인사들이 폐쇄적 업계 구조를 악용해 저지른 성폭력”이라며 “피해자들은 지금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겪고 있고, 연극 경력 포기를 감수하면서 공론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8명이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다. 

피해자 김씨의 동료였고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장도국 배우는 지난 12일 CGV 광주금남로에서 열린 제13회 광주여성영화제 토크 프로그램에서 이같은 사건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김씨의 입장문도 대독했다. “공론화 직전 일부 관계자들로부터 ‘향후 3년간 연극인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한 가해자는 저만 고통받으면 되는데 다른 연극인들과 협회에 불이익이 갈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지난 5개월간 저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난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명확한 2차 가해입니다.”

김씨는 경찰 수사관에게 ‘왜 현장에서 도망가거나 신고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고 힘들었다고 했다. “연극계에서 가해자들의 권위는 절대적이었고 연극을 지속하고 싶으면 참아야 했습니다. 가해자를 돕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무너지지만, ‘네 덕에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동료가 큰 힘이 됩니다. 성폭력은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우리가 있는 이곳을 바꾸기 위해 함께 가보자고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경찰 수사는 12월 안에 끝날 전망이다. 대책위는 수사 결과를 검토한 후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공동변호인단의 김수지 민변 광주전남지부 변호사는 “피해자에겐 인생이 달린 싸움이다. 오랫동안 참고 견딘 피해자에게 ‘이제라도 용기 내 줘서 고맙다’고 해달라. 피해자를 응원해주시고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에게도 “용기를 내신다면 저희가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성폭력 피해로 고충을 겪고 있는 예술인, 예비 예술인들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성폭력피해 신고상담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전화 02-3668-0266, 자세한 내용은 http://www.kawf.kr/social/sub11.do)

광주 연극계 성폭력 관련 제보나 문의는 광주여성민우회 (062-521-1360)이나 대책위(safe.gjart@gmail.com)로 하면 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