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폴란드도 한국도 낙태죄 폐지!” 대사관 앞 1인시위 나선 폴란드 여성
[W인터뷰] “폴란드도 한국도 낙태죄 폐지!” 대사관 앞 1인시위 나선 폴란드 여성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0.11.16 18:56
  • 수정 2020-11-17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생활 12년차 폴란드 여성 마르타 알리나 씨
최근 폴란드 헌재 ‘낙태 금지’ 결정에 항의해 1인시위
“폴란드와 한국 여성들, 손잡고 세상 바꾸자”
폴란드 출신 마르타 알리나 씨는 지난 11일 여성신문과 인터뷰에서 “폴란드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여성들이 손잡고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폴란드 출신 마르타 알리나 씨는 지난 11일 여성신문과 인터뷰에서 “폴란드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여성들이 손잡고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세아 기자

“4년 전 폴란드의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는 ‘우릴 아프게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컸던 ‘착한 시위’였어요. 이제 폴란드 여성들은 참지 않겠다고, 착하고 얌전하게 굴지 않겠다고 합니다. ‘살려 달라’가 아니라 ‘살아야겠다’고 외치고 있어요.”

폴란드 출신 마르타 알리나 씨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한폴란드대사관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한국 생활 12년 차 직장인인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지금 폴란드와 한국의 여성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양국은 물론 전 세계의 여성들이 손잡고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폴란드 출신 마르타 알리나 씨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한폴란드대사관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알리나 씨 제공
폴란드 출신 마르타 알리나 씨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한폴란드대사관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알리나 씨 제공

 

‘사실상 낙태 금지’ 헌재 결정에

전쟁 선포한 폴란드 여성들

“폴란드인들,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여성의 문제이니 여성이 선택해야”

태아가 기형이 있는 경우를 포함해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지 약 한 달째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등 주요 도시에서는 수만 명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낙태죄 유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여성들의 반발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알리나 씨가 지난 1일 주한폴란드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배경이다. 그는 폴란드어로 “서울에 있는 폴란드 여성이 시위하고 있다” “내 몸, 내 선택” “소녀들은 그저 기본적인 인권을 원할 뿐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4년 전 바르샤바 도심을 뒤덮은 ‘검은 시위’의 물결에 참여했던 그는 이제 타향에서 시위 중이다.

“임신중지는 여성의 문제인데, 폴란드도 한국도 여성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위험하고 불법적인 시술로 내몰죠. 여성의 선택에 맡겨야죠.”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월 22일 태아가 기형이 있는 경우를 포함해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자, 폴란드 여성인권 운동가들과 지지자들이 26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주요 도로를 막고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월 22일 태아가 기형이 있는 경우를 포함해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자, 폴란드 여성인권 운동가들과 지지자들이 26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주요 도로를 막고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폴란드 시민들이 25일 수도 바르샤바 대통령궁 앞에서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사실상 ‘낙태 금지’ 결정에 항의해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폴란드 시민들이 25일 수도 바르샤바 대통령궁 앞에서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사실상 ‘낙태 금지’ 결정에 항의해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폴란드 여성들은 2016년 ‘검은 시위’ 끝에 임신중지 금지법을 철회시켰다. 곧이어 더 억압적인 규제가 등장했다. 우파 민족주의 성향 집권 ‘법과 정의당’(PiS)이 다수인 폴란드 하원은 기존 법안이 허용했던 ‘태아가 기형이 있는 경우’ 임신중지조차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10월 22일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기형의 태아에 대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폴란드에서 합법적으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경우는 성폭행,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이나 임산부의 건강이 위협받는 경우뿐이다. 유럽인권위원회는 이날을 “여성 인권의 슬픈 날”이라고 불렀다. 분노한 폴란드 여성들은 ‘낙태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알리나 씨는 고국의 상황을 설명하며 “사람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폴란드 사람들은 매일매일 ‘낙태죄 폐지’ 시위를 열고 있어요.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져도 산책을 하러 가거나, 자전거나 차를 타고 거리에 나서는 식으로요. 여성들은 너무나 화가 나 있어요. 전과 달리 욕설이나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아요. 폴란드는 학교에서 성교육은 안 해도 가톨릭 교육은 하는 가톨릭 국가지만, 요즘은 젊은 가톨릭 신자들도 시위에 나가 ‘종교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외쳐요. 마냥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고 춤추고 노래 부르고 소리 지르는 파티 같아요. 사람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폴란드 시민들이 26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사실상 ‘낙태 금지’ 결정에 항의해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폴란드 시민들이 26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사실상 ‘낙태 금지’ 결정에 항의해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2019년 폴란드에서 합법적으로 시술된 낙태 건수는 1000건을 조금 넘었다. 합법적 임신중지 시술조차 사회적 편견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알리나 씨는 “폴란드의 성폭력 피해 여성들은 임신중지를 위해 신고와 피해 입증이라는 길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고, 산모의 건강 문제로 임신중지를 원해도 의사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여성들이 비싸고 위험한 불법 시술을 감행하거나 외국에 간다. ‘낙태죄 폐지’ 시위와 함께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 후원 운동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폴란드 여성 약 8만~12만 명 타국에서 임신중지를 시도한다는 통계도 있다.

남의 일만은 아니었다. 알리나 씨의 동생도 몇 년 전 불법 임신중지 시술을 받았다. “동생은 몸도 마음도 아팠지만 아무 지원도 못 받았어요. 그나마 저희는 가족들이 동생을 지지하고 도왔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알리나 씨는 “주한폴란드대사관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한국 내 폴란드인 커뮤니티 페이지에 ‘시위를 열 계획인데 함께하자’는 글을 올렸더니 삭제됐다”며 “지금 폴란드와 한국의 여성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양국은 물론 전 세계의 여성들이 손잡고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서로를 응원하면 어떨까”라고 전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주)여성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