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ng]① 바이올리니스트 양윤정 "새로운 길 찾으며 위기 버텼어요"
[ART...ing]① 바이올리니스트 양윤정 "새로운 길 찾으며 위기 버텼어요"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0.12.19 18:17
  • 수정 2020-12-21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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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취소되고 무대 사라져
도전하는 열정으로 새 길 찾아
음악 교육자로 ‘인생 2막’ 올리려
최근 박사논문 제출...온라인 교육콘텐츠 기획도
“불안한 시기일수록 변화와 가능성에 주목해야”

코로나19는 문화예술계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공연이 취소되고 무대가 사라졌다. 많은 예산을 들여 준비했던 대형 공연들이 공연 직전에 취소되는 일이 많았다. 무관중 공연과 디지털 교감에 만족해야 했던 문화예술계의 '겨울왕국'을 버텨낸 문화예술인들의 열정과 꿈을 응원하고 싶다. 위기 속에서도 버티고 꿈꾸며 도전하는 문화예술인 'ART...ing'를 만나본다.  [편집자 주]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 교육자 양윤정 씨 ⓒKCO 오케스트라·EOS 앙상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 교육자 양윤정 씨 ⓒKCO 오케스트라·EOS 앙상블

그 첫 번째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윤정(35)씨의 이야기다. 그의 2020년 일기장은 생존기인 동시에 새로운 변신을 구상하는 도전기로 채워져 있다. 양씨도 여러 연주 일정이 취소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 일정이 있어서 그나마 충격이 덜했다. 가르칠수록 교육자로서의 적성을 발견하는 것도 큰 보람이었다. 비대면 생활 시대에 맞게 바이올린 레슨도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준비 중이다. 

코로나 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자로서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하고 온라인 음악교육에 도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윤정.  그의 예술 열정은 그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암울한 시대일수록 아름다운 것들이 탄생하잖아요. 슬프지만 이럴수록 현실을 더 직시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구 종말이 아니라면 길은 어디에나 있어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 교육자인 양윤정 씨가 요즘 학생들과 자신에게 되뇌는 말이다. 올해 10월 16일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열었을 때도, 연초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회에 참여했을 때도 “이게 올해 마지막 연주가 아닐까” 스스로 물었다.

드문드문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겨도, 얼굴을 다 덮는 마스크를 쓰고 연주하려니 답답하다. 무엇보다 관객의 박수와 환호성이 그립다. 막이 내린 후 사람들과 손잡고 얼싸안으며 감사와 격려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언제쯤 다시 올까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이미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바뀔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는 클래식도 온라인 연주회, 온라인 기반의 콘텐츠 시대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 고민과 생각이 들어요.”

양씨는 올해 창단 56주년을 맞은 한국 최장수 챔버오케스트라 KCO의 정단원이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 실력파 연주자들로 구성된 이오스(EOS) 앙상블 멤버이기도 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 예원학교를 나와 서울예고 1학년 재학 중 미국 커티스 음대로 유학을 갔다.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 후, 보스턴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베를린의 한스아이슬러 음대에서 마스터 학위를 얻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음악저널 콩쿠르 대상, 세종 콩쿠르 대상, 한국일보 콩쿠르 1위, TBC 콩쿠르 1위, 이화경향 콩쿠르1위, 막스 로스탈(Max Rostal) 국제 콩쿠르 현대음악상, 국제 솔로 경연(International Solo Competition) 3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준결승에 올랐다. 서울시립, 과천필하모닉, 대구방송, 서울심포니, 베를린 컬리지움, 불가리아 플레벤필하모닉, 헝가리 세게드필하모닉, 벨기에의 왈로니왕실챔버(Royal de Chambre de Wallonie)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2017 올해의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도 받았다.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시절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유자 왕(Yuja Wang), 랑랑(Lang Lang) 등과 함께 수학했다. “유자 왕은 체구는 작아도 단단하고, 옷도 잘 입고, 통통 튀고 끼가 넘치는 친구였어요. 같이 시 쓰기 수업을 들었어요. 분명 숙제를 안 해왔는데 5분 만에 그럴싸한 시를 써내더라고요. 연주야 옛날부터 ‘어마무시’하게 잘 했고요.”

최근 눈여겨본 연주자는 누구인지 묻자 쾌활한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네덜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자닌 얀선(Janine Jansen)이요. 그분의 음악에 대한 태도, 연주 방향과 해석, 열정까지 모두 사랑해요. 아름답고 훌륭한 연주자라고 생각해요. 그리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Leonidas Kavakos)도 늘 눈여겨봐요. 학자처럼 비상하고 철학적인 인터뷰도 인상적이고 연주도 최고죠. 세계적 플루티스트 최나경 선배도 빼놓을 수 없고요.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예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씨도요. 실력이야 말이 필요 없고, 착실하고 어른스러운 후배예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 교육자 양윤정 씨 ⓒ본인 제공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 교육자 양윤정 씨 ⓒKCO 오케스트라·EOS 앙상블

촉망받는 연주자였던 그는 2015년부터 교육자의 길로도 조금씩 발을 내디디고 있다. 미국 대학원생 시절이던 2011년부터 4년간 학생들에게 실내악을 가르치면서 자신도 몰랐던 음악 교육자의 자질을 발견했다.

“버몬트주에서 열린 옐로 반 뮤직 페스티벌(Yellow Barn Music Festival)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의 바이올린·챔버 패컬티(faculty)로 활동했어요. 아이들과 교감하며 성장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쁘고 뿌듯했죠. 아, 나는 이걸 해야겠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인 레슨을 시작했어요. 애들과 지지고 볶다가도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면 같이 울면서 축하해요. 연주와는 다른 감동과 재미가 있어요.”

요즘은 예원중학교, 서울예고, 선화예고, 숙명여대에 출강 중이다. 코로나19로 주로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음악은 몸의 동작과 밀접한 관계가 있잖아요. 말로 설명하기보다 팔을 툭 치면서 여기 힘을 빼라고 한마디 하는 게 더 나을 때도 있거든요. 아쉽지만 학생들이 변화에 익숙해지고 더 유연하게 적응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교육자로서의 커리어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제출한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박사 논문 주제도 음악 교육 관련 내용이다. 불안한 시기건만 그는 “변화와 가능성”을 더 강조했다. 해외의 동료 음악가, 음악계 지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음악 교육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내년 여름 독주회를 열 계획도 조심스레 밝혔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어떻게 보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때예요. 내가 뭘 잘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잖아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잘 맞는 것을 탐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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