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여성 문제 우선해라
21대 국회, 여성 문제 우선해라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4.24 16:15
  • 수정 2020-04-25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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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로만 그치던 성평등 법안들
강간죄 개정부터 월경권까지
여성들 "공약으로만 그쳐선 안돼"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본회의가 열렸다. ⓒ홍수형 기자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본회의가 열렸다. ⓒ홍수형 기자

 

오는 5월30일 제21대 국회가 시작한다. 이번 총선은 지난 2018년 #미투(#metoo) 운동과 10만명이 결집했던 혜화역 시위 ‘불편한 용기’에 응답하는 첫 선거였다.

여성들이 바라는 21대 국회의 정책들은 다양하다. 지난 총선 기간 동안 각 여성단체들은 후보들에게 강간죄, 아청법, 노동, 월경권 등에 관한 정책 질의를 진행하고 이를 공개했다. 첫 선거를 치른 최나리(20)씨는 “강간죄 개정과 의제강간 연령 상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이소연(35)씨는 이번 국회에 가장 바라는 것에 대해 “코로나19로 회사가 힘들어서 경제 문제도 생각해봤지만, 혼자 사는 1인 가구 여성으로서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건 역시 안전 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지숙(44)씨는 또 다르다. “N번방 사건은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해결할 일”이라며 “어린이 교육과 보육 문제에 대해 힘써주길 바란다. N번방 사건은 결국 교육 문제에서 왔다는 생각이 드는 데, 결국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과 보육 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남경은(59)씨는 “코로나19로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했다”며 “건강과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는 “이번 총선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소수정당과 무소속으로 출마해 노력한 여성들이 있었다. 당사자 정치에 대한 여성들의 열망과 지난 국회에 느낀 여성들의 실망감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랜드모니터는 21일 총선과 관련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 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별과 세대에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줄고 영향력을 크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지난 2016년에는 42.9%가 ‘선거에 참여해봤자 바뀌는 것이 없다’고 답했지만 이번에는 29.1%로 크게 줄었다. 경제(61.6%→70.4%)와 일상생활(44.8%→55.2%)에 있어서 “선출직 공무원의 영향이 크다”는 응답도 4년 전보다 높아졌다. 트랜드모니터는 이러한 결과를 “정치참여와 투표를 통해 스스로 국가의 운명을 바꾼 경험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안전과 평등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국회가 응답해야

△성폭력 종식 

형법 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협박 또는 폭력’으로 이를 충족시키지 못 하면 처벌할 수가 없다. 14일 총선 직전까지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는 국회의원 후보 1430명에게 강간죄 개정과 관련한 정책질의를 보냈다. 당시 개정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후보 204명 중 총45명이 당선됐다. 연대회의는 “당선자들이 의정활동 중 강간죄 개정 이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지, 법안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힘쓰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동영상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 ‘박사’ 조주빈(24)과 일당들이 검거됐다. 일명 N번방 사건은 범죄가 빠르게 발전하는 IT기술을 어떻게 이용하며 법이 얼마나 뒤처졌는지 보여줬다. 21일 전국여성정책네트워크는 “디지털 성범죄가 법망을 피해 진화하는 양상과 속도에 비해 대응은 현저히 미급한 것이 현실”이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국회, 사법 당국 등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법적·사회적 대응 강화를 촉구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법률 개정을 통해 성착취 아동·청소년의 지위를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분류할 것을 권고했다. 아청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는 36개 정당에 정책 질의서를 발송했다. 아청법 개정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9개 정당 중 3개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이들 정당은 미성년자 간음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형량 강화, 대상 아동·청소년 조항 삭제에 긍정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발생하는 주거침입 범죄와 스토킹 행위 처벌을 위한 공약이 눈에 띄었다. 현재 스토킹 행위는 법안 자체가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 주거침입 범죄는 강도, 성폭력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개정이 시급하다.

 

△노동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준으로 한 남녀 성별임금격차는 37.1%다.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은 고용 불평등, 교육기회, 승진에서의 불리, 돌봄노동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 다양한 이유가 지목된다. 지난해 같은 학교와 전공이어도 취업 시점에서 큰 성별 격차를 겪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김창환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원인을 “이유 없는 여성차별이 원인”이라고 밝힌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한 여성 노동 관련 핵심의제로 △성별임금격차 해소법 제정 △성평등 임금공시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작업중지권 부여 △업무시간 외 연결되지 않을 권리 △가사 노동자 권리 보장법 제정 등을 들었다. 총선 전 각 당의 노동 공약을 살핀 후 발표한 성명에서는 “성평등 노동 정책이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방안 뿐”이라며 “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문제는 성평등 노동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정책을 만들고 집행체계를 세워가야 한다”고 밝혔다.

3월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연 토론회에서 박주영 민주노총법률원 부원장은 “고용관계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는 채용차별, 배치차별, 승진차별이 분절적으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과정을 통해 누적적으로 나타난다”며 개별적 차별 분쟁해소가 아닌 적극적인 고용개선조치가 필요한 만큼 명예고용평등감독관의 운영규정 개선과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종미 민주노총 경남본부 여성국장은 “남녀고용평등법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제도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 기업의 자율적 개선에만 맡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건강

10대부터 시작되는 월경은 50대까지 이어진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월경권에 대한 인식은 낮다. 2004년까지 생리대에는 부가가치세 10%가 부여됐다. 폐지 이후에도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덴마크 생리대 1개 평균 가격 156원의 2배인 1개당 평균 331원이다.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는 여성 월경권 보장을 위해서는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시행 △공교육 내 월경과 신체에 대한 젠더 관점의 교육 마련 △월경용품 가격 규제 관리 방안 마련 △월경용품 성분 안전성 기준 전면 재검토 및 재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 중지를 선택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 모두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정에 따라 국회는 이번해 12월31일까지 개정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관련된 논의는 현재 없는 실정이다. 유산유도제 도입, 의료 시스템 내에서의 인공유산의 보험 적용, 의료인 교육 등에 대한 논의가 총체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봉혜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장은 정부의 인구정책이 출산정책에 맞춰져 여성의 재생산권이 존중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여성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월경, 유산, 산업재해로 인한 불임 문제 등은 노동권에서 보장되지 않는다”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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