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 못하는 ‘스토킹처벌법’ 강화하라
피해자 보호 못하는 ‘스토킹처벌법’ 강화하라
  • 진혜민,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11.24 20:22
  • 수정 2021-11-24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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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은 안녕한家] ⑥
주거침입, 살해로 이어져
접근금지 가해자가 어겨도
처벌은 사후, 처분은 과태료뿐
침묵 강요하는 반의사불벌도 문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가 대구에서 긴급 체포돼 20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낮 12시40분께 대구 소재 한 숙박업소에서 피의자를 체포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 여자친구를 집요하게 스토킹하다 결국 살해한 피의자 김모씨가 20일 긴급 체포됐다.  ⓒ뉴시스·여성신문

[당신의 집은 안녕한家] 
①주거침입은 강력범죄의 전조다
②성범죄로 이어지는 주거침입...여성은 더 불안하다
③스토킹처벌법으로 상습 주거침입범 잡아라
④전담조직·안심원룸 인증제…주거침입 성범죄 ‘방패’ 될까
⑤“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주거침입…부산자치경찰위원회 출범 첫 과제로”
⑥피해자 보호 못하는 ‘스토킹처벌법’, 강화하라

주거침입, 스토킹 등 6차례 ‘SOS’

교제폭력(데이트폭력)과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했다. 10월 21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으나 정작 피해자는 죽음에 내몰리면서 법의 허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변안전조치 등의 피해자 보호 규정을 신설하고, 반의사불벌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사소한 범죄’라는 편견을 넘어서야 스토킹 처벌법은 가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스토킹 범죄의 최종 범죄 현장이 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에서 발생한 ‘신변보호 여성 살해 사건’과 지난 3월 서울 노원구에서 한 여성을 스토킹하던 김태현(25)이 집까지 쫓아가 여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한 ‘세 모녀 살해사건’이 대표적이다. 스토킹은 언제든지 스토킹은 폭행, 주거침입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호감 있으면 따라갈 수 있다’라는 스토킹에 대한 관용적 태도와 사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폐쇄성으로 인해 강력범죄의 전초로 인식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변보호 여성 살해 사건’의 피해자는 지난 11개월간 전 남자친구 김씨로부터 “다시 만나달라”는 집요한 협박과 스토킹을 당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24일 부산에 살던 피해자는 김씨를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6개월 뒤인 6월 26일, 가해자는 서울로 거처를 옮긴 피해자의 집까지 찾아왔다. 지난 11월 7일에도 피해자가 “김씨가 찾아와 힘들다”는 취지로 신고하자, 경찰은 피해자를 임시 숙소에 인계하고 신변보호를 시작했다. 9일에는 경찰 요청으로 법원이 피해자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처분도 내렸다. 지난 15일 피해자는 임시 숙소에서 자택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흘 뒤인 19일 오전 11시30분께 피해자는 자신의 집에서 김씨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피해 여성은 임시 보호시설로 거처를 옮기고 경찰의 신변보호도 받고 있었다. 피해자가 경찰에 정식 신고한 것은 5개월 사이 총 5번이나 된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접근금지 등의 신변보호조치를 내렸지만 죽음을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로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한달 간 신고는 4배가량 늘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총 3314건의 스토킹 신고가 들어왔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까지 하루 평균 신고는 24건이었지만 시행 이후 하루 평균 약 100건이 넘게 접수됐다. 그러나 스토킹으로 인한 강력범죄는 막지 못했다. 이번 사건처럼 스토킹을 사전에 막는 조치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신변보호 허술한 스토킹처벌법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경찰은 가해자에게 응급조치와 긴급 응급조치 혹은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스토킹 행위자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잠정조치는 △서면경고 △주거지 등 100m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근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 4가지다. 사건 당시 관할 경찰은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조치로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정보통신 접근금지 등을 신청해 법원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해자 김씨는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되지 않았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접근금지 조치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이를 어겨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이다.

스토킹 ‘정의’ 범위 확대 필요

전문가들이 2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와 지원 강화를 위한 입법 과제’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스토킹처벌법의 한계를 없애기 위해선 스토킹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스토킹범죄의 우려가 있을 경우 직권에 의해 신변안전조치가 가능하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는 “스토킹행위의 정의에서 ‘의사에 반할 것’이라는 요건을 삭제하고 각 행위의 상대방을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이 규정한 스토킹에 대한 ‘정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①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②정당한 이유 없이 ③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④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등 행위로 ⑤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란 5가지를 모두 지속하거나 반복해야 ‘스토킹 범죄’로 판단한다. 박 변호사는 ‘의사에 반할 것’이란 구절에 대해 “상대방이 어떤 의사를, 얼마나 표출했는지에 중점을 두어, 행위 입증 책임을 행위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 도입해야

박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에 신변안전조치 조항을 신설하고 상대방의 신청이 있거나 스토킹행위가 지속·반복적으로 행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를 요건으로 해 스토킹행위 상대방의 신청과 스토킹범죄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 직권에 의해 모두 신변안전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구슬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연구원은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의 기간은 6개월로 너무 짧아 피해자를 실효성 있게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토킹범죄의 재발이 우려되는 경우에도 피해자가 검찰이나 경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가정폭력처벌법과 같이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보호를 요청하는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가·지자체, 피해자 적극 보호해야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가족부가 입법예고 중인 ‘스토킹보호법’(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에 대해 가해자 통제와 함께 피해자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스토킹은 다양한 방법으로 일어날 수 있고 행위 방법과 무관하게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야기하는 행위에 개입하고자 한다면 열거된 행위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이에 준하는 행위’와 같이 보충구성요건을 둬 처벌의 흠결을 방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보충구성요건을 두더라도 너무 좁게 해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시 유형도 좀 더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대해 “여성폭력 또는 범죄로서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지원할 의무가 있다”며 “심리상담, 의 위험성 평과와 온오프라인에서의 안전 계획수립을 지원해야 하고, 피해자가 이로 인해 직장을 잃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거나 피해자 또는 가족구성원이 거주지, 직장, 학교 등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는 긴급생계지원, 주거 지원, 취업 지원 등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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