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넘어 재생산 건강권으로
‘낙태죄 폐지’ 넘어 재생산 건강권으로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10.15 13:38
  • 수정 2020-10-15 18: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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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의원 등 여성의원 11명
‘낙태죄 완전 폐지’ 법안 발의
같은 당 박주민 의원·정의당도 가세
여성단체·여성학자 “임신중지는 기본권”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처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활동가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처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낙태죄 폐지’ 전쟁은 지금부터가 진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을 비롯해 여러 정당의 11명의 여성의원들이 낙태죄 폐지를 삭제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관련 발의를 준비하고 있어 여권 내에서도 낙태죄 폐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제는 낙태죄 전면 폐지는 물론 여성의 재생산 결정권을 위한 법제화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낙태죄를 존치하겠다는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지난 7일 발표되자 시민 사회가 분노했다. 정부안 발표 바로 다음 날인 8일 여성들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 광장 바닥에 ‘비도덕 낙인’ ‘차별 없는 재생산권 보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누웠다. 

이날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3개 단체가 모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임신주수를 기준으로 하는 요건에 대해 법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4주, 24주 등 주수에 따른 제한 요건을 둔 것은 단지 처벌 조항을 유지하기 위한 억지 기준”이라며 “임신주수에 대한 판단이 마지막 월경일 기준으로 하는지 착상시기를 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임신당사자의 진술과 초음파상의 크기 등을 참고해 유추되는 것일 뿐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안 발표 약 일주일 뒤인 12일 국회에서도 정당을 막론하고 권인숙 의원을 비롯해 류호정·심상정·양원영·용혜인·유정주·윤미향·이수진(비)·이은주·장혜영·정춘숙의원이 낙태죄 폐지를 삭제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번에 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임신중단에 대한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하여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를 삭제했다(안 제269조·제270조).

또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형법’ 상 낙태죄 처벌 규정 폐지(제27장 낙태의 죄 삭제)를 전제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규정(제14조)을 삭제하여 허용주수나 사유 제한 없이 충분한 정보 제공과 지원을 통해 임산부의 판단과 결정으로 의사에 의한 인공임신중단이 가능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단’으로 변경하고 수술뿐만 아니라 약물에 의한 방법으로 인공임신중단 방법 확대,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모든 국민에게 피임, 월경, 임신·출산, 인공임신중단 등에 대한 안전하고 정확한 보건의료 정보와 서비스 제공 신설, △임신·출산, 인공임신중단 등과 관련된 보건의료 정보 및 서비스 제공, 상담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중앙․지역재생산건강지원센터 설치,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적인 피임·성교육 실시, 임신ㆍ출산 및 인공임신중단 등에 관한 종합적 정보제공 및 심리상담 지원 등 국민의 재생산건강 증진 사업의 추진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임산부가 의료기관을 찾았을 때 의사로부터 인공임신중단의 방식, 상담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고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한 경우 의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산부의 요청에 따라 인공임신중단을 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관련 개정안 대표발의를 준비 중이다.

정의당은 14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은주 의원이 준비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르면 다음 주 중 법안을 낼 전망이다. 

두 의원 모두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다룬다.

국회뿐 아니라 시민 사회에서도 일제히 정부안에 대해 비판을 하며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14일 한국젠더법학회는 “(정부안은) 여성의 목소리와 재생산 경험을 경청할 기회를 거부하여 권리 주체를 소외시키고 무기력화하는 문제적인 방식”이라며 “임신중지는 더 이상 형법을 통해 국가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안전한 임신중지는 여성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설계하는데 필수적인 기본권”이라며 “국가는 필수적 의료와 기본권으로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임신∙출산 능력과 가능성이 더 이상 여성의 삶에 근본적 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 단지 낙태죄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하여 많은 법률과 정책이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한국여성학회를 비롯한 한국여성연구학회협의회 소속 9개 학회도 정부 개정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근본취지를 축소, 왜곡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하에 개정안을 즉각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여성학회는 “정부 정책의 초점은 ‘낙태죄’ 처벌이 아니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전 생애에 걸쳐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충분히 존중하고 보장하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낙태죄 처벌 규정 폐지안에 대해 한 여성학자는 “낙태죄를 존치하려는 국가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법안”이라며 “여성학에 관심 있는 분들뿐 아니라 일반 여성분들도 이번 정부 개정안에 분노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학자로서 전적으로 여성이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몸과 사생활을 공적인 이슈로 다루고 있는 것이 이율배반적”이라며 “그러나 여성이 경험하는 폭력 사건은 사적인 일로 치부하며 국가 개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혼부 양육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왜 여성에게 아이를 낳기를 강요하고 온몸으로 책임지라고 하는가”라며 “안전한 의료기관에서 산모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국가가 아이를 잘 키워주는 ‘익명 출산제’ 등 그렇게 중요하다고 외치는 생명권을 위한 여러 가지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면서 (이번 정부안은) 잔인하고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이를 낳아서 잘 키워보겠다’는 자신감이 들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잠재적인 안목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도 “모낙폐가 너무나도 기다렸던 법안”이라며 권 의원의 개정안 대표발의에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회나 정부에서는 대부분 처벌 조항이 없는 법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이번 권 의원의 개정안은 임신중지가 전적으로 여성의 건강권과 관련한 문제이며 처벌로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특히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여성에게 무엇을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그 내용이 마련돼 있었고 그에 맞춰 의료 및 상담기관을 통해 여성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를 중심으로 규정돼 있어 여러모로 정부안보다 진전된 안”이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권리 보장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노동·교육면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며 “앞으로는 모자보건법의 틀을 넘어 이러한 권리들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이 더욱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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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2020-10-26 20:01:52
Baby lives matter too. ㅠㅡㅠ

김지혜 2020-10-16 14:25:29
먼저 태아가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 존재인지 살펴보시고 그 후에 다시 생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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