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2022 한국인권보고서』서 지적
“대선 때부터 성차별 선동·지지 결집 활용
국내외 우려 여론 아랑곳 않고
대안 없는 여가부 폐지 추진
인구가족 정책과 연결해
여성을 재생산 도구로 대상화 우려”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 1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의 삶은 볼모가 될 수 없다. 여가부 폐지 안된다 국회는 지금 당장 성평등 강화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 1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의 삶은 볼모가 될 수 없다. 여가부 폐지 안된다 국회는 지금 당장 성평등 강화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의 성평등 정책 퇴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2022 한국인권보고서』 중)

“윤 정부는 위기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내 들며 여성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인권 전문가들이 본 2022년 한국 여성정책 현실은 어둡다. 특히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여가부 폐지는 “여성인권과 성평등 정책의 전반적인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민변은 지난 5일 공개한 『2022 한국인권보고서』에서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심화한 불평등, 성차별, 폭력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가부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성차별을 선동하고 지지자 결집에 적극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선 이후에도 여가부 폐지를 위한 행보와 성평등 정책 퇴행을 암시하는 모든 시기마다 국내외적으로 우려 여론이 매우 크게 일어났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여성단체들이 지난 11월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여성단체들이 지난 11월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시민들의 반발과 우려에도 윤 정부는 지난 10월 여가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호영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도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민변은 “여가부의 현 기능이 여러 부처로 분산되고 추진 주체가 독립부처에서 본부급으로 격하된다면, 성평등 정책의 종합적이고 집행력 있는 추진을 위한 구심점이 없어지고 여가부가 해오던 기능이 축소 내지 폐지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독립부처 장관의 권한, 예산으로도 하지 못한 성평등 정책 총괄 조정 기능을 의안 제출이나 심의, 의결권도 없이 국무회의 배석 권한만을 가진 본부장이 보다 잘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여가부 폐지는 국제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 194개국에 성평등 전담 기구가, 160개국엔 성평등 전담 부처가 독립부처 형태로 존재한다(2020).

민변은 “모든 정책 집행 과정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부처 형태의 성평등 전담 기구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정부가 여가부 대신 신설하겠다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에 대해선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 해소라는 성평등 전담 기구의 본래 목적에 맞지 않다. 분산된 생애주기별 정책을 연계하겠다며 성평등 정책 추진을 인구가족과 연결하는 것은, 여성을 독립된 권리 주체가 아닌, 인구나 가족 재생산의 도구로 대상화하고 성평등 문제를 사소하고 경미한 문제로 경시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 11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의 삶은 볼모가 될 수 없다. 여가부 폐지 안된다 국회는 지금 당장 성평등 강화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 11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의 삶은 볼모가 될 수 없다. 여가부 폐지 안된다 국회는 지금 당장 성평등 강화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성평등·인권 행정 퇴행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양성평등정책’에서 ‘여성폭력’, ‘젠더폭력’ 용어는 모두 ‘폭력’으로 바뀐다. 여가부가 매년 발표하는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 명칭은 올해부터 ‘남녀의 삶’으로 바뀌어 여성을 지웠다. 지자체의 ‘여성’ 담당 부서명도 ‘복지’, ‘인구’, ‘가족’으로 바뀌고 있다. 여가부는 성평등 정책을 만들기 위한 심의·조정 기구인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를 상설위원회에서 비상설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양이현경 대표는 민변 주최로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이러한 흐름에 우려를 표했다. “여가부 폐지 논의가 실질적으로 전반적 (여성정책) 후퇴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성평등·소수자 관련 정책의 지속적 후퇴를 예상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