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 20대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코로나 우울, 20대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9.17 05:55
  • 수정 2020-09-16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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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 급증
지난해 대비 7.1% 늘어
남성은 6.1% 줄어
예방정책은 청소년
50대 남성·60대 이상 중점
9월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앞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여성 자살 사망자(잠정치)는 19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늘었다. 남성이 6.1% 감소했고, 전체 사망자도 2.4%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신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8개월, 운명을 달리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도 유례 없이 2030 여성의 자살률이 높았지만 더 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요한 고독사, 극단 선택에 대한 대책은 주로 청소년, 50대 남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여성들이 외롭게 신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른바 ‘코로나 우울’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 방안을 의논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1월부터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려 운영 중이지만 장기화에 따른 수요가 급격히 늘어 효율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태다. 민주당은 통합심리지원단에 대한 예산과 인력 확충을 지원하고 더 체계화 시킬 방안을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국가적 재난 사태 전후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치솟아 남성 자살률을 상회 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통상 남성 자살률이 여성의 2배에 달하는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여성 자살 사망자(잠정치)는 19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늘었다. 남성이 6.1% 감소했고, 전체 사망자도 2.4%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 자살률만 증가한 것은 1987년 통계 작성 후 최초다. 시도도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고의적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총 1076건으로 전년대비 35.9% 증가했다. 특히 전년대비 20대는 80.5%, 30대는 87.2%로 압도적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젊은 세대 여성의 자살률이 급증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지적된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일자리’와 경제적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7월 일시 휴직자 수는 여성이 101만6000명으로 남성(60만8000명)보다 67%나 많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0대의 1인당 총 대출액은 728만원으로 전월 대비 4.27% 증가했다. 30대(1.97%) 40대(0.75%) 50대(0.19%)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IMF는 지난 3월 코로나 펜데믹과 취약계층에서 사회 서비스 부문 직종 종사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은 젊은층 여성들이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청년층 여성의 자살률이 꾸준히 느는 것에 대한 지적은 있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2만1545명 중 여성은 1만 2899명(59.9%)으로, 남성 8,646명(40.1%)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23.0%)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에서 젊은 세대 여성은 빠져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자살예방을 위한 콘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2019년 9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에 치솟한 젊은층 여성에 대한 대책은 없다. 지난 5월 열린 제2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극단 선택으로 내몰린 이들과 자살자 유가족을 지원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2019년 9월 열려 얼개를 만든 제1차 위원회에도 20대 여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때 논의된 바는 구축한 자살사망자 전수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살위험지역의 선정과 이를 통한 맞춤형 정책대안의 마련이었다. 지역의 1차 의료원을 통해 접수되는 자살 고위험군의 사전발굴과 지원 체계 마련 계획도 논의됐으나 눈에 띄게 증가 중인 젊은층 여성의 극단 선택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자살예방사업을 실질적으로 수행 중인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주요한 정책 대상 연령대는 50대 중장년층 남성과 60대 이상의 여성, 10대 청소년이다.

오랫동안 자살 관련 연구를 해온 유현재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헬스커뮤니케이션 센터장)은 지금까지 청년층의 자살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며 “20대 여성 등 청년자살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주로 ‘어른 자살’로 불리는 40대 이상의 자살 현상에 대해 다뤘다는 것이다. 10만명당 자살률이 30명 이상에 달하는 60대 이상 남녀와 51.4명에 달하는 50대 남성, 사회적 자원이 필요한 청소년 층의 자살이 주요한 정책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지금까지 사실 청년층의 자살 문제는 정책 밖에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20대에 대한 선입견도 여기에 어느 정도 미쳤다고 본다. 입시 문제에서 자유로워져 최상의 건강 상태로 인생의 황금기를 맞아 청춘을 즐기는 세대가 20대라 보고 청년층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개인이 극복할 문제로 보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지금이라도 관련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여기에는 이미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도 한 기존의 지자체의 정책이나 센터의 역량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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