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별영향평가 무력화 시도… ‘중앙위원회’ 폐지
정부, 성별영향평가 무력화 시도… ‘중앙위원회’ 폐지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2.11.03 09:07
  • 수정 2022-11-04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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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정부위원회 통폐합 지침
성주류화 핵심 정책수단 후퇴 우려
여가부 “폐지 아냐… 비상설 전환”
전문가 “제도강화 위해 유지해야”
2017년 성별영향평가 정책개선 사례들 ⓒ여성가족부 제공
성별영향평가 정책개선 사례들 ⓒ여성가족부 제공

성평등 정책을 만들기 위한 심의·조정 기구인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이하 중앙위원회)’가 폐지 기로에 섰다. 행정안전부가 정부위원회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중앙위원회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성별영향평가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 30일 발의한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 정비를 위한 2개 법률의 일부개정에 관한 법률안’에 ‘중앙성별평가위원회’를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라고 적혀 있다.

“여가부 장관이 해산할 수 있다”

법안 내용을 보면 “성별영향평가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 두는 ‘성별영향평가법’에 따른 중앙위원회를, 여가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 구성·운영할 수 있는 위원회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조항은 중앙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다’고 바꾼 것이다.

여기에 “여가부 장관은 중앙위원회의 구성 목적을 달성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앙위원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조항도 새로 추가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윤정 입법조사관은 중앙위원회 폐지가 성별영향평가제도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조사관은 “중앙위원회는 성별영향평가의 방향을 정하고 전체 부처가 성평등 관련 사업과 정책을 얼마나 추진하고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평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앙위원회 폐지로 타 부처 정책 개선을 권고하는 특정성별영향평가 기능이 사라지고 성별영향평가제도의 중요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중앙위원회 폐지가 아니라 상설 위원회를 비상설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해 “상설 위원회를 비상설로 전환하는 정비 작업으로 위원회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필요한 경우 안건의 성격에 따라 회의를 여는 비상설 위원회로 열리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별영향평가제도의 특성상 비상설 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은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성별영향평가제도는 대상 과제 선정부터 이행 점검과 정책 개선 점검, 성인지 예산과의 연계까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제도”라며 “안건이 있을 때마다 민간 전문가를 불러 회의를 여는 비상설 체제는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비상설 위원회로 전환할 때가 아니라 성별영향평가제도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여가부 정부위 11개 중 4개 통폐합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실과 행안부는 지난 9월 7일 636개 정부위원회 중 246개를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실 운영되는 ‘식물위원회’는 폐지하고, 유사·중복 위원회는 통·폐합해 3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취지다.

여가부는 운영 중인 전체 정부위원회 11개 중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를 비롯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정부지원위원회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위원회 △가족친화인증위원회 등 4개가 폐지 대상에 포함됐다. 여가부는 가족친화인증위원회도 중앙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기능은 유지하되 비상설로 운영 체제를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성별영향평가는 주요 정책이나 사업이 성평등한 방향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매년 실시하는 제도다. 정책이나 사업의 성차별적 원인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평가해 실질적인 성평등 정책 실현을 이루기 위해 마련됐다. 성별영향평가는 모든 정책에서 성평등적 관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미의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의 핵심 수단이다.

*중앙성별평가위원회는 제도의 운영과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여가부 장관 소속 정부위원회다. 성별영향평가의 기본방향을 비롯해 정부 모든 부처의 정책 중 성평등, 여성 지위 향상 관련 정책에 대해 특정성별영향평가를 실시, 그 결과에 따른 정책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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