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국회로 간 ‘둘째언니’ 장혜영, “장애인·여성 대변하겠다”
[W인터뷰] 국회로 간 ‘둘째언니’ 장혜영, “장애인·여성 대변하겠다”
  • 정다연 기자
  • 승인 2020.05.09 13:11
  • 수정 2020-05-11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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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인터뷰 - 21대 초선의원을 만나다] 정의당 장혜영 당선인
2011년 명문대생 자퇴 대자보로 화제·2018년 ‘어른이 되면’ 다큐로 주목
시설 인권침해 사건 후 1년 준비 끝에 동생 탈시설 함께하며 정치에 관심
21대 국회에서 장애인 탈시설법, 24시간 활동지원법,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
4일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장은 서울 여성신문에서 인터뷰하고있다.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장혜영 정의당 당선인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동생의 삶이 제 삶을 바꿨다. 중증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던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건을 알게 된 이후 1년여 간 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준비했다. 동생과 둘이 함께 살면서 차별적인 시각을 벗어나 성장할 수 있었다. 동생을 지켜주던 둘째언니에서 이제 국회에서 장애, 돌봄, 여성에 대한 입법을 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21대 국회에 초선 의원으로 입성할 정의당 장혜영 당선인은 이미 수차례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됐다. 지난 2011년 장혜영 당선인은 고려대 학생 김예슬 씨, 서울대 학생 유윤종 씨에 이어 연세대를 자퇴하며 ‘이별 대자보’를 붙였다. 학교 밖에서 더 큰 신념과 가치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2018년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 장혜정 씨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17년간 시설에서 살았던 동생과 언니가 함께 살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일상을 기록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정의당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고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장 당선인은 이제 청년 창작자가 아니라 초선 의원으로서 21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 소수자를 위한 입법과 정책은 결국 예산과 재정이 뒷받침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의당 소속 당선인으로서 기재위에 들어간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다.

“정치를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는 동생의 탈시설을 도우면서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였다. 탈시설 이후에 누구나 지역사회에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알리려고 했으나 문화 활동으로는 변화가 더디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약속을 하고도 어기는 상황 속에서 정치 입문 권유를 받고 직접 행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동생의 탈시설은 정의당 장혜영 당선인에게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다. 장 당선인은 동생의 탈시설을 함께 하면서 정치에 직접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새로운 국회에서 탈시설법, 24시간 활동지원,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등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차별을 없애는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이는 장 당선인의 삶과도 연결된 정책이다.

“동생과 둘이 살고 있다. 동생은 24시간 옆에서 지원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정부가 바우처로 장애인의 활동지원을 제공하는 시간은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이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활동지원 시간이 턱 없이 모자라다. 이는 돌봄의 책임이 가족에게 전가되고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혜영 당선인(오른쪽)이 동생이 탈시설하던 날 동생과 함께 찍은사진.
장혜영 당선인(오른쪽)이 동생이 탈시설하던 날 동생과 함께 찍은사진.

탈시설법 등 장애인 관련 입법·예산 만들겠다

세 자매 중 둘째인 그는 어렸을 적에 ‘동생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학교에 동생을 데리고 다녔다. 중학생이 되면서 동생을 돌보는 시간이 줄어들자 부모님은 동생 나이 12살 때 동생을 장애인 시설로 보냈다. 그렇게 오랫동안 동생과 떨어져 살던 그는 성인이 된 후 동생이 입소한 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알게 됐다.

“장애가 있는 가족을 시설로 보내면 집에서는 공간적, 시간적으로 그 가족의 자리가 사라진다. 지역사회가 장애인 혼자 자립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느 시설이 문을 닫으면 장애인은 집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다른 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

2013년 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았다. 재발방지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문제제기를 한 사람들은 해고됐다. 장 당선인은 장애인 가족으로서 문제제기 하는 데 동참했지만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저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들고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문제제기를 해서 만약 시설이 문을 닫으면 집에서 장애인 가족을 돌볼 수 없는 이들은 당장 눈앞이 캄캄해진다. 괜찮은 수준의 다른 시설로 옮기는 일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제가 미운털이 박혔다. 나중에는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시설을 들쑤신 것은 아닌지 죄책감이 들었다.”

장애인의 자립이라는 말이 낯설었던 장 당선인은 이 과정에서 탈시설 개념을 접했다.

“처음엔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싶었다. 저도 차별적인 시각으로 보고 이분법에 갇혀 있었다. 얼른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그러나 활동가들 만나면서 탈시설 구술기록집을 보고 탈시설의 개념을 내면화했다.”

장 당선인은 1년여 간 동생이 시설에서 나오면 함께 살 수 있는 준비를 했다. 자신의 밥벌이로도 벅찼던 30대 초반에 그는 가리지 않고 일을 하면서 동생과 함께 살면서 일을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1년간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도 생활비를 쓸 수 있을 만큼을 저축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이후 시설을 나온 동생과 함께 쭉 살고 있다. 장 당선인이 동생의 탈시설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은 2018년에 개봉했다.

그는 돌봄 노동이 가족, 그것도 여성에게 전가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장애인의 자립, 가족의 돌봄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의 80%가 발달장애인이라고 하더라. 이들이 왜 꼭 시설에 입소해야만 하는 것일까. 보조를 받으면 모든 인간은 자립할 수 있다. 원래 시설에 살던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장애와 비장애 이분법으로 구분된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

장애인거주시설 폐지 관련해 발언을 하던 장혜영 당선인. ⓒ장혜영 당선인 제공.
장애인거주시설 폐지 관련해 발언을 하던 장혜영 당선인. ⓒ장혜영 당선인 제공.

장애여성이 겪는 이중적인 억압에 대한 논의 필요

장 당선인은 장애를 가진 동생을 둔 가족으로서 여성 장애인이 겪는 편견과 차별에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장애 여성은 장애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이중적인 억압을 받는다.

“장애 여성은 사회적으로 성별을 가지지 않는 인간이 되라고 요구받는다. 성적 욕망을 가지지 않는 사람으로 기대를 받는 것이다. 제 동생 또한 그런 기대를 받아왔다. 장애 여성은 또 폭력에 가장 취약한 대상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스스로 결정하고 보호받고 행사할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반면 가스라이팅을 겪지 않을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이런 안건과 관련해서 공론장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는 서울시 내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지킴이단으로 활동할 때에도 여성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마주했다.

“많은 가족들이 장애 여성이 이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일 자체를 나쁜 짓이라고 규정하고 막아달라고 요청한다. 속상한 일이다. 성적 존재로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비난하거나 논쟁하기 어렵지만 끝없이 질문을 해 가족들과 대화한다. 우리는 누구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마음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지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내 딸 임신하면 네가 책임질 거냐’는 답을 듣기 일쑤였다.”

정작 장애인 당사자인 배복주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이번에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전 장애여성공감 대표였던 배복주 후보는 비례대표 7번을 받았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 당선되지 못했다.

“배복주 전 장애여성공감 대표님이 국회에 입성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정치를 그만두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이해찬 대표나 황교안 전 대표가 장애비하발언을 하고도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는다. 장애 관련 입법 활동뿐 아니라 장애에 대한 말과 행동을 어떻게 달리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정치적 역할이 중요하다.”

장 당선인은 4년 뒤 21대 국회의원으로서 임기를 마칠 즈음에 ‘마지막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소수정당으로서 180석 여당이 있는 국회에서 일해야 하는 것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렵다는 말을 불가능하다는 말로 쓰고 싶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마지막까지 일을 잘 해낸 정치인으로 국민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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